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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나요] 애들을 이렇게 했는데 최고등급…어린이집 평가 어떻게 하길래

송고시간2021/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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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이를 쫓아가더니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립니다.

원생들을 밀치고 때리고 몸으로 누르는가 하면 얼굴에 물까지 뿌리는데요.

인천 한 국공립 어린이집 CCTV에는 선생님들이 교실에 둘러앉아 '고기 파티'를 벌이는 동안 방치된 아이들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 10명을 상습 학대한 혐의를 받는 보육교사 6명 중 2명은 결국 구속됐는데요.

이들의 학대 의심 행위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200여 건에 달합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어린이집이 최근 정부 평가에서 최고점인 A등급을 받았다는 점입니다.

한국보육진흥원 측이 지난해 11월 17일 해당 어린이집을 현장 점검한 뒤 내놓은 점수인데요.

'보육 과정 및 상호작용', '교직원' 등 모든 항목에서 '우수'가 나왔는데, 이 시기는 보육교사들의 아동 학대 의심 행위가 극에 달했던 때입니다.

지난해 10월 6세 아동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육교사가 발로 밟는 등 학대한 의혹을 받는 울산 동구의 어린이집 역시 같은 점검에서 A등급을 받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당시 현장 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는데요.

전국 3만5천여 개 어린이집이 3년마다 받는 이 현장평가는 현재로선 어린이집을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죠.

하지만 방문 예정 시기를 미리 통보하는 데다 전담 인력도 적어 하나 마나 한 평가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국보육진흥원 관계자는 "2월이 현장 평가월이면 2월이 되기 1주일 전인 1월 말 해당 어린이집에 통지한다"며 "'2월 몇째 주에 갈 것이다' 만 안내하고 (날짜는 알려주지 않은 채) 찾아간다"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2019년 6월 어린이집 평가가 의무제로 전환된 이후 결과가 확정된 어린이집 중 A등급은 전체의 58.4%를 차지하는데요.

B등급까지 포함하면 고득점 비율은 90%에 육박합니다.

어린이집 등급은 현장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평가에서 최종 결정되는 데 문제가 된 인천 어린이집 역시 경찰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다면 A등급이 매겨졌을 공산이 큽니다.

사후 관리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

A, B등급 어린이집은 평가 주기 동안 스스로 보육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점검, 개선·보완하는 '셀프점검'만 하면 되는데요.

나중에 아동학대 사실이 드러나 평가인증이 박탈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아동학대로 인증이 취소된 어린이집 43곳 중 당초 A등급을 받았던 곳은 18곳으로 전체의 41.9%에 달하는데요.

보육진흥원 측은 평가관리 대상이 전체 어린이집으로 확대돼 업무강도는 높아진 반면 현장평가 담당자 처우는 열악해 원활한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어린이집 평가제도를 전면 개편,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생 수 99명 이하 어린이집은 단 두 명이 하루 만에 평가하는데 임금의 대부분을 수당으로 받다 보니 꼼꼼히 살펴보기보다 빨리 여러 곳을 둘러보게 된다"며 "현장 평가자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각 지자체에서 선정하는 '열린 어린이집' 처럼 학부모가 상시로 드나들며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어린이집 평가에 학부모,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불시에 찾아가 CCTV 영상을 무작위로 돌려보는 등 어린이집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시민평가단이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번 인천 어린이집 피해자에는 자폐증 등 장애아동이 다수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했는데요.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도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평가 지표를 아동 위주로 세심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음 달이면 시작되는 새 학기에 엄마·아빠가 어린이집을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요?

김지선 기자 한영원 인턴기자 주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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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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