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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샵 아프리카] 백인과 흑인의 중간지대를 가다

송고시간2021-03-06 08:00

프리토리아 이어스터러스트 탐방…흑백 혼혈 '컬러드' 구역, 아파르트헤이트 산물

프리토리아 동부 이어스터러스트 지역의 일상 풍경
프리토리아 동부 이어스터러스트 지역의 일상 풍경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현지시간) 오후 프리토리아 동부 이어스터러스트 주택가에서 한 남자가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다. 2021.3.6 sungjin@yna.co.kr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현지시간)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백인과 흑인의 중간지대를 다녀왔다.

프리토리아 도심에서 동쪽으로 15㎞ 지점인 이어스터러스트(Eersterust) 지역은 흑인 집단 주거지 마멜로디에 바로 붙어 있다.

이곳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 정책)의 산물로, 백인과 흑인 사이 혼혈인 이른바 '컬러드'(Colored) 인구가 많이 사는 곳이다. 컬러드는 남아공 전체 인구의 8.8%다.

마멜로디 타운십 앞을 지나가는데 흑인 일색이다.

이어스터러스트 가는 길 마멜로디 흑인주거지 근처
이어스터러스트 가는 길 마멜로디 흑인주거지 근처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 이어스터러스트 가는 길 근처 마멜로디 부근에 퇴근길이 가까워 도로에 차들이 많다. 2021.3.6 sungjin@yna.co.kr

이어스터러스트는 주로 단층집들이긴 하지만 흑인 타운십에 비해 깨끗하게 단장한 편이다.

이곳에 살며 빈민 구호 사역을 하는 제이(45) 목사의 안내로 여기저기 둘러봤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제이 목사는 자신도 컬러드라고 말했다. 피부색이 흑인보다 옅었다.

흑백 혼혈 '컬러드'인 제이 목사
흑백 혼혈 '컬러드'인 제이 목사

(프리토리아=연합뉴스) 아버지가 흑인 코사족이고 어머니는 나미비아 출신 백인인 제이(전면) 목사의 사진 [제이 목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아버지는 이스턴케이프주의 코사족 출신이고 어머니는 나미비아 출신으로 네덜란드와 독일계"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인 1980년 당시 자신이 네 살이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다른 인종인 관계로 케이프타운 외곽의 같은 집에 가족이 함께 살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자신의 두 형제는 자기보다 흑인 피부에 가깝다고도 했다.

같은 컬러드라도 백인 정권은 피부색이 백인에 가까우면 사무직 등에 배치하고 흑인 쪽이면 정원사 등 잡무를 시켰다고 한다.

피부색 외에도 중요한 고용 기준은 백인 토착어인 아프리칸스어를 구사할 수 있느냐의 여부였다.

컬러드의 대부분은 아프리칸스어를 말할 수 있다.

당시 웨스턴케이프 주거지는 백인 주거지와 흑인 주거지 사이에 혼혈인 구역이 있는 식으로 도시구획이 인종별로 정해져 있었다.

이곳 이어스터러스트도 원래 컬러드 구역이었지만 지금은 흑인들도 다수 살고 짐바브웨, 말라위 등 4개국 이민자도 정착해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주민 수는 8만5천 명으로 추산된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리버사이드라는 흑인 아파트 지구였다.

이어스터러스트의 흑인 아파트 지구
이어스터러스트의 흑인 아파트 지구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 이어스터러스트의 흑인 아파트촌 '리버사이드' 전경. 왼쪽 하단 그림 벽화 있는 곳이 유치원. 2021.3.6 sungjin@yna.co.kr

4층짜리 아파트에 빨래와 DS 위성TV 안테나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16가구가 한 블록을 형성하는데 이런 블록이 20개나 된다.

이곳에 사는 노인은 정부에서 주는 연금을 받고 아동도 학교에서 식량 지원을 받는다. 시에서 전기와 물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한 아파트 가구는 통상 두 개의 침실로 이뤄지는데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에서 손주까지 3대가 같이 12∼15명씩 모여 산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 두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이고 3개월에 한 번씩 이동 소독 차량이 온다고 한다.

인근 유치원은 6개월∼5세 영유아들이 있었는데 직장 퇴근 시각이 가까운 오후 5시 전에도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제이 목사는 "유치원에 저녁까지 남아있는 유아들도 있다"면서 "이 주변에서 슈퍼마켓 등으로부터 기증받은 음식과 수프, 유아용 유동식 등을 나눠준다"고 말했다.

흑인 아파트 단지의 실업률은 70%로 공식 실업률의 2배 이상이다. 12 식구 중 한 명 정도만 일터에 나가고 나머지는 사회적 보조금에 의존한다.

다닥다닥 붙은 접시 안테나에 관해 물으니 원래 가구당 100랜드(약 7천380원)씩 내는 것인데 한 집에서 다 내기 부담스러워서 대표로 신청한다고 한다. 이어 다른 가구들에서 십시일반 10랜드 정도씩 모아서 돈을 낸 다음 선을 가구마다 연결해 TV를 시청한다고 한다.

이어스터러스트 타운십 내에서 운행하는 미니 택시 '턱턱'
이어스터러스트 타운십 내에서 운행하는 미니 택시 '턱턱'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3일 주로 이어스터러스트 타운십에서 운행하며 주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세 바퀴 미니 택시 '턱턱'의 모습. 색깔이 빨간 것도 있다. 2021.3.6 sungjin@yna.co.kr

거리에는 세 바퀴 미니택시인 '턱턱'이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타운이나 일하러 가는데 많이 이용하며 주로 이곳 안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고 바깥 시내에서 직접 운행할 수는 없다.

비용도 10랜드로 저렴한 편이다.

이어스터러스트의 빽빽이 들어찬 공동묘지
이어스터러스트의 빽빽이 들어찬 공동묘지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3일 이어스터러스트와 마멜로디 사이에 있는 공동묘지 모습. 사진 뒤편에 보이는 산 밑까지 무덤이 다 들어차서 더 이상 매장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풀들이 많이 자라 있어 저녁에는 우범지대라고 한다. 2021.3.6 sungjin@yna.co.kr

장소를 옮겨 공동묘지 옆쪽 마약 판매소로 알려진 곳과 주류 판매점이 있는 곳으로 가봤다.

젊은 층이 많이 보였는데 특히 밤에는 마약과 갱들의 싸움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마약 판매소' 부근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는 아이들
'마약 판매소' 부근에서 천연덕스럽게 노는 아이들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 마약판매소(인도 끝자락에 위치) 부근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이곳에 마약판매소는 두 곳이 있는데 밤에는 특히 갱단과 강도 등으로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나 새벽 5시부터 사람들로 붐비는 통행로이기도 하다. 2021.3.6 sungjin@yna.co.kr

경찰도 있지만, 뒷돈을 받고 단속 정보를 흘리며 봐준다고 한다.

지난해 록다운(봉쇄령) 때 주류 판매를 금지했을 당시에도 이곳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고 한다.

이어스터러스트 주택가의 술집 앞 주류 이송 트럭
이어스터러스트 주택가의 술집 앞 주류 이송 트럭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 이어스터러스트 주택가에 위치한 술집(가로등 너머 간판 있는 곳) 앞에 주류 이송 트럭이 주차해 있다. 이곳은 주류 판매 금지령에도 문을 계속 열었다고 한다. 2021.3.6 sungjin@yna.co.kr

먹고 살기 힘든 데 술마저 못 팔게 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말이다.

비공식 경제의 현장으로 좌판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는데 마약도 그냥 길거리에서 판다고도 했다.

마약 판매소 두 곳과 주류 판매점 근처에 사는 블레이크 씨는 공군으로 가난과 마약에 찌든 이곳에서 '유니폼'을 입는 사람으로 존경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록다운 때 정부의 실업 보조금이 이곳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면서 "하지만 여기 노는 아이들을 보면 알 듯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믿지 않아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동네 개념이라 그런지 마스크를 쓴 사람은 정말 듬성듬성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집마다 가계 형편상 비싼 전기 펜스를 두를 수 없어 맹견을 키우는 집이 많다는 것이다.

또 재미있게도 메인 스트리트를 가보니 교회가 10개 집중적으로 가로변으로 모여 있었다. 한 학교 안에는 교회 다섯 곳이 들어서서 교실을 이용한다고도 했다.

이어스터러스트의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한 교회
이어스터러스트의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한 교회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 이어스터러스트의 메인 스트리트에 모여 있는 교회 10곳 중의 하나(하얀색 조형물이 있는 곳). 2021.3.6 sungjin@yna.co.kr

산 아래쪽에는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컬러드 출신 전문직들이 여럿 산다고 했다.

직접 가보니 이곳은 집들도 크고 거리도 훨씬 차분했다.

제이 목사는 "이들은 교육의 힘을 믿고 자녀 교육에도 힘쓰는 반면 요즘 젊은이들은 돈을 빨리 버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산 아래쪽 전문직종이 주로 사는 거리
산 아래쪽 전문직종이 주로 사는 거리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 이어스터러스트의 산 아래쪽에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종이 많이 살고 있는 거리의 모습. 2021.3.6 sungjin@yna.co.kr

일부 전문직들은 치안 불안으로 인근 시내로 나가 산다고도 했다.

70만 명이 넘는 프리토리아 시민은 과거 백인 일색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거꾸로 80%가 흑인이다

1994년 흑인 민주화 정권이 들어서고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이후 도시 인구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이어스터러스트의 툭 터진 야외 공원 너머로 보이는 프리토리아
이어스터러스트의 툭 터진 야외 공원 너머로 보이는 프리토리아

(프리토리아=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지난 3일 이어스터러스트의 야외 공원 너머로 저 멀리 프리토리아 시내와 서쪽 지구가 보인다. 2021.3.6 sungjin@yna.co.kr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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