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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바람 잘 날 없는 22사단, 왜 이러나?

송고시간2021-02-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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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감시 실패로 일명 '노크 귀순', '점프 귀순', '잠수복 귀순' 등 온갖 신조어를 양산하는 육군 22사단은 강원도 고성에 있다.

그만큼 사건 사고가 잦아 바람 잘 날 없는 부대로 인식이 박혀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이 부대의 경계·감시 실패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20일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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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사건사고에 '별들의 무덤'…전방·해안 동시경계 '과다' 지적도

병력 부족 아우성에도 '자력갱생식' 방치 국방부·합참 책임은 없나

[그래픽] 동해안 북한 남성 월남 상황
[그래픽] 동해안 북한 남성 월남 상황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다"며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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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경계·감시 실패로 일명 '노크 귀순', '점프 귀순', '잠수복 귀순' 등 온갖 신조어를 양산하는 육군 22사단은 강원도 고성에 있다.

그간 이 부대에서 잦은 사건 사고로 많은 사단장과 참모가 보직해임 또는 징계를 당하면서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 '별들의 무덤'이란 자조감 섞인 말이 나온다.

◇ 잊을만하면 터지는 경계감시 실패…이번에도 인재(人災)

'지휘관의 꽃'인 사단장 진출을 앞둔 투스타(소장) 진급자 중 22사단장 명령을 받으면 기쁨보다 근심이 앞선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만큼 사건 사고가 잦아 바람 잘 날 없는 부대로 인식이 박혀서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2005년 황만호 월북 사건으로 사단장이 문책을 당했고, 2009년 민간인이 철책을 절단하고 월북한 사건과 2012년 북한군 노크 귀순, 2014년 임 모 병장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단장과 참모들이 줄줄이 보직 해임됐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이 부대의 경계·감시 실패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20일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아무리 성능 좋은 과학화 경계감시 시스템을 갖췄다고 해도 결국 장병의 눈과 귀만 못하다는 것이 이번에 또 증명됐기 때문이다.

CC(폐쇄회로) TV와 TOD(열상감시장비) 등 감시장비가 철책을 뚫고 넘어오는 사람을 포착했다고 해도 감시병이 이를 놓치면 무용지물이다.

그간 철책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을 감시장비가 포착했는데도 이를 정비요원으로 착각해 초동 조치가 늦었고, 철책 상단에 설치된 감지기의 나사가 풀려 북한 민간인이 철책을 점프할 때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 것도 따져보면 인재(人災)로밖에 볼 수 없다.

지난 16일 새벽에 발생한 북한 남성의 '잠수복 귀순' 때도 군 발표 3시간 전인 오전 1시가 넘어 최초로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22사단은 이를 놓쳤다.

20대 초반의 이 남성이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6시간가량을 한겨울 차가운 바다로 헤엄쳐 온 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까지 5㎞를 걸어와 붙잡히고 나서야 감시장비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에 녹화된 영상을 뒤늦게 되감기를 해보니 찍혀 있는 장면이 3∼4회 이상 나왔다는 것이다.

합참이 발표한 대로 새벽에 '몇 차례' 찍혔는데도 22사단은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잠든 군(軍)'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과 지상작전사령부가 합동으로 22사단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어 부대 요원들이 왜 이를 놓쳤는지 그 경위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는 상황실 모니터의 알람 기능을 일부러 꺼놨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알람 기능을 꺼 놓거나 소리를 줄여놨다면 못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 부대에 설치된 과학화 경계감시 시스템은 철책이나 철조망 상단에 일정 간격으로 센서가 달린 광망(케이블) 또는 광그물망을 설치하고, CCTV 감시카메라를 다는 방식이다. 철조망 주변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자동으로 감지해 부대내 상황실 모니터로 신호를 보내준다.

감시카메라가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거나 물체가 철책 또는 철조망에 부착된 센서에 접촉되면 상황실 모니터에 팝업창 형태로 뜨고 즉각 경보음이 울린다. 모니터 앞에는 24시간 교대로 화면을 지켜보는 감시병이 배치된다.

광망 또는 광그물이 설치된 철책을 동물이 건드려도 경보음이 울린다. 그러다 보니 일부 부대에서는 잦은 경보음 때문에 알람 기능을 꺼놓거나 소리를 줄이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하는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하는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2021.2.17
toadboy@yna.co.kr

◇ 병력부족·시설낙후 아우성에 뒷짐 진 국방부와 합참 책임은?

군 일각에서는 22사단의 잦은 사건 사고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다. 책임구역을 보면 전방 육상 30㎞, 해안 70㎞ 등 100㎞에 달한다. 다른 GOP 사단의 책임구역이 25∼4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넓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경계 임무를 맡는 2개 여단과 1개 예비여단으로 구성된 다른 GOP 사단과 달리 22사단은 예비여단 없이 3개 여단을 모두 육상과 해안 경계에 투입하는 실정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인근 삼척 지역의 23사단이 올해 해체되면 22사단의 책임구역은 더욱 늘어난다. 현재 23사단은 동해안 경계 및 방어를 전담하고 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2.0의 일환으로 23사단과 상급 부대인 8군단을 해체할 예정이다.

22사단에서 전역한 지 몇 달 안 됐다는 한 예비역 병장은 "한반도 최북단에 있는 사단은 GP·GOP·해안 경계를 유일하게 담당하는 부대라고 자랑하지만, 그만큼 섹터(책임구역)가 넓다는 뜻"이라며 "영상 관측 TOD병은 휴식도 없이 12시간 근무를 서고 아침에 밥 먹고 오침(낮잠)하고 일어나서 저녁에 다시 12시간 근무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병력이 너무 부족하고, 시설도 낙후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적이 나오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22사단이 철책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해야 하고 작전 요소나 자연환경 등 어려움이 많은 부대"라며 "사단을 정밀 진단해 볼 생각이며, 부족한 부분을 상급 부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요소를 찾겠다"고 밝혔다.

이참에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8군단도 이번 사건에서 책임을 질 부분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선 부대가 병력 부족과 시설 낙후로 아우성을 치는데도 해당 부대에 '자력갱생'하라는 식으로 방치하다시피 한 것은 상급 부대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7월 탈북민 김모 씨가 강화도의 한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직후 전 부대 수문과 배수로를 일제 점검해 경계 취약 요인에 대한 즉각적인 보강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던 군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 남성은 헤엄을 쳐 남하해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3㎞ 떨어진 해안으로 상륙, 옷을 갈아입고 남쪽으로 이동해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배수로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경계작전에 투입된 육군 22사단 장병들
경계작전에 투입된 육군 22사단 장병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22사단 '뇌종' 부대서 '율곡부대'로 개명

22사단은 1953년 4월 창설됐을 때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뇌종(雷鐘) 부대로 작명했다. 번개의 같이 적진으로 돌격해 통일의 종을 울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뇌종이라는 명칭이 뇌와 관련된 질병이나 '골(뇌) 때린다'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케 해 사고와 관련된 나쁜 일이 계속 생긴다는 속설이 생겨났다.

이에 육군은 22사단 창설 33주년을 맞은 2003년 부대 명칭을 '율곡부대'로 변경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율곡 이이 선생을 기념하고자 율곡부대로 명명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선생의 이름 '이이'가 사단 숫자인 '22'로 읽힌다는 것도 작명 이유로 꼽혔다.

이 부대 '사단가'는 "대륙 땅 주름잡던 우리 겨레, 힘찬 기상 이어받은 율곡부대"로 시작해 "아아아 우리들은 대한의 건아, 승리 향해 전진하는 22사단"으로 맺는다.

이번 경계·감시 실패를 뼈아프게 새기고,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어 그들의 사단가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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