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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찰 화엄사에서 만난 짙붉은 홍매화

이번 주말∼내주 초 만개할 듯

(구례=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봄꽃 소식이 앞다퉈 전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발걸음을 주저하게 되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는 마음의 방역도 중요하다.

최근 우울증을 앓는 사람과 자살 시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주만 더'를 외치며 시작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벌써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을 듯하다.

봄을 알리는 여러 꽃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매화다.

흔히 수령 150년 이상 된 매화를 고매(古梅)라고 부르는데, 특히 남쪽 지방의 오래된 사찰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매화는 또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엄동설한을 이겨내는 세 벗(歲寒三友) 중의 하나로, 군자의 지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뜻하는 '아치고절'(雅致高節)도 매화를 표현한 말이다.

우리나라에 숱하게 많은 고매가 있지만 사람들이 손꼽는 건 4개다.

만개 직전의 화엄사 홍매화 [화엄사 제공]
만개 직전의 화엄사 홍매화 [화엄사 제공]

천연기념물 제488호인 전남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천연기념물 제484호인 강원 강릉 오죽헌에 있는 율곡매, 천연기념물 제485호인 전남 구례 화엄사의 들매화, 천연기념물 제486호인 전남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구례 화엄사의 매화를 보러 갔다. 화엄사 매화는 천연기념물인 들매화보다 사실 수령 300∼400년의 홍매화가 더 유명하다.

매년 개화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도착하고 보니 절반 정도만 피어 있다. 하지만 그 위세는 대단했다.

화엄사 홍매화는 짙은 붉은 색을 띠고 있어 흔히 흑매(黑梅)라 부르기도 한다.

특히 오래된 고목답게 녹색 이끼가 온통 덮여 있는 나무 기둥을 배경으로 피어난 새빨간 매화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해가 뜨기를 기다렸지만, 운이 나쁘게도 며칠 내내 비가 내렸다. 찬란한 빛과 어우러진 모습은 찍지 못했지만, 새로운 느낌의 사진은 건질 수 있었다.

비가 오니 이끼의 푸르름과 홍매화의 붉음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이끼를 배경으로 핀 홍매화 [사진/성연재 기자]
이끼를 배경으로 핀 홍매화 [사진/성연재 기자]

실력 부족 탓인지 사진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그럴 때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 삼성 갤럭시 S20으로 찍은 사진을 잡지의 표지로 쓴 적도 있을 만큼 요즘 휴대전화 카메라 성능은 보통을 넘는다.

역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은 묘하게 느낌이 달랐다.

때마침 화엄사에서는 이달 16∼27일 '제1회 홍매화·들매화 휴대폰 카메라 사진 콘테스트'를 열고 있다.

홍매화와 들매화를 촬영해 화엄사 홈페이지에 양식에 맞춰 출품하는 것으로, 1등인 '화엄대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 상당의 경품도 주어진다고 한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화엄사 흑매 [화엄사 제공]
휴대전화로 촬영한 화엄사 흑매 [화엄사 제공]

행사를 주관하는 화엄사 신도회 측은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낸 전 국민과 함께 '보고 느끼고, 기록하는' 화엄사의 홍매화, 들매화가 되고자 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콘테스트에 참여하든 안 하든, 이번 주말과 내주 초에 화엄사를 찾는 사람들은 수백 년 묵은 흑매화의 활짝 핀 자태를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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