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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왕이어도 '상식 밖' 주문…스벅 직원은 왜 해고됐나[뉴스피처]

송고시간2021/06/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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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j5hc_ds-dw

(서울=연합뉴스) "벤티 사이즈로 캐러멜 리본 크런치 프라푸치노 주문. (기본 레시피에) 캐러멜 드리즐 추가, 캐러멜 소스 7번·허니 블렌드 1번 펌프, 얼음·시나몬 돌체 토핑·휘핑크림 등을 추가해 만들어 주세요."

최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엄청난 길이의 주문서는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모바일 주문으로 들어온 내용입니다.

해당 매장 직원 조시 모랄레스 씨는 음료 하나에 무려 13가지 옵션을 추가한 이 메뉴를 만들고 인증샷을 찍어 SNS에 "이런 게 내가 일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라고 푸념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에드워드'라는 주문 고객 이름이 함께 찍힌 이 사진은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됐고, 모랄레스 씨는 '회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에서 해고됐습니다.

그러나 모랄레스 씨는 현지 언론을 통해 "(스타벅스에 들어오는) 주문이 얼마나 희한한지를 보여줬기에 내가 한 일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USA투데이와 폭스뉴스 등 다수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는 이같이 긴 요구사항을 달아 주문하는 고객들이 많습니다.

'덜 달게', '얼음 많이'처럼 자신의 취향대로 음료 제조법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이른바 '커스터마이징'(고객 요청대로 만들어주는 맞춤 제작)은 스타벅스의 특징입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스타벅스 고객들 사이에서도 '슈렉 프라푸치노', '돼지바 프라푸치노' 등 아는 사람만 안다는 '커스텀 메뉴'(주문 제작 메뉴)가 유행했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타벅스 악마의 레시피' 같은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미국 내 스타벅스에선 모랄레스 씨가 SNS에 올린 사진처럼 지나칠 정도로 길고 복잡한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이 같은 '미친 주문'이 들어오게 만든 '원흉'으로 요즘 대세인 SNS 틱톡을 지목하는데요.

틱톡에서는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한 가지 테마를 정하고 관련 행동을 촬영해 올리는 '챌린지'가 꾸준히 유행하고 있죠.

틱톡 챌린지 중에는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한 '덕분에 챌린지'처럼 공익적인 것도 있지만 '기절 챌린지' 등 무리한 내용으로 아동이 사망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많았는데요.

요즘 틱톡에서 '스타벅스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고 특이한 모양을 한 음료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겁니다.

문제는 이처럼 틱톡 사용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틱톡 음료'가 정작 스타벅스 메뉴판에 없을뿐더러, 많은 사람이 틱톡만 보고 스타벅스 매장에 가서 같은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죠.

미국의 또 다른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비앙카 루이즈 씨는 USA투데이에 "한 어린이 고객이 틱톡에서 본 '오렌지 패션 선라이즈'를 달라고 했는데 내가 1년 넘게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동안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의 메뉴였다"고 전했습니다.

루이즈 씨는 "틱톡 음료가 만들기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손님들이 기다려만 준다면 기꺼이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심지어 그는 이 음료를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자신의 틱톡 계정에도 올리는 등 이 유행을 즐기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모든 스타벅스 직원이 루이즈 씨 같은 마음으로 '스타벅스 챌린지' 유행을 바라보는 건 아니란 것이죠.

시카고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던 마이클 뱅크스 씨는 얼마 전 퇴사했는데, 그 이유가 '점점 많은 사람이 메뉴판에도 없는 주문을 해서'였다고 설명합니다.

뱅크스 씨는 "불과 몇 분마다 한 명씩 수많은 재료가 들어간 메뉴를 만들어달라는 사람들이 왔다"며 이 같은 음료는 만드는 데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요구대로 만들어 줘도 고객들이 그 맛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0명의 손님이 줄지어 틱톡 음료를 주문하고 그중 마지막 손님이 "음료가 틱톡에서 본 것과 다르게 생겼으니 다시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 퇴사를 결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이 같은 틱톡 음료 열풍에도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스타벅스 대변인은 미국 폭스뉴스에 "커스터마이징은 스타벅스 경험의 중요 요소"라며 "대부분 고객의 커스터마이징 요구가 합당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나 스타벅스가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무한정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바람에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스타벅스 일부 직원들은 드라이브 스루와 모바일 주문, 배달 주문과 현장 주문까지 수많은 일을 처리하는 가운데 제조법이 생소하고 복잡한 틱톡 음료까지 만드는 것은 부담된다고 주장하는데요.

모랄레스 씨가 긴 주문을 SNS에 올린 것에 자극받아 많은 스타벅스 직원들이 과도한 옵션을 요구하는 틱톡 음료 주문을 폭로하는 상황.

일부 직원은 틱톡 음료 때문에 제조 시간이 길어지고, 복잡한 주문을 하지 않은 다른 손님들까지 더 오래 기다리는 상황이 빚어진다고 말하는데요.

특이한 음료를 마셔보고 싶은 고객의 정당한 서비스 이용인지, 유행을 무작정 좇다가 타인을 괴롭히는 무리한 요구인지 틱톡 음료 유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갈리고 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김지효

고객이 왕이어도 '상식 밖' 주문…스벅 직원은 왜 해고됐나[뉴스피처]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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