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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임기 못 채우고 그만둔 '文정부 검찰총장' 윤석열

송고시간2021-03-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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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했다.

이러나저러나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 수장의 중도 퇴임은 유감스러운 사건이다.

행정부에 속하지만 준사법기관의 특성상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강조되는 검찰총장은 임기 2년, 중임 불가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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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했다. 임기 만료 4개월가량을 남긴 시점에서다. 검찰개혁 갈등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많은 사람이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닥쳤다. 물론 여권의 탄압에 맞서며 여태 자리를 지킨 것이 외려 신통하다고 보는 이들도 똑같이 많다. 이러나저러나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 수장의 중도 퇴임은 유감스러운 사건이다. 행정부에 속하지만 준사법기관의 특성상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강조되는 검찰총장은 임기 2년, 중임 불가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헌정사까지 입에 올리는 것은 거창할지 모르나 대한민국 민주정과 검찰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불행이자 비극인 것만은 분명하다.

중도 사임의 직접적 이유는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다. 그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분리, 즉 검찰 직접수사권의 완전폐지를 지향하는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입법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며칠 전부터는 일간지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를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정신 파괴라고 비난하며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사퇴문에서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누적된 불만과 묵혀둔 생각이 터져 나왔다고 볼만한 화법이다. 검찰개혁의 상징성이 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을 수사할 때부터 그는 여권의 표적이 됐다. 작년 한 해 꼬박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지속한 추-윤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전임 정부 때 밉보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수사 등으로 승승장구한 끝에 총장에까지 오른 그의 끝이 이럴 줄은 누구도 상상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반전이 없다.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부른 그의 사퇴에 무엇보다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 쪽은 정부와 여당이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총선 후 문 대통령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라'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의지는 구현되지 않았고 당시 임명권자와 국민에 대한 책무라며 소임을 다하겠다고 한 윤 총장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두 경우 모두 말뿐이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수사지휘권 발동과 징계로 압박하며 그를 끌어내리려 한 여권의 집요한 시도는 알려진 대로다. 면책받기 어려운 것은 검찰주의자 소리를 듣는 윤 총장도 마찬가지다. 자기 가족이 관련된 사건과 검사들의 비리 의혹 수사에는 미온적이면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만 선택적으로 힘을 쏟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 이름이 오르고 야권의 대안 인물로도 꼽히는데도 방치한 것이나 퇴임 후 정치 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줄곧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1시간 여만에 수용했고 검찰은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두고 문 대통령은 후임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과도 시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장을 잃은 검찰 조직의 불안정이다. 윤 총장 사퇴에 영향받아 그와 문제의식이 같은 검사들의 집단반발이 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의 입법 과정에서 질서 있게 의견을 개진하고 공론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치권의 정쟁 과열도 걱정된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이슈를 키워 정권에 부담을 안기려 하는 가운데 '정치인 윤석열'의 행보 가능성에도 관심을 둔다. "검찰에서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라고 한 사퇴문의 용어와 다짐이 심상찮게 비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여당이 입법 속도전에만 매달리는 것을 삼가는 것은 필수다. 이날 문 대통령은 보류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고 한다. 윤 총장의 사의 수용과 보조를 맞춰 인사 문제를 매듭짓는 느낌이다. 지난 시기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빚은 극심한 갈등에 시민들의 피로감이 크다. 국민 편익을 앞세우는 진짜 개혁은 후임 총장 인선이 좌우할 수도 있는 만큼 사려 깊은 선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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