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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냉담해진 세계…독재 맞선 반체제 운동 위축

송고시간2021-05-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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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 정부가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외국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켜 여기에 탔던 반체제 인사를 체포한 사건이 일어난 뒤 독재정권에 맞선 해외 반체제 운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CNN 방송이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자국의 정치적 탄압에서 벗어나 외국에 체류하며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이 이번 사건을 보면서 신변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는 것이다.

CNN은 이런 불안과 위축의 배경엔 인권을 내세우는 서방조차도 실은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이런 반독재 운동가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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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잡힐 수 있다" 벨라루스 여객기 강제착륙 메시지

권위주의·배타주의 확산…서방도 실제론 인권보다 실용적 이익 우선

블라디미르 푸틴(좌)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좌)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타스=연합뉴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벨라루스 정부가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외국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켜 여기에 탔던 반체제 인사를 체포한 사건이 일어난 뒤 독재정권에 맞선 해외 반체제 운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CNN 방송이 3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자국의 정치적 탄압에서 벗어나 외국에 체류하며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들이 이번 사건을 보면서 신변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는 것이다.

CNN은 이런 불안과 위축의 배경엔 인권을 내세우는 서방조차도 실은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이런 반독재 운동가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흐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동·아프리카발 난민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서방이 자국 안보를 우선해 다른 나라의 인권을 외면하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해졌고 권위주의 통치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도 다른 이유로 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재주의 정권은 국제적 비난을 받더라도 이번 벨라루스처럼 '과감하고 무리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체제 인사를 본국으로 강제 송환해 정권의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CNN은 설명했다.

한달 넘게 이어지는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한달 넘게 이어지는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

(민스크 EPA=연합뉴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작년 9월13일(현지시간) 대선 불복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벨라루스에서는 지난달 9일 대선을 치른 후에 한 달 넘게 국제사회의 감시하에 대선 재실시를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sungok@yna.co.kr

◇ "언제든 잡힐 수 있다"

CNN은 독재국가인 벨라루스가 이번 여객기 강제착륙으로 반체제 인사에게 '위축 효과'를 냈다고 해석했다.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벨라루스의 반체제 인사는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의 여객기를 타고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가다 사실상 '공중납치'됐다.

벨라루스의 한 반체제 인사의 보좌관은 CNN에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 뒤 유럽 전역에서 누구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라고 우려했다.

런던에 체류하는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블라디미르 아슈르코프는 "이번 사건은 모든 반체제 인사에게 아마 악몽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러시아 정보기관도 암살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리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벨라루스의 독재자 루카셴코는 반대파 탄압을 새로운 단계로 격상했다"라며 "그가 사용한 방법을 다른 독재자도 경쟁적으로 따라할 수 있다고 많은 이가 두려워한다"라고 걱정했다.

런던에 있는 홍콩 인권운동가 네이선 로는 "중국, 러시아가 권위주의를 부추기는 가운데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인권 침해에 더 자신이 붙었다"라며 "나는 중국의 우방만 피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나라의 영공을 지나가는 것도 피해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AP=연합뉴스자료사진]

◇ 독재자의 초국가적 탄압 만연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권위주의 독재정권이 국경을 가리지 않고 반대파를 숙청하는 것을 '초국가적 탄압'이라고 명명했다.

이 단체가 낸 '보이지 않지만 닿지 못하는 건 아니다-초국가적 탄압의 이해'라는 보고서를 낸 네이트 솅컨은 "독재국가가 특정인(해외 체류 반체제인사)을 테러리스트로 지목하면 현지 사법기관이 이 사람을 구금하거나 본국으로 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솅컨은 프랑스에 있던 이란 반체제 인사 루홀라 잠이 이라크로 이동했다가 이란 정보기관에 체포된 사건, 유럽에서 활동한 르완다의 반체제 인사 폴 루세사바기나가 공작에 속아 르완다로 사실상 '압송'된 사건 등을 초국가적 탄압의 사례로 들었다.

이 보고서는 "초국가적 탄압이 점점 만연되고 있다"라며 "많은 정부가 해외에 있는 반대파를 공격하는 데 이 방법을 쓴다"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초국가적 탄압의 수법은 구금과 같은 물리적인 신병 확보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위협도 포함된다"라며 "놀랍게도 초국가적 탄압의 부정적 대가는 이를 포기하도록 하기엔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 독재정권은 왜 부쩍 '과감'해졌나

국경을 넘나드는 독재정권의 인권 침해와 반대파 탄압이 과감해진 것은 여러 원인이 복합된 현상이라는 게 CNN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 열린사회재단의 태티아나 마골린 국장은 "국제적으로 권위주의가 부상했고 민주 진영의 정치 지도자와 시민이 점점 이 문제에 냉담해진 상황이 혼합됐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미국을 포함해 권위주의가 전세계로 이동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라며 "특히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스트롱맨'이 다스리는 나라를 사랑했다"라고 비판했다.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인사 자말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가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라는 정황이 확실해졌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사우디의 반체제 인사 알리 아흐메드는 "인권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미국과 영국조차 사우디와 '실용적' 관계가 필요하다"라며 실제로는 경제적 이득이 인권을 우선한다고 주장했다.

마골린 국장은 "서방 시민들은 이제 난민의 고통에 둔감해졌고 도피처를 찾는 사람들을 동정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덜하다"라며 "이런 흐름 속에 난민의 처지가 더 어려워지고 표적이 되기 쉽도록 하는 난민 정책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배타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이에게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라며 "벨라루스 사건 뒤 전 세계적인 분노가 일어나지만 아주 빨리 잊힐 것"이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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