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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억대 연봉에 오라는 데 많다는데" 밤새운 개발자는 쓴웃음만

송고시간2021/03/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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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 직장 대비 최대 50% 연봉 인상과 1억 원 가치의 스톡옵션이 제공된다."(토스)

"개발자 최저 연봉 5천만 원."(당근마켓)

"개발자 신입 초봉을 5천만 원으로 상향한다."(넥슨)

게임사 크래프톤과 부동산 정보 앱 직방도 "개발자 초봉 6천만 원"을 내걸었습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정보기술(IT)·게임 업계가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해드리겠다"며 파격 조건을 내걸고 치열한 개발자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정보기술 개발자 부족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문제입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개발자가 부족했던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며 "전산 전공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다. 최근 구인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투자를 잘 받은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좋은 개발자를 뽑는 회사들이 늘어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전문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유망 스타트업까지 개발자 확보를 위한 지출을 늘리면서 영입 전쟁이 과열됐다는 건데요. 게다가 소프트웨어 기반 유통 및 배달 업체들까지 공격적으로 개발자 채용에 가세했죠.

현재 진행 중인 개발자 쟁탈전도 이른바 '네카라쿠배 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라고 불리는 기업들이 주축이 됐죠.

그런데 누리꾼들 사이에선 고액 연봉은 일부 개발자에게만 해당하고 대다수는 여전히 고강도 업무에 혹사당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경기도 성남시 한 스타트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A씨는 "회사에 오래 있는 게 가장 힘들다"며 "연휴에도 거의 매일 출근했다.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긴 한데 일을 끝내야 하니 야근도 되게 자주 한다"고 토로했는데요.

같은 지역 또 다른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개발자 B씨도 "외주 업무에 시달리면서 야근 및 휴일근로수당은 일절 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IT 업계 내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합니다.

흔히 IT 업계로 통칭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하청을 주는 외주사 구조에 프리랜서들이 많고, 통상 프로그래머·개발자로 불리지만 학력과 경력에 따라 직군 자체가 다르게 보일 정도로 근무 조건의 편차가 크다는 겁니다.

김환민 IT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작은 회사들은 처우 개선이 됐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IT업계라고 말하지만 연봉 인상에 동참하는 회사는 게임이라든지 (토스나 카카오처럼) 자기 사업 기반 서비스가 있는 회사들로 한정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른바 '크런치 모드'(게임업계의 과도한 노동 관행)로 불리는 야근과 밤샘이 일반화된 근무환경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016년 한 유명 게임업체 개발 자회사에선 과로에 시달리던 20대 게임개발자가 사망하자 이듬해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기도 했죠.

이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근무환경이 나아지긴 했지만 고강도 근무는 여전한 것이 현실이죠.

이기대 이사는 "대한민국의 대형 IT 회사들 가운데 유독 게임사가 많은 것도 관련 있다"며 "게임 업계에선 1년 내내 크런치 모드로 일하는 곳이 많다"고 꼬집었습니다.

일각에선 유망 산업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만큼 장기적 인력 수급을 위해선 업계 현실에 대한 인식 개선과 기업, 정부의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김환민 위원장은 "가면 갈수록 이미 '스펙'을 쌓은 사람들에겐 조건이 좋아지지만 지금 막 시작한 사람들에겐 문이 좁아진다"며 "대기업들이 고졸, 대졸 초임을 안정적으로 고용해 텃밭처럼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정부도 어떤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을 명확히 하고, 관련해 개발자 양성 코스를 이수한 사람들이 정부 프로젝트 등을 할 수 있게 내실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개발자라는 직군 자체를 고액 연봉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는 현실.

기존 인력 풀의 수준을 높이고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될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등 교육 기관과 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은정 기자 권예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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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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