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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마른다 애지중지할 땐 언제고…떼죽음 앞둔 동물의 절규[뉴스피처]

송고시간2021/06/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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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IA6d1e_1w

(서울=연합뉴스) "지역 내 회색늑대를 90% 이상 줄이는 사냥지원법이 제정됐다."

지난달 6일(현지시간) AP통신은 브래드 리틀 미국 아이다호 주지사가 이 같은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 정부가 개인 사업자를 고용, 늑대를 죽이도록 보조금을 증액하는 것이 골자인데요.

야간 수렵을 돕는 야시경 장비 사용은 물론 스노우모빌, 사륜 오토바이(ATV), 심지어 헬리콥터 탑승 사격도 가능하도록 했죠.

사냥 면허 보유자는 늑대를 무제한 잡아도 되고, 사유지에서 새끼가 발견되면 퇴치도 용납됩니다.

아이다호주는 '야생동물 천국'이라 불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유명한데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재 아이다호주에 서식하는 회색늑대 1천556마리 중 '적정 숫자' 150마리만 남기고 1천여 마리가 몰살될 처지에 놓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인데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색늑대가 미 멸종위기종보호법(ESA)상 보호종이었기 때문입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회색늑대는 원래 알래스카부터 멕시코까지 북미 전역에 널리 분포했는데요.

1900년대 초 전국 단위 박멸 운동으로 대부분 사라지고, 캐나다 국경 지역에만 소수가 살아남았죠.

당국은 1974년 회색늑대를 '멸종위기종'으로 분류, 1990년대 아이다호주 등지에 방사하는 등 복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회색늑대 숫자가 증가하자 2000년대 초반 아이다호, 몬태나 등 몇몇 주에서 수렵을 재허가했죠.

급기야 지난해 11월 미 정부는 회색늑대를 멸종위기종 명단에서 퇴출, 대부분 주에서 사냥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당시 재선에 도전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수렵애호가, 축산업자 등의 환심을 사려는 노림수라는 비판을 받았죠.

정책 방향이 '보호'에서 '개체 수 조절'로 바뀐 데는 특히 축산업계의 입김이 작용했는데요.

위스콘신주 한 목장주는 "2019년 7월에만 양 13마리를 늑대에게 잃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죠.

캐머런 멀로니 아이다호축산협회 부회장은 가디언을 통해 "업계가 늑대로 인해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며 "늑대가 소를 잡아가는 것은 도둑이 공장에서 물건을 훔쳐 가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습니다.

반대 측에서는 늑대가 주는 타격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합니다.

늑대보호단체 리빙위드울프 관계자는 "아이다호주 소 250만 마리중 늑대에게 희생되는 숫자는 매년 200마리"라며 "축산업 피해의 주범은 (늑대가 아닌) 악천후나 질병 등"이라고 반박했죠.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서한을 보내 회색늑대를 다시 연방정부 보호 아래 둘 것을 호소했는데요.

'늑대 사냥 지원법'이 무분별한 포획을 유발, 또 전멸 위기를 초래하고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아이다호주에 앞서 늑대잡이를 법으로 의무화한 위스콘신주에선 60시간도 안 돼 무려 216마리가 사살된 바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를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원주민 학살'에 비유하며 '더는 자연에 손대지 말라'는 비판도 제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라니'가 비슷한 형편인데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적 멸종위기종이지만, 국내에서는 수렵이 허용된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천적이 사라져 개체 수가 늘어난데다 도로에서 '로드킬'을 유발하고, 농작물을 망친다는 이유 때문이죠.

인간의 필요에 따라 보호종과 유해종 사이를 오가는 야생 동물들.

공존의 딜레마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지선 기자 김지원 작가 문예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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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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