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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기는 콜롬비아 시위…빈곤·불평등 향한 분노 터져나와

송고시간2021-05-08 05:06

세제개편 철회 이후에도 계속…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확대

강경 진압 속 사상자 속출…정부, 야당·시민단체 대화 시작

지난 5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 시위
지난 5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 시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콜롬비아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촉발한 시위가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 철회 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화한 빈곤과 불평등 등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터지며 시위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지난달 28일부터 전국서 시위…강경 진압 속 20여 명 사망

7일(현지시간) 수도 보고타를 비롯한 콜롬비아 곳곳에서는 노동조합과 학생, 원주민, 환경운동가 등이 벌이는 총파업 시위가 펼쳐졌다.

이반 두케 정부의 세제개편에 반대해 지난달 28일 이후 열흘 연속 이어지고 있는 시위다.

지난 1일 두케 대통령이 결국 세제개편 계획을 철회한 이후에도 시위는 계속됐고, 사태 해결을 위한 두케 대통령과 야당·시민단체의 대화가 시작된 이날도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콜롬비아 전역은 물론 스페인과 칠레 등에 거주하는 콜롬비아인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가 격렬해지며 사상자도 속출했다.

콜롬비아 인권옴부즈맨은 지금까지 시위 중 2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시위 사망자를 36명으로 집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시위자다.

민간인과 경찰 등 수백 명이 다쳤다. 한 시민단체는 시위 이후 379명이 실종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4월 3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칼리의 시위 진압 경찰
4월 3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칼리의 시위 진압 경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세제개편이 도화선…사회 불평등 등에 대한 분노 폭발

시위의 발단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이었다.

우파 두케 정부는 향후 9년간 60억달러 이상의 세수를 더 거둬들이기 위해 소득세 징수 대상을 늘리고, 부가가치세 부과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개편을 추진했다.

한 달 월급이 우리 돈 70여만원으로, 최저임금의 3배에 그치는 사람들부터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중산층 이하에서 폭넓은 반발이 일었다.

시위대는 정부가 부자가 아닌 서민과 중산층의 주머니만 턴다며 분노했다.

격렬한 시위 끝에 두케 대통령이 백기를 들고 개편안을 철회했으나, 이미 시위대의 분노가 세제개편 너머로 확대된 후였다.

코로나19로 더욱 심화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억눌린 분노 등이 터져나오면서 시위대는 의료·교육제도 개선이나 두케 대통령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치안 개선 대책이나 코로나19 접종 확대도 외치고 있다.

'S.O.S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위대
'S.O.S 콜롬비아' 보고타의 시위대

[AFP=연합뉴스]

사실 콜롬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201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칠레를 시작으로 남미에 도미노처럼 시위가 확산했을 때 콜롬비아에서도 격렬한 시위가 펼쳐졌고, 사상자도 속출했다. 노동·교육·연금·치안 등 여러 분야에서 두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였다.

2019년 11월 불붙은 시위는 연말·연초를 지나고 코로나19를 맞으며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봉합되지 않은 채 단지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이어서 언제라도 다시 터질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억눌린 불만과 분노는 더 커졌다. 장기 봉쇄 속에 지난해 콜롬비아 경제는 6.8% 후퇴했고, 빈곤율은 42.5%로 치솟았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상황에서 들린 증세 소식은 결국 분노를 터뜨리는 도화선이 됐다.

◇ 경찰 과잉진압 비판도 커져…내년 대선에도 영향 미칠 듯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과도한 무력 진압에 대한 안팎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인권옴부즈맨이 집계한 시위 사망자 중 최소 11명은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유엔은 콜롬비아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비난하는 등 국제사회와 인권단체 등이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에 우려를 표시했다.

시위 사망자 추모 집회
시위 사망자 추모 집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위대의 요구사항 중에는 시위 진압을 위한 경찰 특수부대 ESMAD의 해체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야당 녹색당의 카터린 미란다 대변인은 로이터에 "정부는 앞으로는 대화와 화해를 제안하면서 뒤로는 탄압만 이어간다"며 정부가 시위대와의 대화에 앞서 경찰의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워싱턴중남미사무소의 히메나 산체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군 배치나 폭력 진압 등은 시위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오히려 더 큰 저항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거리에서 터져 나온 불만이 내년 5월 콜롬비아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콜롬비아 대통령은 4년 단임제라 두케 대통령은 출마할 수 없다.

정치 분석가 세르히오 구스만은 로이터에 "지금 시위 상황은 정부나 여당, 그리고 내년 대선에서 여당의 운명에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국기 흔드는 시위자
콜롬비아 국기 흔드는 시위자

[AFP=연합뉴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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