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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컷] "비폭력주의자라 군대는…" 진짜 신념을 가려낼 수 있을까?

송고시간2021/03/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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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16차례 거부해 예비군훈련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

지난달 25일 대법원은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종교가 아닌 개인의 신념을 예비군 훈련 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첫 판례인데요.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비폭력 신념을 갖게 됐고, 가족이 설득해 병역 거부는 하지 않았지만 군사 훈련을 피할 수 있는 보직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는데요.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재판을 받는 바람에 안정적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 등을 전전했습니다.

이런 배경과 행동을 근거로 법원은 그의 양심이 '구체적이고 진실하다'고 판단한 건데요.

같은 달 병무 현장에서는 개인적 신념에 따른 군 복무 거부자와 예비군 훈련 거부자의 대체역 신청이 처음 받아들여져 화제가 됐죠.

이는 종교·양심적 병역 거부를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로 본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른 것입니다.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성이 인정된다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이죠.

당시 전원합의체 재판부는 신념을 내세워 악용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이 A씨와 비슷한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2명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은 폭행 전과 등 과거 행적으로 미뤄 신념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인데요.

여전히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습니다.

'오버워치'를 비롯한 총싸움 게임 이력이 대표적인데요.

한때 이 게임 이용자였던 A씨는 최종심에서 무죄를 받은 반면, 지난해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같은 게임을 즐긴 점이 유죄 근거 중 하나가 됐기 때문입니다.

폭력적 게임을 했다는 사실이 간접 증거로 활용될 순 있지만, '집총 거부' 의지를 따지는 객관적 척도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원인 백종건 변호사는 "법원은 피고인 삶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 양심의 진지성을 판단했고 게임은 그중 극히 일부"라며 "검사 입장에서는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자료가 특정 게임 접속 여부와 횟수이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게임회사에 사실조회를 하는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양심'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활동 내역 등 소명 자료를 토대로 검증하다 보니 이를 인정받지 못한 쪽에서도 반발하고 있는데요.

'전쟁 없는 세상' 등 단체는 앞서 유죄가 확정된 두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 결정을 '복잡하고 심오한 인간의 양심에 대해 성의 없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퇴행적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 이 사건을 유엔에 진정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개개인이 재판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큰데요.

같은 사안을 놓고도 판사 주관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누리꾼 역시 '법관이 관심법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 '신도 아닌데 진짜인지 어떻게 가려내냐' 등 그 잣대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관련 판례가 축적되는 등 '교통정리'가 되기 전까지는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용훈 상명대 법학과 교수는 "양심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 권한을 사법부 재량으로 일임했기 때문에 이 범위를 얼마나 확장하고 축소할지는 법원의 몫"이라며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설득력 있는 논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백종건 변호사는 "대체복무제가 정착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며 "전문적 경험을 갖춘 대체역 심사위원이 다수 근무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례를 검토하다 보면 결격 사유 등 구체적 판단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비폭력주의를 하나의 신념으로 보고 군대를 평화에 반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징병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병역의 의무를 다한 이들이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소수 목소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며 양심의 가면을 쓴 병역기피자를 가려내야 하는 숙제가 법정에 남겨졌습니다.

김지선 기자 이주형 인턴기자 최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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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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