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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짜릿한 비행 체험을

'비행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갖춘 곳

(김포=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행기 탈 일도, 공항 갈 일도 좀처럼 없어진 요즘, 더욱 반가운 곳이 있다.

김포공항 인근에 지난해 문을 연 국립항공박물관은 비행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관람객이 직접 조종사가 되어 보잉 747기를 조종해 볼 수 있고,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는 공군 에어쇼 제트기 탑승을 체험할 수도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전시관 내부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국립항공박물관 전시관 내부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 보잉 747기를 조종하다

"알파 마이크 제로원, 레디 포 디파처(AM01, Ready for Departure)."

보잉 747기 조종실을 그대로 재현한 시뮬레이터. 부기장석에 앉아 기장의 지시에 따라 묵직한 조종간을 힘껏 당겼다.

'윙∼'하는 항공기 엔진 소리가 나면서 눈앞에 펼쳐졌던 활주로가 점점 푸른 하늘로 바뀐다. 정말 비행기가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것 같아 신나던 순간, 기장석에 앉아있던 교관이 외친다.

"비행기가 너무 올라갔어요. 조종간을 늦추세요. 비행기 위치를 계기판 십자바 중앙에 맞춰야 해요."

조종실에 들어오기 전 교관으로부터 간단한 이론 교육을 받았지만 실전 체험은 쉽지 않았다. 조종간을 적절히 잡아당기고 밀면서 비행기 위치를 계기판 십자바에 맞추는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보잉 747기 조종실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조종 체험관 [사진/조보희 기자]
보잉 747기 조종실 내부를 그대로 재현한 조종 체험관 [사진/조보희 기자]

3천 피트 고도에 올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비행기를 회전해 봤으니 이제는 다시 활주로에 착륙할 시간이다. 기장의 지시에 따라 보조날개를 하나씩 내리면서 속도를 줄인 뒤 랜딩기어(바퀴)를 내리고 조종간을 움직이며 조금씩 고도를 낮췄다.

착륙은 이륙보다 더 어려웠다. 조종간을 얼마나 움직여야 계기판 십자바에 맞춰 비행기를 하강시킬 수 있는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

비행기가 몇 차례 위로 아래로 오락가락한 뒤 겨우 활주로에 닿았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작년 7월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은 항공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에도 볼거리가 많지만, 2층과 3층에 있는 체험관은 반드시 빼놓지 말아야 한다.

첨단 장비를 갖춘 체험 시설에서 실감 나는 비행 체험을 이것저것 즐기고, 전시관까지 모두 관람하려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5개의 체험관 가운데 '조종·관제 체험관'은 어린이는 물론, 성인 관람객들에게도 인기다.

항공사 기장 출신의 교관으로부터 20분간 이론 교육을 받은 뒤 보잉 747기 조종실을 재현한 공간 안에서 비행기를 이·착륙시켜 볼 수 있다.

인천공항 관제탑을 그대로 옮겨놓은 관제실에서 기장과 교신하며 관제사 역할을 해 보는 것도 체험에 포함돼 있다.

인천공항 관제탑을 재현한 관제실에서 관제사 역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인천공항 관제탑을 재현한 관제실에서 관제사 역할을 체험해 볼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좀더 스릴 넘치는 비행을 즐기고 싶다면 블랙이글 탑승 체험이 제격이다.

VR(가상현실) 고글을 쓰고 좌석에 앉으면 공군 에어쇼팀 '블랙이글' 제트기의 조종석에 앉은 것처럼 상하좌우 360도 회전하면서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VR·시뮬레이터를 이용해 경량 항공기나 패러글라이더, 행글라이더 등을 직접 조종해 보는 항공 레포츠 체험 역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비행기 비상탈출 등을 직접 체험하는 기내훈련체험은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인기다.

블랙이글 탑승 체험을 제외한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방문 전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매월 둘째, 넷째주 금요일부터 2주 단위로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 일찍 마감되니 예약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공군 에어쇼 제트기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블랙이글 탑승 체험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공군 에어쇼 제트기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블랙이글 탑승 체험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 거대한 항공기가 주렁주렁…볼거리 넘치는 전시관

체험관에서 먼저 몸을 풀었다면 이번엔 전시관을 하나하나 둘러볼 차례다.

항공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전시관 역시 볼거리가 풍성하다.

우리나라와 세계 항공 역사에 등장한 비행기 실물과 실물을 그대로 재현한 거대한 모형들이 1층부터 3층까지 공간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1층 항공역사관에서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항공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1층 항공역사관에서는 우리나라와 세계의 항공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우리나라 항공 역사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시작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2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한인비행학교를 창설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전시관에서는 당시 한인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썼던 2인승 비행기 '스탠더드 J-1'을 볼 수 있다.

미국 스탠더드 항공사가 개발한 이 훈련기는 우리나라가 소유했던 최초의 비행기다.

비행기 수직 날개에 태극 문양을 새기고 옆면에 'K·A·C'(Korean Aviation Corps)라는 영문을 새겨 한국 비행대의 훈련기임을 분명히 했다.

전시된 비행기는 남아 있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당시 썼던 훈련기를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당시 실제로 사용했던 비행기가 현재 미국에 3대 남아 있어 박물관 측이 구매하려고 했지만, 소유자가 박물관 전시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이는 바람에 구매가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1920년 창설된 한인비행학교에서 사용한 훈련기. 우리나라가 소유했던 최초의 비행기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1920년 창설된 한인비행학교에서 사용한 훈련기. 우리나라가 소유했던 최초의 비행기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우리나라 하늘을 최초로 날았던 조선인인 안창남 선생이 몰았던 비행기 '금강호'도 볼 수 있다.

안창남 선생은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이 비행기를 몰고 여의도와 창덕궁 상공을 비행했다. 비행기에는 안창남 선생이 직접 그린 한반도 그림과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1949년 창설된 공군의 첫 전투기인 '건국기'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얽혀 있다.

이 비행기는 당시 재정이 넉넉지 못했던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 성금을 모아 어렵게 사들인 중고 비행기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전투기를 구입하려 했지만, 해방 후 혼란 상황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판매를 거부해 어쩔 수 없이 캐나다에서 사용하던 훈련기 T-6를 중고로 도입했다고 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건국기는 한국전쟁에서 실제로 활약했던 비행기다.

우리나라 항공 역사에 등장한 다양한 비행기가 실물로 전시되어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우리나라 항공 역사에 등장한 다양한 비행기가 실물로 전시되어 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한국전쟁 당시 '쌕쌕이'로 이름을 날렸고 영화 '빨간 마후라'에도 등장한 제트 전투기 'F-86 세이버', 국내기술로 만든 최초의 4인승 민간항공기인 'KC-100 나라온', 국산 초음속 훈련기를 개조해 공군특수비행단 블랙이글 팀이 곡예비행에 활용하는 'T-50B 골든이글' 등도 실물로 볼 수 있다.

보잉 747기의 거대한 동체 단면 역시 대한항공에서 썼던 실제 여객기를 절단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운항하다 은퇴한 항공기들을 모아 놓은 미국 애리조나 모하비 사막의 비행기 무덤 '파이널 에어파크'에서 구입해 들여왔다고 한다.

전시를 흥미롭게 관람하려면 매시 30분마다 진행되는 전시 해설을 듣는 것이 좋다. 조종사 혹은 승무원 출신의 도슨트들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박물관 건물 중앙홀의 천장. 비행기 엔진을 형상화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박물관 건물 중앙홀의 천장. 비행기 엔진을 형상화했다. [국립항공박물관 제공]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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