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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용구 사건 말단에 책임 떠넘긴 경찰…커진 권한 감당할수 있나

송고시간2021-06-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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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처리와 관련해 외압이나 조직적인 은폐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9일 서초경찰서의 담당 수사관이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의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 처리했다면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를 들여다보면 일반의 상식과 경험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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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처리와 관련해 외압이나 조직적인 은폐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9일 서초경찰서의 담당 수사관이 사건 발생 닷새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폭행 당시 상황이 담긴 택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고도 압수나 임의제출 요구 등의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 처리했다면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수사관은 내사 단계는 물론 은폐 의혹이 불거진 후에도 이 영상의 존재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상조사단은 또 팀장, 과장, 서장 등 서초서 내의 상급자들은 이 전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경찰청 훈령과는 달리 사건을 서울경찰청의 수사 부서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진상 조사 과정에서도 허위 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수사관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은 맞지만 윗선과는 무관한 단독 행위이며, 이로 인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급자들이 부실ㆍ거짓 보고를 하는 바람에 서울청은 물론 경찰청, 청와대 등은 사건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 발표를 들여다보면 일반의 상식과 경험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말단의 일선 수사관이 무슨 이유로 법적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택시 기사가 폭행 당시 영상을 제시하자 '안 본 걸로 하겠다'면서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가 아닌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덮었다. 설사 담당자의 상세 보고가 없었더라도 상급자들은 적어도 용의자가 공수처장 유력 후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난 이후에는 이 사건이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직감했을 터인데 이렇게 무심하게 지나쳤다는 것 또한 상식적이지 않다. "서초동 쪽에 변호사 사건이 너무 많아" 사건을 서울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서장 등 서초서 간부들의 주장도 어리둥절하다. 더구나 이들은 경찰청의 조사 과정에서 "평범한 변호사인 줄 알았다"는 거짓 진술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비정상적 행태가 한 경찰서 내에서 단기간에 여러 건 발생했는데 '왜'에 대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지난 1월 출범한 진상조사단이 무려 4개월여간의 감찰과 수사 끝에 내놓은 결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경찰의 발표가 모두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역시 심각한 문제이다. 담당 수사관의 사건 은폐나 간부들의 허위 보고는 그것이 어떤 개인적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든, 단순한 판단 착오에 의한 것이든 결과적으로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큰 차질을 초래했다. 수사와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한 달 뒤 이 전 차관의 임명도 없었을 공산이 크다. 판사 출신의 이 전 차관은 재임 기간 내내 이 문제로 논란을 빚다 약 6개월 만인 지난 3일 퇴임했다. 이번 사건, 그리고 이후 처리 과정을 보면 검ㆍ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과 책임이 커진 경찰이 과연 그에 걸맞은 역량과 도덕성을 갖췄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구심이 생긴다. 경찰이나 검찰 같은 사정기관은 권력층을 비롯해 사회 곳곳의 썩은 곳을 찾아내고, 그 부위를 조기에 도려내 국가 전체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국가의 투명성이 크게 후퇴하고, 민생에도 엄청난 해악을 끼치게 된다. 경찰 수뇌부는 이번 사건을 대오각성의 계기로 삼아 새로 부여된 권한의 정당성, 그리고 그에 필요한 능력을 국민에게 입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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