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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백신외교' 하는데…'자국민 우선' 바이든, 압박 직면

송고시간2021-03-12 09:31

"남으면 지원" 입장…코로나 극복 최우선 과제·수출시 여론악화 우려

"미, 글로벌 리더십 회복 기회…중국과 소프트파워 경쟁서 질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이른바 '백신 외교'와 맞물려 백신을 전 세계에 지원하라는 압박에 직면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외교적 대결을 천명한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에 주겠다는 상황에서 자국민 접종에만 몰두하는 미국이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과 러시아는 백신 부족 국가들에 적절한 시기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성공적인 철수를 위한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파키스탄과 함께 동남아에서 미군 협력의 중추이자 중국 군사력 확장에 맞선 방어벽인 필리핀을 포함해 50여 개국에 자국산 시노백 백신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러시아도 자국의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한 적잖은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민 우선주의를 내세워 백신의 외국 지원을 배제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로선 대유행이 여전한 상황에서 백신을 맞으려는 국민이 줄을 서 있어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지만,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 등은 백신 지원과 관련한 국내여론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WP는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12일 열릴 쿼드(Quad) 정상회의에서도 자국민의 백신 요구가 충족된 뒤 잉여분을 나눠주겠다는 논의를 할 수도 있다는 게 미국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 등의 백신 외교 움직임은 국가안보와 인도적 필요성, 정치적 우려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를 놓고 미국 행정부 내부 논쟁을 촉발했다고 WP는 전했다.

태국 공항서 하역되는 중국 시노백 코로나19 백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국 공항서 하역되는 중국 시노백 코로나19 백신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바이든 정부의 입장에 관해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고립주의 이후 미국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회복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스티븐 모리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글로벌보건정책센터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백신 외교를 진전시키며 친구를 얻고 영향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들과의 소프트파워 경쟁에서 질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듀크 글로벌보건혁신센터의 크리슈나 우다야쿠마르 소장은 "미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리더십을 더욱 강력하게 주장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은 자국민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다른 나라에 백신을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멕시코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지원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민 접종에 집중하는 것은 자신의 대통령직 성공이 우선적으로 대유행 극복에 달려 있다는 인식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접종을 최대한 빨리해야 정상화가 그만큼 앞당겨져 정치적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전히 다수의 미국인이 접종을 못 받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백신을 지원한다면 일부 미국인의 분노를 폭발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미국 인구의 약 10%인 3천만명 정도가 '완전한 백신'을 맞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앞에 줄 선 뉴욕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앞에 줄 선 뉴욕 시민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WP는 "바이든 참모들은 대유행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이 대선 승리의 주요인이었다며 무엇보다 미국인에게 먼저 백신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바이든은 대유행에 관한 한 복잡한 정치 지형을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도 다른 나라 지원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글로벌 수요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게 WP의 진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존슨앤드존슨 백신 1억 도스의 추가 확보를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여분이 생기면 전 세계와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미 5월 말까지 모든 미국 성인에게 맞힐 백신 계약을 맺고도 추가로 확보에 나선 데 대해선 "이런 전시에는 최대한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올해 말에는 미국에서 백신이 넘쳐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 정부는 백신 수출을 고려하기 전에 국내에 어느 정도의 백신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등에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민 활동가와 학자들은 도덕적·전략적 이유로 바이든 정부가 너무 오래 기다려서 다른 나라를 돕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시민단체 원캠페인의 제니 오튼호프 정책실장은 "각국이 백신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파멸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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