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지방대]② '학내 반발·갈등'…가시밭길 구조조정
송고시간2021-05-20 07:10
통합·감축·폐지 추진에 학생회, 총동창회, 교원단체 반발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 19일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차정인 부산대 총장이 부산교대 총동창회 회원들의 실력행사에 막혀 되돌아가고 있는 모습. 이날 예정된 부산교대와 부산대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은 부산교대 총동창회와 학생회 반대로 일단 취소됐다. ccho@yna.co.kr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올해 지방대학에서 벌어진 대규모 미달 사태는 본격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 핵심은 정원 감축이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인구 절벽에 따른 대학의 구조적 위기에 대비해 대학 간 통합이나 자체 학과 통폐합이 시도되고 있지만, 학교 구성원 반대에 부딪혀 진통을 겪고 있다.
부산교육대학에서는 학생회와 총동창회가 나서 지역거점 대학인 부산대와 통합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교대 총동창회는 "초등 교육은 전인교육을 하는 특수성을 지닌다"며 "교대가 종합대학에 흡수 통합되는 것은 초등교육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학교 학생회도 "통폐합과 관련해 학생을 비롯해 학교 구성원 사이에 충분한 토의와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학교는 졸속적인 대학 통폐합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9일 부산교대 본관 앞에서 부산교대 학생들이 부산대와 통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21.4.19 ccho@yna.co.kr
반면 학교 통합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은 부산교대와 부산대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교원 양성체제 전환을 위해 대학 통합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교대는 "현재 교육대학은 산업사회 초기 모델로 종합적 소양을 갖추고 학문적 기반을 쌓아나가는 교원 양성체제로서 한계가 있다"며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초등교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종합대학에서 초등교원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발 '교대 통합' 이슈가 전국에 있는 다른 거점 교대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전국 교원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교육대학총동창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지난달 부산교대와 부산대 통합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70여 년 동안 최고의 초등교원 양성기관으로 발돋움한 교육대학을 낡은 경제 논리로 일반대학과 일방 통합하려는 초등교육 말살 행태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학내 몸집 줄이기를 둘러싼 갈등도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신라대가 예술 관련 학과 통폐합을 두고 교내 구성원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신입생 확보율이 정원의 약 80%인 1천743명에 그친 신라대는 지난 3월 전체 신입생 정원 15%를 축소하는 학과 구조조정 안건을 의결했다.
신라대는 52개 학부·학과 중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곳을 대상으로 통폐합 논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창조공연예술학부 음악·무용 전공 학생들이 폐과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용 전공 학생들은 "부산에 있는 4년제 사립대 중 무용학과가 있는 곳은 신라대가 유일하다"며 "폐과 같은 극단적 방법이 아닌 강사비 절감 등 방법을 찾아보자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라대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정원 미달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학과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남에 있는 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모 교수는 "올해 피아노과 정원은 채웠지만, 지원율이 대폭 하락했다"며 "신라대 예술 관련 학과가 무너지면 다른 학교도 도미노처럼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순수 예술 분야에 취업률 등 각종 지표를 적용하면 지역 예술교육은 자멸하게 된다"며 "지역 대학에서 예술교육을 포기하면 결국에는 서울지역 대학 출신이 지역에 있는 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 등을 채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는 지난 3월 한국음악과, 신소재화학전공, 의생명공학전공, 빅데이터·응용통계학전공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기로 했다.
폐지 대상 학과 학생과 강사 등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구성원 의견 수렴이 없었고 학과 고유 특성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6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지방대학 위기 정부 대책 및 고등교육 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5.6 yangdoo@yna.co.kr
일부 대학에서 학과 통폐합을 두고 벌어지는 내부 진통 사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입학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학과 통폐합 등으로 정원을 조정하려는 대학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육부가 3년 단위로 평가하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가 나오면 상당수 지방대가 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산에 있는 한 사립대학은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 3개 부문 기준 미달로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지정될 위기에 처해 비상이 걸렸다.
신입생 충원율 90% 이하를 기록한 이 대학은 졸업생 취업률도 기준(61%)에 근소한 차이로 미달한 것으로 알려져 교육부에 지표산출과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지정되면 교육부가 주관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고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도 제한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신입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면 신인도까지 하락해 신입생 충원율 등 지표는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학마다 구조조정의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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