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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르포] "내 돈 찾기도 너무 힘들어요"…ATM 앞 곳곳서 장사진

송고시간2021-04-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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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것 중 하나는 은행 업무다.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몰린다.

어딜 가나 ATM 주변에 사람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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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직원들 시민불복종 운동 참여로 창구 업무 불가능해지자 ATM에 몰려

"통행가능 12시간 중 절반 날아가" 하소연도…'앞순서 번호표' 돈 내고 사기도

양곤 미얀마플라자 내부 현금인출기 앞에 늘어선 인출 대기자들, 이 줄은 내부 한쪽 면을 채우고 밖으로까지 연결되어 있다. 2021.4.27.[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 미얀마플라자 내부 현금인출기 앞에 늘어선 인출 대기자들, 이 줄은 내부 한쪽 면을 채우고 밖으로까지 연결되어 있다. 2021.4.27.[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것 중 하나는 은행 업무다.

쿠데타 이후로 많은 은행원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면서 시중 은행의 창구 영업이 거의 중지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몰린다. 어딜 가나 ATM 주변에 사람들의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ATM 기기는 한정돼 있고, 돈을 찾으려는 사람은 많다 보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현지 KBZ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군부가 쿠데타 직후 한 번에 30만 짯(약 24만원), 하루 최대 100만 짯(약 80만원)이던 ATM 인출 가능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현재는 하루 최대 20만 짯(약 16만원)에 불과하다.

새벽부터 줄 서 기다린 인출 대기자 행렬과 이들의 아침을 해결해주기 위해 등장한 모힝가 좌판 행상.2021.4.27.[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새벽부터 줄 서 기다린 인출 대기자 행렬과 이들의 아침을 해결해주기 위해 등장한 모힝가 좌판 행상.2021.4.27.[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개인이 20만 짯을 찾으려면 돈을 인출할 ATM을 먼저 찾아야 하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며칠 전 찾은 양곤에서 가장 큰 복합 쇼핑몰인 미얀마 플라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에 입정한 상점 주인인 A씨는 기자에게 "ATM이 10대가 넘고 현금이 고갈되면 바로 보충해주고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 "그래서 현금을 찾으려는 인파의 줄이 건물 내부 한쪽 면을 다 채우고 밖으로까지 몇㎞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현금을 찾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ATM 내에 들어있는 현금이 동나면 그날은 그걸로 끝인 ATM이 대다수다.

개인이 고액인 200만 짯을 찾으려면 영업하는 은행 지점을 미리 수소문해야 한다.

오전 6시까지인 통금시간이 해제되자마자 줄을 서서 순서대로 QR 코드를 받아야 하고 그것도 하루 제한 인원이 30명~50명에 불과하다.

한 미얀마 가정주부는 기자에게 "급전이 필요해 위험을 무릅쓰고 통금 해제 시간인 오전 6시 전부터 가서 줄을 섰는데도 뒷번호를 받아 불안했다. 그래서 앞번호를 받은 사람에게 3만 짯(약 2만4천원)을 주고 번호를 바꿨다"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돈 찾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한국 회계법인의 미얀마 법인장인 B씨도 회사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직원이 새벽부터 줄 서서 기다리다 QR코드를 받아 은행 지점에 예금 인출 서류를 제출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6시간이었다"면서 "서류를 제출해도 며칠 내에 개별 전화 통보한다는 말을 듣고 돌아와 전화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 측에서 17일 만에야 전화로 날짜와 지점을 지정해줘서 2천만 짯을 겨우 인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 12시간씩 통행금지가 시행되는 나라에서 개인이나 회사가 자기 돈을 찾으려면 통행 가능 시간의 절반인 6시간을 사용해야 그나마 순번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시민불복종운동(CDM)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현지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이 은행 업무에 차질을 가져온 경우도 있다.

한 국내 은행의 미얀마 현지법인 창구 전경.2021.04.22
한 국내 은행의 미얀마 현지법인 창구 전경.2021.04.22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지난 22일 기자는 양곤 시내의 한 국내 은행의 현지 법인을 찾았다.

돈 찾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던 터라,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갔다.

그러나 은행 창구에 현지인 직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했는데 곧 의문이 풀렸다.

최근 국내 은행 양곤 지점에서 일하던 현지 직원이 퇴근하다 군경 검문 과정에서 총에 맞아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건 때문이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은행은 그 사건의 희생자가 일하던 은행은 아니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는 "그 사고를 계기로 현지 직원은 출근시키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인 직원들로만 일 처리를 하다 보니 업무 처리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며 양해를 구했다.

창구 업무를 맡아 일하던 현지인 직원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날 기자가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나오는데 거의 2시간이 걸렸다.

쿠데타 전에는 차를 한잔 마시고 나와도 15분 정도면 충분한 업무였다.

미얀마에서는 당분간 은행 업무를 볼 때 이런 불편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미얀마 중앙은행은 각 시중은행에 다음 주부터는 정상 영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CDM에 참여 중인 은행원들에게 오는 29일까지 복귀 또는 사표 제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CDM에 참여 중인 은행원들의 결의가 쉽사리 꺾일 것 같지는 않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 분위기다.

2021340@yna.co.kr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gtQjf3Rnn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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