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지방대]③ 대학 문 닫으면 도시도 소멸…대안 찾자(끝)
송고시간2021-05-21 07:10
위기해법으로 주목받는 공유대학…대안 가능성엔 아직 물음표
서울서 먼 곳부터 폐교 위기론 확산…전국대학 공생안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왼쪽)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고등교육 위기 극복과 재정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진술하고 있다. 2021.5.6 zjin@yna.co.kr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방에 있는 대학이 무너지면 지방도 소멸할 것입니다."
지방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문을 닫게 되면 지방 도시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방대학과 지자체, 기업·공공기관, 연구소 등 지역사회는 '대학 위기는 곧 지방 소멸'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다양한 논의 속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슈가 있다. 바로 공유대학이다.
대학 간 장벽을 허물고 인적 물적 자원을 나누는 공유대학이 대학 위기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유대학은 학점교류, 공동교육, 공동학위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경남도가 주도해 경상국립대, 창원대, 경남대 등 17개 지역 대학과 LG전자, 한국토지주택공사, NHN 등 지역기업까지 참여한 '경남형 공유대학'(USG)은 지역 학생을 지역 기업에 취업시키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으로 선정된 경남형 공유대학은 스마트 제조 엔지니어링(기계설계, E-모빌리티, 지능로봇), 스마트 제조ICT, 스마트 공동체(스마트도시건설, 공동체혁신) 분야 융복합 전공을 개설하고 올해 2학기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1∼2학년은 학교별로 기초 공통교양 과목을 이수하고 3∼4학년은 복수전공 형태로 심화 학습을 한다.
공유대학에 선발된 학생은 장학금과 교통비 등 수도권 대학 수준 교육비 지원 혜택을 받고 지역기업 인턴 기회도 받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울산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SK에너지 등 울산지역 대학·기업도 경남 공유대학과 협력해 미래 모빌리티, 저탄소 그린에너지를 전공하는 인재를 육성한다.
경남도와 울산시는 USG 학사 500명, 석·박사 150명, 전문학사 150명 등 연간 800명 혁신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손정우 USG 대학혁신본부장은 "지금까지 경남에 있는 대기업에 지역 대학 출신이 취업하기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경남형 공유대학에서 복수전공을 이수한 학생에게 지역 대기업 인턴과 취업 기회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손 본부장은 "경남형 공유대학에 선발된 학생에게 서울 상위권 대학 수준의 교육비를 지원한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핵심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이 직접 평가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을 공유대학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지방대학 위기 정부 대책 및 고등교육 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5.6 yangdoo@yna.co.kr
교육부는 '지역혁신플랫폼사업'과 '디지털 신기술 인재 양성 혁신공유대학' 등 공유대학을 통한 지방 대학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단일형 지역혁신플랫폼사업에 경남과 충북이, 복수형 플랫폼사업에 광주·전남이 각각 선정됐다.
올해는 대전·세종·충남 플랫폼과 경남·울산 플랫폼이 추가됐다.
하지만 '경남형 공유대학'에 울산이 참여하고 부산이 빠진 것을 두고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이 추진하는 메가시티(광역도시) 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부산시는 친환경 조선기자재, 스마트해양물류, 해양신서비스 등을 핵심 분야로 부·울·경 지역혁신플랫폼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비 배정에 불리하다고 판단해 막판에 불참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지역혁신플랫폼에 선정된 경남은 매년 300억원이 지원받는다.
반면 4년제 대학 14개와 전문대 9개를 포함해 23개 대학이 있는 부산은 추가 선정 시 배정되는 국비 150억원을 울산과 나눠야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년에 단일형 공모가 나오면 해양산업·스마트 항만·물류, 친환경 선박, 해양레저·관광 등 부산에 특화된 공유대학 모델을 만들어 참여할 계획"이라며 "부산과 경남·울산이 각각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나중에 합쳐도 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은 "부·울·경이 수도권에 대항하는 광역경제권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혁신플랫폼에 부산이 빠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공유대학 간 물리적 거리, 상이한 학사제도 등 해결과제도 산적하다"고 지적했다.
공유대학이 대학 서열화와 수도권 집중을 막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은 "권역별로 공유대학을 운영하고 유사 학과를 묶은 연합대학을 운영하더라도 지방대 위기의 원인인 수도권 선호현상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지자체, 대학, 상공계가 지역사회와 공존이 가능한 대학 특성화 방안과 대학구조조정 방향도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6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궁동 충남대학교 대학본부에서 열린 '2021년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 선정 관련 합동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학민 대전·세종·충남지역협업위원회 센터장, 원성수 공주대 총장, 이진숙 충남대 총장,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2021.5.6 psykims@yna.co.kr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감축 비율도 초미의 관심사다.
인구감소 추세와 현행 입학정원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024년에는 대학 입학생 11만명이 부족하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198개 대학 2023년도 대입 전형계획을 심의한 결과 입학정원은 34만9천124명으로 올해보다 2천571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한 부산지역 14개 대학은 2023년 입학정원을 500여 명 줄였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 정원은 2천명 이상 늘어난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대학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은 대학 정원 감축과 대학 서열화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에서 먼 지역 대학부터 대학서열이 낮은 순서부터 폐교 위기에 몰리고 있다"며 "수도권 주요 대학을 비롯해 전국 대학이 일률적 정원 감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대학 위기는 오래전 예견된 일이지만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크다"며 "폐교로만 내모는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 공동화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정부가 자생력이 약한 대학에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 간 통합을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호환 국가교육회의 고등직업교육 개혁전문위원장은 "지방대학이 몰락하면 지역소멸로 이어진다"며 "공기업에서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법률 제정과 평가 위주 대학지원 사업 폐지, 부실 사립대 퇴출 시 투자금 환원, 유사 중복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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