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어때] 거창韓거창

100만 송이 꽃창포원·Y자형 출렁다리, 새 힐링 명소
창포원에 만발한 노란 꽃창포 [사진/조보희 기자]
창포원에 만발한 노란 꽃창포 [사진/조보희 기자]

(거창=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100만 송이 꽃창포가 한꺼번에 품속으로 밀려드는 창포원. 암봉 3개를 이은 Y자형 출렁다리. 설렘과 두려움에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밑에는 협곡과 폭포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거창의 새 명소는 지친 마음을 달래고도 남는다.

산이 많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이 모이면 강이 커진다. 숲이 풍요롭고 물 맑은 우리나라에 정겹지 않은 곳 없지만, 경남 거창은 특별히 그렇다. 덕유산, 가야산, 지리산 등 3대 국립공원으로 둘러싸여 공기가 맑고 물이 깨끗하기 때문이다.

세 명산에서 뻗어 나온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봉우리가 금원산, 기백산, 단지봉 등 10개 이상이다. 거창은 예부터 '크게 일어날 곳', '넓고 밝은 들'로 불렸다.

'거창韓거창'. 한국에서 가장 큰 명품도시라는 의미의 거창군 통합 브랜드다.

최근 거창을 거창하게 만드는 명소들이 또 생겼다. 거창 창포원과 항노화힐링랜드다. 올해 5월 15일 공식 개장한 창포원에는 꽃창포 100만∼120만 송이가 4월 말에서 6월까지 약 두 달 동안 잇달아 피어난다.

우두산 항노화힐링랜드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각이 없는 Y자형 출렁다리가 설치됐다. 해발 600m 상공에 암벽 3개를 이었다. 교각이 없는 것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데크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는 연못 정원 [사진/조보희 기자]
데크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는 연못 정원 [사진/조보희 기자]

◇ 100만 송이 창포, 사람과 자연이 함께 힐링하다

13만 평의 거대한 수변공원에 피어나는 100만 송이 꽃창포는 생각만 해도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러나 이곳이 더 가치 있는 것은 사람과 자연이 함께 힐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드넓은 꽃창포밭에 뛰어들어 기쁨과 위안을 얻는다. 자연은 창포에 의해 생태가 복원된다. 이는 꽃창포가 대표적인 수질 정화 식물이어서 가능하다.

거창 창포원은 합천댐 상류 수몰지구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친환경 수변생태공원이다. 축구장 66개가 들어설 수 있는 면적이다.

이곳에서 꽃창포 100만∼120만 본이 자라고 있다. 꽃창포 외에도 나리, 국화, 수국, 갈대, 억새, 연꽃 등이 철 따라 피어난다.

꽃창포는 장미, 국화, 튤립과 함께 '세계 4대 아름다운 꽃'으로 꼽힌다. 영어 이름은 '아이리스'(Iris). 붓꽃과에 속한다. 변이가 많아 세계적으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가 있다.

창포원에 조성된 아이리스 정원에만도 500종류 이상의 아이리스가 심겨 있다. 올해 심은 이 아이리스들은 내년 봄에 만개할 것이다.

꽃창포는 옛날 선조들이 머리 감을 때 사용하던 창포와는 다른 종류다. 전래 민간요법에 쓰이던 창포는 천남성과 식물이다.

자주색 꽃창포 [사진/조보희 기자]
자주색 꽃창포 [사진/조보희 기자]

창포원은 공식 개장한 뒤 주말마다 3천∼4천 명이 방문하고 있다. 꽃창포는 4∼6월이 개화기이지만 가장 예쁠 때가 5월 중순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절정기를 약간 넘긴 시기였지만 노란색, 보라색 꽃창포 군락은 여전히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꽃창포밭에서 넋을 잃은 듯, 취한 듯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창포원에서는 봄이면 벚꽃, 튤립, 이팝나무꽃, 유채, 장미 등이 정원을 수놓는다. 꽃창포가 지는 6월부터는 연꽃, 수련이 피어나 방문객을 반긴다.

가을에는 국화 향기와 단풍이 짙어지다가, 겨울에는 온실의 열대 식물과 설경이 탐방객을 매혹한다.

우리를 맞아준 것은 꽃창포 외에도 장미, 백련과 홍련, 수레국화, 꽃양귀비 등이었다. 특히 수레국화와 꽃양귀비는 동화에서나 볼 법한, 화사한 꽃밭을 만들고 있었다.

한국에는 국가정원 2개, 지방정원 3개가 있다. 순천만정원, 울산 태화강정원이 국가정원이다.

거창 창포원은 담양 죽녹원, 양평 세미원과 함께 3대 지방정원이면서 경상남도 제1호 지방정원이다. 창포원은 앞으로 국가정원 승격에 도전한다.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사진/조보희 기자]
수레국화와 꽃양귀비 [사진/조보희 기자]

창포원 옆을 흐르는 황강 건너편에 제2 창포원을 조성 중이다. 제2 창포원의 규모는 14만 평. 3년 뒤인 2024년에 완공되면 창포원은 27만 평으로 확대된다.

제1, 제2 창포원 사이를 흐르는 황강 수면 면적을 더하면 창포원의 규모는 30만여 평에 달하게 된다.

창포원 정원에는 화장실을 제외하면 인공으로 지어진 건물이 없다. 정원 구역이 시작되기 전, 창포원 초입에만 방문자센터, 열대식물원, 자연에너지학습관 등 환경 교육 시설과 필수 건물이 있을 뿐이다. 환경 훼손을 최소화해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현재 창포원에는 인근 농경지로부터 오염된 물이 흘러들어온다. 이 물은 수많은 창포에 의해 정화된 뒤 황강으로 유입되고 합천호로 흘러간다. 앞으로는 황강 물의 일부도 창포원을 거치게 함으로써 정화한다는 계획이다.

브라질의 열대우림인 아마존은 숲과 강이 어울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생태계의 보물,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아마존과 같은 국내 제일의 힐링 낙원. 창포원이 가고자 하는 미래다.

우두산 Y자형 출렁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우두산 Y자형 출렁다리 [사진/조보희 기자]

◇ 다리 없는 다리, Y자형 출렁다리

우두산(1,046m) 자락에 있는 항노화힐링랜드에는 Y자형 출렁다리가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해발 600m에 있는 암봉 3개를 연결한 이 다리는 험한 협곡 위에 설치돼 있다.

갈래가 셋인 이 현수교의 총 길이는 109m다. 세 방향 각각 40m, 24m, 45m다. 보행 폭은 1.5m, 통행 하중은 56t이다. 70㎏ 성인 750명을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속 32m의 강풍을 견딜 수 있고, 내진 1등급이다.

힐링랜드 입구에서 출렁다리까지 거리는 상행 0.6㎞, 하행 0.5㎞다. 멀지 않지만 꽤 가파르다. 많은 관광객이 몰릴 때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모두 일방통행이다.

오르막길에는 576개 나무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나무계단을 꾸준히 오른 뒤 출렁다리에 이르면 위로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산과 하늘에 취하고, 아래로는 숨 막히게 아찔한 협곡에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케이블카에 올랐을 때보다 신나고, 롤러코스터 탈 때보다 어지럽다.

소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는 우두산은 바리봉(800m), 의상봉(1,032m), 마장재(850m) 등 작은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인근 명산과 고개로 이어진다. 출렁다리의 한쪽 갈래는 마장재 가는 길로 이어진다.

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절경은 출렁다리의 세 갈래 가지 중 어느 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출렁다리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좁고 깊은 계곡이 있었나 싶다. 협곡 사이에는 가느다란 폭포가 길게 뻗어 있었다. 폭포 중간과 끝에는 용소, 용담이라는 웅덩이가 형성돼 있다.

출렁다리 아래는 깊은 협곡이다. [사진/조보희 기자]
출렁다리 아래는 깊은 협곡이다. [사진/조보희 기자]

출렁다리는 완공된 지 1년이 넘었다. 감염병 확산 우려 때문에 공식 개장하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임시 개장했던 한 달여 동안 17만 명 가까이 방문했다. 하루에만 2만 명 이상이 찾은 적도 있었다.

출렁다리 탐방 문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공식 개장될 전망이다. 내리막길 계단에 씐 글귀가 인상적이다.

혼자 걷는 길에는 예쁜 그리움이 있고

둘이 걷는 길에는 어여쁜 사랑이 있고

셋이 걷는 길에는 따뜻한 우정이 있다

힐링랜드에는 출렁다리 외에도 가볼 만한 곳이 적지 않다. 이곳은 천혜의 산림자원을 활용해 치유를 주제로 조성된 휴양시설이기 때문이다.

자생식물원, 치유의 숲이 그런 곳이다. 힐링랜드의 전체 면적은 자연휴양림 50㏊, 치유의 숲 50㏊ 등 100㏊에 이른다.

힐링랜드에서는 현재 산림치유 및 숲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출렁다리를 제외하고 자생식물원과 치유의 숲을 방문할 수 있다.

이곳이 왜 힐링랜드라고 불리는지 두 곳을 방문하면 실감한다.

자생식물원에서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강력한 치유 물질인 피톤치드를 내뿜고 청정한 견암폭포가 음이온을 발산한다. 견암폭포를 바라만 보아도 심신이 편안해지는 것은 청정수가 만들어내는 음이온 때문일지 모르겠다.

자생식물원에 있는 견암폭포 [사진/조보희 기자]
자생식물원에 있는 견암폭포 [사진/조보희 기자]

말채나무, 관중, 좀작살나무, 수국, 참빗살나무 등 다양한 자생식물 덕에 숲이 건강한 것 같았다.

치유의 숲에는 경사도 8% 미만의 무장애길 1.4㎞가 조성돼 있고,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장소도 군데군데 있다. 무장애 길에서는 노약자, 어린이는 물론 휠체어 사용자도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야외에서 요가 수련을 할 수 있는 나무 데크, 해먹에 누워 창공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해먹 명상장, 나무기댐 명상장 등도 눈에 띈다.

나무기댐 명상장에는 소나무에 기대앉을 수 있도록 통나무 의자들이 몇 그루의 소나무 앞에 놓여 있었다.

종합산림복지 법인 대표인 장은하 산림치유지도사는 "하늘을 쳐다보며 바람과 숲의 소리를 듣는 나무기댐 명상을 하면 나무가 내뿜는 산소를 사람이 마시고, 사람이 내쉬는 이산화탄소를 나무가 흡수함으로써 사람과 나무가 함께 호흡하고 서로 의지하는 존재임을 체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다도, 만들기 체험, 온열테라피, 음이온 샤워, 아로마치료법 등 어린이, 청소년, 성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다양했다.

수승대 거북바위 [사진/조보희 기자]
수승대 거북바위 [사진/조보희 기자]

◇ 자연은 청정하고, 명승지는 유서 깊은 거창

굳이 새로운 랜드마크가 아니더라도 빼어난 산수 풍광을 자랑하는 거창에는 전통 명승지가 적지 않다.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수승대다. 거북바위, 요수정, 구연서원이 어우러져 '경남 답사 1번지'로 불리는 수승대는 국민 관광지라 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였다. 사신을 걱정하며 송별하는 곳이라 하여 '수송대'(愁送臺)라 불렸다.

비경에 붙은 불길한 이름이 못마땅했던 퇴계 이황이 이름을 '수승대'(搜勝臺)로 바꿀 것을 권하는 시를 지은 것을 계기로 지명이 바뀌었다.

지리학자 김정호 선생이 1864년 제작한 대동여지도 소장지인 거창박물관, 남덕유산에서 발원하는 월성계곡, 거창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열산성,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금원산 생태 수목원, 1.2㎞의 옛 담장이 고가와 어울리는 황산한옥마을, 현대사의 비극에 희생된 넋을 위로하는 거창사건 추모공원….

새 힐링 명소와 함께 전래 경승지도 덩달아 주목받을 것 같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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