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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직장갑질 맞지만 처벌 어렵다"…두 번 우는 특수고용직 근로자

송고시간2021/02/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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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재입사 받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이렇게 저를 밑바닥까지 망가뜨려주신 건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해 8월 한 커뮤니티에 '캡틴님께'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옵니다.

글을 작성한 배모 씨는 2019년 경기도 파주의 한 골프장에 캐디로 재입사한 후 관리자인 캡틴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모욕에 시달렸습니다.

부당함을 알리고자 회사 카페에 글을 썼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사실상의 해고 조치.

괴로움에 시달린 배씨는 약 보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족으로부터 신고를 받은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사건 처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며 골프장 측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와 적절한 조치를 권고하고 예방책 마련을 시정 지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 조치에 불과합니다.

배씨를 비롯한 캐디들은 골프장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특수고용직'으로 근무했는데요.

노동부는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직접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죠.

누리꾼들은 "근로를 하고 있으면 근로자지", "약자를 위한 법에 제한 조건이 있는 게 웃긴다" 등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사내 괴롭힘을 당했지만 법으로 보호받지는 못하는 상황.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근거 규정은 근로기준법에 있다"며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보호 대상을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의 근로자로 국한하고 있어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게 적용되기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골프장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으니까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지금 노동부가 해석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그냥 형식적인 계약관계만 보고서 '근로자가 아니다, 다만 골프장 안에서 벌어진 괴롭힘 행위는 맞다' 이렇게 상당히 모순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었죠.

현행법이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종속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어 제삼자에 의한 괴롭힘은 처벌하지 못하는데요.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갑질하는 사람의 9.3%는 고객이나 민원인, 사용자의 친인척, 원청업체 관리자 등 현행법에선 처벌할 수 없는 '특수관계인'이었습니다.

"원청 직원이 욕을 하고 인신공격했습니다. 원청에 전화해 말씀 드렸더니 저에게 나오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요."(유통회사 파견직)

이렇다 보니 법에선 직장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기재돼 있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근로자는 해고 통보받기 일쑤입니다.

처벌 규정이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마련된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사건은 총 7천953건.

사건 대비 기소율은 대략 0.36%에 불과한 데다 종결된 사건(7천941건)의 약 82%가 취하 또는 기타 처리됐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아파트 경비노동자 보호를 위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대상을 넓히고, 처벌 규정을 두는 등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죠.

전문가들은 취지에 맞게 법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박점규 운영위원은 "신고해봤자 회사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게 뻔한 게 특수고용직이나 간접고용노동자들, 용역, 하청, 파견 이런 고용자들"이라며 "이 경우 노동청이 직접 조사해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행정적인 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권혁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은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의 인격권에 대한 침해를 노동법이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라고 본다면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을 배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런 점은 법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진 지 1년 8개월 남짓.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박성은 기자 성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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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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