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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램지어 논문 사태에서 팔만대장경이 떠오른 이유

송고시간2021-02-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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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고려재조대장경판(高麗再彫大藏經板)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고려 고종 때인 1237년부터 16년에 걸쳐 완성됐다.

고려 무신정권이 팔만대장경 판각을 위해 대장도감이란 기구까지 설치한 것은 거란 격퇴라는 쾌거를 재현하고 싶은 마음이 그 정도로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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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

[문화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고려재조대장경판(高麗再彫大藏經板)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고려 고종 때인 1237년부터 16년에 걸쳐 완성됐다.

당시까지 알려진 모든 불경을 대조하고 교정, 가감, 배열한 가장 완벽한 불교 문헌 목판 인쇄물로 꼽힌다.

목판 장인이 글자 하나를 새길 때마다 절을 세 번 했다는 '일자삼배' 전설이 전해질만큼 공을 들인 이유는 부처님의 힘을 빌려 나라를 지키겠다는 간절한 심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몽골의 침입을 불법(佛法)의 힘으로 막겠다는 것이었다.

전례도 있었다. 11세기 초 동아시아의 주도권을 잡았던 거란의 침입에 맞서 고려 현종은 초조대장경 판각을 명령했다.

거란은 3차례에 걸쳐 고려에 대군을 파견했지만, 귀주에서 강감찬 장군에게 대패한 뒤 힘으로 고려를 굴복시키겠다는 야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 무신정권이 팔만대장경 판각을 위해 대장도감이란 기구까지 설치한 것은 거란 격퇴라는 쾌거를 재현하고 싶은 마음이 그 정도로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쉽게도 이 같은 염원은 실현되지 않았다. 결국 고려는 몽골에 백기를 들었다.

거란과 몽골 침략의 결과가 달랐던 것은 대장경 보유와 상관없이 당시 고려 집권층이 외부 침략에 효과적인 대응을 했는지 여부에서 갈렸다고 해석해도 될 것이다.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Harvard Law School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일본 우익의 왜곡된 역사관이 세계적인 명문대학 교수의 논문이라는 형태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양심적인 국내외 학자들의 노력으로 논문에 대한 반박이 이뤄졌고, 램지어 교수의 연구 진실성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도 학술지인 법경제학국제리뷰(IRLE)가 이 논문을 철회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논문 철회라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선 그만큼 분명한 학술적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국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진 위안부 피해 관련 연구 성과의 국제화가 미흡한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외국 학자들이 언어의 벽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도 아픈 지적이다.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은 1차 사료로써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반박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 우익은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역사 왜곡 논리를 국제 학술계에 주입하고 있다. 제2, 제3의 램지어 교수가 나타날 수도 있는 조건이다.

이에 따라 위안부 연구의 국제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위안부 피해자인 정복수 할머니가 별세하자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사업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 장관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선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이와는 별개로 여가부는 위안부 피해자의 영문 증언집을 만들고도 저작권을 이유로 2년 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 학술계로 촉수를 뻗은 일본 우익의 역사 왜곡 시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할 수 있는 복안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일본 우익에 맞서 대장경이라도 판각하겠다는 것인가.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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