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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배곯는 사람 챙겨라"…독립운동 선친 뜻 이어받아 30년 봉사

송고시간2021-05-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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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등삼(83) 경남동심초회장은 경남 창원에서 30년 가까이 독거노인을 위해 '사랑의 우유 배달'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배 회장의 선친은 독립운동가 배만두(1986∼1979) 선생으로 고성만세 시위운동을 주도하고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했다.

50대가 될 때까지 고성의 번듯한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배 회장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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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부터 '가난과 봉사' 물려받아…광주·경남에 '사랑의 우유' 배달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 순간까지 봉사활동"…30년 된 그랜저 타고 다녀

배등삼 경남동심초회장
배등삼 경남동심초회장

[박정헌 촬영]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평소 아버지가 당부하던 말이 '배곯는 사람은 누구라도 챙겨라'였어요. 그 말을 가슴 속에 담아두고 살다 30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비로소 실천하게 됐죠."

배등삼(83) 경남동심초회장은 경남 창원에서 30년 가까이 독거노인을 위해 '사랑의 우유 배달' 등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배 회장의 선친은 독립운동가 배만두(1986∼1979) 선생으로 고성만세 시위운동을 주도하고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했다.

고향 고성에서 가마니공장을 운영하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에게 공장을 담보로 거금의 독립자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은행 빚을 갚기 위해 집과 논밭을 팔고 남의 집에서 셋방살이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배 회장의 성정은 평생을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맞서 싸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어릴 때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지만, 그 이유는 몰랐어요. 나중에야 김원봉이 쓸 독립자금을 마련하느라 그랬다는 얘기를 들었죠.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거지 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가난과 봉사를 함께 물려받은 셈이죠."

50대가 될 때까지 고성의 번듯한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배 회장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배만두 선생
배만두 선생

[배등삼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회사를 그만둔 그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해 소수의 봉사자와 함께 창원 한 노숙자 돌봄 기관에서 갈 곳 없는 이들을 돌봤다.

2001년에는 남모르게 봉사하자는 뜻을 담은 '경남작은바위회'를 창립해 독거도인 도시락 전달사업 등을 시작했다.

이후 2011년 봉사하는 마음은 다 같다는 뜻에서 단체 이름을 '동심초회'로 바꾼 뒤 사회 각계각층의 봉사활동 참여를 유도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9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기념식 당시 보수정당 참석 여부를 두고 시민과 정당 간 충돌이 발생하자 뿌리 깊은 지역갈등 해소에 공헌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 결과 김지열 경감, 권재훈 경위 등 경남 경찰과 종교계 등 지역 각계각층이 모여 '동서나눔물결'이라는 새로운 봉사단체를 만들어 광주 복지시설 6곳에 우유를 전달하고 있다.

우유를 원가로 받아 직접 배달까지 맡은 남양유업 광주두암대리점 유현 대표 등 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으로부터 소외된 어르신들을 위한 노력에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저는 그야말로 무일푼이에요. 창원에 사는 오피스텔도 전세로 들어가 있어요. 우윳값은 독지가들로부터 후원을 받지만 부족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어찌어찌 계속 끊기지 않고 이어오고 있네요."

배등삼 경남동심초회장과 30년 된 그랜저
배등삼 경남동심초회장과 30년 된 그랜저

[박정헌 촬영]

배 회장이 타는 차도 30년이 넘은 그랜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까지 그는 이 차로 고성과 창원 등 경로당 57곳에 우유를 배달했다.

단종된 지 오래된 낡은 차로 바꾸고 싶어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아직 타고 있다.

그런 배 회장에게도 개인적 행복의 순간은 있다. 바로 일주일에 한 번 인근 교회 목사님이 창원 사무실을 찾아와 기도해주는 순간이다.

또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아침마다 인근 공원에서 운동하는 것도 빼먹지 않고 있다.

"지금은 친척들의 후원 덕에 제 생계는 걱정 없이 그럭저럭 먹고살 수준은 됩니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예전처럼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더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 순간까지 봉사활동을 하다 떠나는 거예요."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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