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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에 바둑리그 다승왕 원성진 "더 오래 승부하고 싶다"

송고시간2021-03-0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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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 바둑기사라는 말에 원성진(36) 9단은 "감사한 말이지만, 아직 승부는 진행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느새 '노장' 말을 듣는 나이가 됐지만, 원성진은 더 오래 바둑 승부사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3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만난 원성진은 "저도 믿기지 않는다. 특별히 잘해보자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운도 많이 따랐다"며 "팀도 1위하고 개인적으로도 최고령 다승왕 기록을 써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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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땐 '송아지 돌풍'…"최고의 '소의 해' 보내는 중"

인터뷰하는 원성진 9단
인터뷰하는 원성진 9단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대기만성' 바둑기사라는 말에 원성진(36) 9단은 "감사한 말이지만, 아직 승부는 진행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고 은퇴도 멀었으니 더 지켜봐 달라는 말이다.

'전성기'를 묻는 말에도 원성진은 "아직 안 왔다고 말하고 싶지만…"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어느새 '노장' 말을 듣는 나이가 됐지만, 원성진은 더 오래 바둑 승부사로서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꿈이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원성진은 증명해냈다. 원성진은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14전 전승을 거두며 최고령 다승왕에 올랐다.

원성진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박건호 5단(2회), 이원영 8단, 이동훈 9단, 박진솔 9단(2회), 박승화 8단, 최정 9단, 강동윤 9단(2회), 박상진 5단, 문유빈 4단, 한상훈 9단, 나현 9단을 연파했다.

한국 바둑랭킹 1위 신진서 9단(12승 2패)도 KB바둑리그에서는 원성진보다 개인 순위가 낮다.

개인 순위 1·2위인 원성진과 신진서를 보유한 셀트리온은 바둑리그에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인터뷰하는 원성진 9단
인터뷰하는 원성진 9단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3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만난 원성진은 "저도 믿기지 않는다. 특별히 잘해보자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운도 많이 따랐다"며 "팀도 1위하고 개인적으로도 최고령 다승왕 기록을 써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시즌에 7연패를 당하는 등 워낙 최악이어서 팀에 미안했는데, 올해는 팀에 민폐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했다"며 "신진서도 있고 팀 자체도 강했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고 다승왕에 오른 비결을 설명했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다. 1985년 7월 15일 태어난 원성진은 소띠다. 원성진은 "올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소의 해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원성진은 과거에도 소띠 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중학생 시절에 입단한 원성진은 바둑계 10대 돌풍을 일으킨 동갑내기인 최철한(36)·박영훈(36) 9단과 '송아지 삼총사'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이들을 '황소 삼총사'로 부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원성진은 "송아지라는 별명이 저는 좋다. 귀여운 별명이다"라며 "우리 모두 나중에도 오래오래 잘하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최철한·박영훈과의 사이는 여전히 돈독하다. 원성진은 "예전에는 만나면 바둑 이야기만 했는데, 이제는 모두 결혼도 해서 그런지 만나면 가족 이야기 등 좀 더 인생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사실 원성진은 송아지 삼총사 중 가장 늦게 빛을 봤다. 이들 모두 천원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데, 박영훈과 최철한은 각각 2001년과 2003년, 원성진은 2007년 타이틀을 땄다.

메이저 세계대회에서도 박영훈은 2004년 후지쓰배, 최철한은 2009년 응씨배에서 먼저 정상을 밟았고, 원성진은 2011년 삼성화재배에서 첫 우승을 맛봤다.

바둑리그 최고령 다승왕에 오른 원성진 9단
바둑리그 최고령 다승왕에 오른 원성진 9단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지금은 원성진이 가장 잘나간다. 2월 국내 바둑랭킹을 보면, 원성진은 9위로 톱10 안에 진입해 있고, 최철한은 12위, 박영훈은 26위다.

대기만성형 기사라는 평가가 따라오는 것은 이런 '비교' 때문이다.

그러나 원성진은 "예전에는 경쟁자들이었지만, 지금은 같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프로기사들은 워낙 20대 때 절정의 기량을 펼치다가 하락세를 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원성진은 아직 창창한 30대 중반인데도 노장 소리를 듣는다.

그는 "저도 조금만 성적이 안 좋으면 '이제 다른 것을 해봐야 하나', '보급이나 교육 쪽으로 가야 하나' 등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올해 바둑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시간을 번 느낌이 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사실 아직 바둑이 아닌 다른 쪽의 인생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원성진은 요즘 바둑이 더 재밌어졌다고 느낀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나오고 나서 바둑이 더 재밌어졌다. 예전에는 공부해도 모르는 게 있어서 답답했는데, 지금은 인공지능이 답을 주니 더 재밌더라"라고 말했다.

원성진은 시니어로 분류되는 나이에도 여전히 바둑리그에서 뛰는 '돌부처' 이창호(46) 9단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는 "최근 제가 10년 후에도 최전방에서 뛰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창호 사범님처럼 오랫동안 승부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나아가 "올해 리그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으니 세계대회에서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포부를 밝혔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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