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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유리 너머 건넨 카네이션 "다시 손잡을 때까지 건강하셔야 해요"

송고시간2021-05-07 14:18

어버이날 앞두고 요양병원은 눈물바다…기약 없는 코로나 시대 이산가족

차가운 유리 너머로 따뜻한 엄마의 체온 느끼는 걸로 아쉬움 달래

100세 앞둔 노모 "그래도 자식들 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

차가운 유리 너머로 느끼는 따뜻한 가족의 체온
차가운 유리 너머로 느끼는 따뜻한 가족의 체온

[손형주 기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엄마 우리 잊지 않아서 고마워.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 꼭 건강하세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부산 중구 중앙나라요양병원 비접촉 면회실은 온종일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유리 너머로 두 딸을 두 달여 만에 마주한 이순애(97)씨는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불편한 몸에도 자식과 손자 안부를 묻는 게 우선이었다.

이날 이순애씨를 찾은 두 딸 양정임(55)씨와 양인숙(61)씨는 유리창 너머로 카네이션을 들어 보이고 하트를 그리며 노모를 위해 어린아이처럼 재롱을 피웠다.

유리창 너머 수화기로 들리는 목소리는 서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에 부족했다.

차가운 유리창에 손을 맞대며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100세를 앞둔 어머니는 눈가가 촉촉해졌지만, 딸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엄마의 눈빛
엄마의 눈빛

[손형주 기자]

작은딸 양정임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매주 병원을 찾아와 머리도 잘라드리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었는데 지난해부터 그러지 못했다"며 "비접촉 면회가 시작된 뒤부터는 면회가 허용될 때마다 2~3달에 한 번씩 어머니를 찾는데 코로나19가 확산한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어머니를 뵙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큰딸 양인숙씨는 "어머니 연세가 100세를 앞두고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정말 없다"며 "코로나19가 어서 종식돼 손을 꼭 잡고 따뜻한 밥을 꼭 같이 먹으며 마음껏 효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순애씨는 "자식들 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날 중앙나라 요양병원은 어버이날을 맞아 직원들이 어르신들에게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행사도 했다.

유리창 너머 그리운 만남
유리창 너머 그리운 만남

[손형주 기자]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집단생활을 하는 요양병원 등은 그간 강도 높은 방역 관리와 함께 환자 보호를 위해 접촉 면회를 제한해 왔다.

지난해 7월부터 비접촉 면회가 허용된 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임종을 앞둔 가족에 한해 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마쳤으면 요양병원·시설에서 가족을 대면 상태로 면회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운 만남
그리운 만남

[손형주 기자]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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