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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연구실 유출설이 사실이라면

송고시간2021-05-30 07:07

팬데믹 초기 유출설 일축했던 과학계도 태도 바꿔…유출설 뒷받침하는 연구도

WP "연구실 유출설 사실이면 중국 왕따 국가 되고 미 대통령에겐 난제 될수도"

2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EPA=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음모론 취급을 받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연구소 유출설이 유력한 이론으로 급부상했다.

이 가설은 중국의 우한(武漢)바이러스연구소가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앙이란 것이다. 고의든, 실수든, 또 이 바이러스가 자연발생한 것이든, 생물학 무기로서 인위적으로 합성된 것이든 이 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연구소 유출설 자체는 새롭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사태 초기부터 소문으로 돌았다.

새로운 것은 종말론 영화나 좀비 영화에서 본 듯한, 그래서 주류 과학계가 일찌감치 일축했던 이 가설을 '개연성 있는 이론'으로 둔갑시킨 정황의 변화다.

논란의 직접적 촉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였다. 이 신문은 미 정부의 비공개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2019년 11월께 코로나19와 일치하는 증상으로 몸이 아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때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직전이다.

더 크게 달라진 것은 과학계의 반응이다.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던 과학계가 이번에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보도가 나오기 며칠 전 미국의 전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것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답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실 유출설에서 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연구실 유출설에서 이 바이러스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의 발생 기원을 찾으려는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정확한 출처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 한 가지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코로나19가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실에서 유출됐다는 정황 증거가 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대규모 발병이 일어난 뒤 지금 정도의 시점에는 그 질병이 발원한 동물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는 아직까지 동물로부터 기원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중국의 유일한 생물학적 안전성 4단계 연구소이고 이 연구소가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해왔다는 점도 공교롭다. 이 연구소에서 멀지 않은 우한의 수산물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 미생물학 교수 데이비드 렐먼은 작년 11월 미 국립과학원(NAS) 회보에 쓴 기고문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에 관한 설명에 많은 핵심 사항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바이러스의 개연성 있는 진화 과정이나 가장 최근 시조는 물론 놀랍게도 최초 인간 감염의 시간과 장소, 전염 기제조차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적 구조를 볼 때 이 바이러스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도 같은 달 나왔다.

21일 서울역 앞 임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줄 서 기다리고 있다.

21일 서울역 앞 임시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사람들이 우산을 쓴 채 줄 서 기다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흥미로운 칼럼을 실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연구실 유출설이 사실이라면 어떤 파장을 낳겠느냐는 것이다.

이 칼럼은 "실험실 사고에서 유래한 치명적인 전 세계적 팬데믹은 기본적으로 할리우드의 각본"이라며 "여기에 마침 공산주의인 사악하고 강력한 외국 정부가 관여해 있다는 사실은 거의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 가설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다른 나라들이 얼마나 화가 날지를 고려할 때 중국은 왕따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내기를 거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점은 이미 알려졌지만 연구실에서 유출됐다면 이는 더 나쁜 것이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면 더 그렇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중국에 광범위한 제재를 하자는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난제가 던져진다. 연구설 유출설이 사실이라면 이를 묵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중국과 교역해야 하는 현실상 제재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60만명이 코로나19로 숨지며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이 된 미국으로서는 심각한 대응을 해야 하고 이는 행정부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칼럼은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응을 이끄는 일도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를 크게 잡아먹을 것이다.

한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북공정이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미세먼지 논란 등 다양한 요인들로 고조되고 있는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개연성이 상당하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에도 교역 1순위 국가다. 한반도의 안보 문제에서도 중국은 중요한 관련국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논란의 연구실 유출설이 입증될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하다는 것을 외려 위안으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WP는 칼럼에서 이번 논란의 가장 좌절스러운 면은 이 가설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높아진다고 해서 진실이 드러날 가능성까지 높아지지는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은, 실제로는 틀릴지도 모르지만 결코 틀렸다고 입증되지도 않은 채 여전히 입증되지 않은 가설로서 수년간 정치적 논쟁거리로 살아남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미 350만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가며 전 인류의 삶을 되돌릴 수 없이 뒤집어놓은 이 전염병의 기원에 관한 진실은 대부분의 인류에게 영원히 비밀로 남을 것 같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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