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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반세기 만에 되찾은 자유, 북악산길

송고시간2021-03-0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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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발생한 '1·21 사태'(김신조 침투 사건) 이후 52년 만에 개방된 북악산길은 때 묻지 않은 자연림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인왕산∼북악산∼북한산을 잇는 '한북정맥'(漢北正脈) 산행이 가능해졌다.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등 서울의 심장부를 내려다본, 대한민국 수도의 주산인 백악산 (북악산의 다른 이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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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북악∼북한산 잇는 '한북정맥' 산행 가능해져

한양도성 북악산 구간 [사진/전수영 기자]

한양도성 북악산 구간 [사진/전수영 기자]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1968년 발생한 '1·21 사태'(김신조 침투 사건) 이후 52년 만에 개방된 북악산길은 때 묻지 않은 자연림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인왕산∼북악산∼북한산을 잇는 '한북정맥'(漢北正脈) 산행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새로 개방된 북악산길은 많은 시민으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52년 만에 개방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림을 간직하고 있었다.

또 이 길을 한양도성길 제1코스 백악구간과 연계해 걸으면 능선을 따라 굽이치고 휘돌아가는 도성의 선(線)적인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한양도성이 산 능선에 만들어내는 박진감 있는 라인을 이처럼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이 땅의 역사(歷史)와 선조들의 역사(役事)는 후대인의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스치게 한다.

북악산길이 새로 개방된 직후에는 평일에도 4천∼5천 명이 이 길을 방문했다고 한다. 지금도 주말에는 하루 1천∼2천 명이 한양도성길 1코스를 걷는다.

창의문(彰義門). 자하문(紫霞門) 또는 북소문(北小門)으로도 불린다.[사진/전수영 기자]

창의문(彰義門). 자하문(紫霞門) 또는 북소문(北小門)으로도 불린다.[사진/전수영 기자]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등 서울의 심장부를 내려다본, 대한민국 수도의 주산인 백악산 (북악산의 다른 이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백악산은 청와대 경호와 수도 방위를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곳이어서 시민들이 탐방할 수 없는 지역이 많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원들의 청와대 습격 시도 이후 일반인에게 폐쇄됐다.

지난 2006 ∼2007년 서울의 소중한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을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개방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1일에는 청와대 뒤편 북악산 북측 면이 둘레길로 조성돼 52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됐다.

새로 개방된 길은 셋이다. 종로구 부암동 아델라베일리 카페 옆 토끼굴(1번 출입문)에서 청운대 안내소를 지나 청운대 쉼터로 가는 길이 하나다. 북악스카이웨이에 나 있는 2번 출입문과 4번 출입문을 통해서 들어가는 길이 하나씩 더 있다.

이로써 청와대 서쪽과 북쪽에서 해발 342m인 백악산 정상에 올라가는 길은 4곳이 됐다.

창의문에서 출발해 한양도성을 따라 나 있는 1천 개가량의 계단을 오르는 기존 길과 새로 생긴 1번, 2번, 4번 출입문을 통해 올라가는 길 3곳이다.

1, 2번 출입문을 통해 가는 길은 청운대 안내소가 있는 3번 출입문에서 만난다.

1968년 1·21 사건 때 발생한 교전으로 인한 총탄 흔적이 표시된 소나무 [사진/전수영 기자]

1968년 1·21 사건 때 발생한 교전으로 인한 총탄 흔적이 표시된 소나무 [사진/전수영 기자]

창의문에서 시작해 백악산 정상인 백악마루까지 올라가는 기존 길은 2007년에 개방됐다. 이 길에는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한양도성 성곽이 축성돼 있다. 한양도성을 따라 걷는 길인 한양도성 순성길 전체 구간 중 경치가 으뜸이라고 할 만하다.

오를 때는 숨이 차고, 내려갈 때는 아찔하지만 백악산과 인왕산, 광화문 일대 서울 시내 전경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햇볕이 맑고 화사한 봄가을 주말이면 계단을 따라 줄지어 오르내리는 탐방객들의 모습을 산 아래 멀리서도 볼 수 있다. 이 길은 노약자나 어린이가 탐방하기 어렵고, 입구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반면 새로 난 둘레길 3곳은 상대적으로 걷기 쉽다. 경사가 훨씬 완만하고 나무 데크가 설치된 곳이 많아 탐방이 수월하다.

각 출입구에서 출발하면 30분 내외로 백악산 정상인 백악마루에 도달할 수 있다. 새 길이 개방됨으로써 백악산 정상에 가기가 훨씬 쉬워지고, 시간이 단축된 것이다.

군사상 보안 문제 등으로 한양도성 순성길을 따라 일부 탐방로만 제한적으로 개방됐던 백악산 지역은 내년까지 완전히 개방된다.

지난해 성곽 북측 면이 개방된 데 이어, 내년에는 성곽 남측 면도 개방된다. 다만 안전과 생태 보호를 위해 입산 시간과 탐방로는 지정돼 운용된다.

지난해 개방된 성곽 북측 면 둘레길의 데크 계단 [사진/전수영 기자]

지난해 개방된 성곽 북측 면 둘레길의 데크 계단 [사진/전수영 기자]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백악산, 인왕산, 안산, 북한산은 서울을 걷는 탐방객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서대문구 안산에서 시작해 인왕산과 백악산을 거쳐 북한산 형제봉으로 오르는 등산객이 적지 않다. 이 코스는 구름다리, 탐방로 등으로 쭉 연결돼 있다.

그러나 백악산 정상에서 북한산 형제봉으로 탐방을 계속하려 할 경우 그동안은 백악산 동쪽인 성북구 와룡공원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형제봉 쪽으로 올라가야 했다.

이제 새로 조성된 북악산 둘레길을 통하면 굳이 와룡공원까지 가지 않고 백악산 정상에서 4번 출입문으로 내려와 북악 스카이웨이를 통해 형제봉 쪽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안산∼인왕산∼북악산∼북한산으로 이어지는 구간을 중단 없이 주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남쪽으로 한강과 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인 한북정맥이 오롯이 연결됐음을 뜻한다. 산악인들의 오랜 바람이 마침내 이뤄졌다.

우리는 창의문에서 시작해 1번 출입문∼3번 출입문∼ 청운대 쉼터∼청운대∼백악산 정상∼청운대∼청운대 쉼터∼곡장∼촛대바위∼숙정문∼말바위 안내소 ∼와룡공원 ∼혜화문으로 걸었다.

새로 개방된 북악산길과 순성길 1코스를 이어 걸어 백악산과 한양도성의 매력에 한껏 젖었다.

순성길 1코스 시작점인 창의문은 인왕산과 백악산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아름다움과 숱한 민족사를 간직한 두 산이 만나는 곳이니 특별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창의문은 사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조선 시대 문루가 그대로 남아 있어 보물로 지정됐다.

창의문은 위쪽으로 자동차 도로인 스카이웨이가 지나가고, 인근에 주택과 상가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그 때문에 주변의 넓었던 터는 오래전에 잠식되고 지금은 앉음새가 옹색해 보인다. 해 질 녘이면 창의문에서는 인왕산과 북한산 쪽으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자줏빛 노을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창의문은 자하문이라고도 불린다.

탐방객이 지난해 개방된 성곽 북측 면의 1번 출입문과 청운대 안내소 사이 둘레길을 걷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탐방객이 지난해 개방된 성곽 북측 면의 1번 출입문과 청운대 안내소 사이 둘레길을 걷고 있다. [사진/전수영 기자]

조선은 한양도성에 사대문과 사소문을 두었다. 사대문은 북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숙정문·흥인지문 ·숭례문· 돈의문이다. 사소문은 창의문·혜화문· 광희문·소의문이다. 이중 돈의문과 소의문은 멸실됐다.

한양도성은 현존하는 전 세계의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 도성 기능을 수행했다. 1396년부터 1910년까지 514년이다.

시민들은 순성길을 걸으며 수도의 역사를 되짚고, 서울의 오늘을 내려다보며 즐긴다. 밤이 내리면 광화문 일대나 자하문 밖에서는 백악산과 인왕산 구간의 한양도성을 밝히는 조명을 볼 수 있다.

휘황찬란한 황금빛에 물든 도성이 백악과 인왕의 능선을 용트림하듯 오르내리는 모습은 경이롭다.

파리 센강변 야경,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교각의 불빛 등이 세계적 관광명소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한양도성이 연출하는 야경은 서울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한양도성은 순성길을 따라 부지런히 걸으면 하루에도 돌아볼 수 있다. 전체 길이는 약 18.6㎞, 평균 높이는 약 5∼8m다.

그러나 도성이 남아 있는 백악산·낙산· 남산(목멱산)·인왕산의 4개 구간, 도성이 멸실된 흥인지문· 숭례문의 2개 구간 등 6개 구간을 나누어 걷는 게 좋다.

현재 한양도성은 전체의 약 70%인 13㎞가 복원 완료됐고, 4㎞는 멸실됐으며 1.6㎞는 발굴과 복원이 진행 중이다.

청운대에서 청운대 쉼터로 내려가는 성벽 길 [사진/전수영 기자]

청운대에서 청운대 쉼터로 내려가는 성벽 길 [사진/전수영 기자]

한양도성은 조선왕조 도읍지인 한성부의 도심 경계를 표시하고, 수도의 권위를 드러내며, 외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축조됐다.

태조 5년인 1396년 한양을 안쪽에서 둘러싼 내사산인 백악, 낙산, 남산, 인왕산 능선을 따라 평지는 토성으로, 산지는 석성으로 축성했다. 서울을 바깥에서 둘러싸고 있는 외사산은 북한산, 용마산, 관악산, 덕양산을 말한다.

순성길 내사산 코스 중 백악구간은 창의문에서 혜화문까지 4.7㎞, 걷는 데 약 3시간 걸린다. 백악산은 내사산 중 가장 높다. 산세가 반쯤 핀 모란꽃에 비유될 만큼 아름답다. 한양도성도 백악을 기점으로 축조됐다.

조선은 전체 도성 구간 5만9천500척을 600척씩 97구간으로 나눴는데 백악산 정상이 제1구간이다. 지금도 백악마루에는 제1구간 표시가 있다.

'희고 환하게 빛나는 산'이라는 뜻의 백악산 이름은 일본 강점기에 단순히 북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의 북악산으로 바뀌었다.

서울의 주산이 품고 있는 인문적 가치를 은연중 격하하려는 의도가 숨은 조치였다. 목멱산의 이름이 남산으로 바뀐 것과 비슷하다. 백악산 이름을 되찾으려는 노력은 느리지만 꾸준하다.

새로 개방된 북악산길은 반백 년 동안 폐쇄된 덕에 깨끗한 자연이 보존돼 있었다. 서울 안팎의 산들에 인공림이 많이 조성된 데 비해 이곳 숲은 자연림이다.

청운대 안내소를 지나면 옛 군견 훈련장이 나온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직할 부대인 제1 경비단이 사용하던 곳이다. 지난해 철거 후 일부를 남겨 시민들이 쉼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안내소에서 더 올라가면 한양도성 성곽을 만나게 된다. 가로세로 60㎝의 성돌로 쌓은 성곽이다. 이 구간은 약 200년 전인 순조 때 축성했다. 순조 때 축성한 구간은 성돌이 커 성곽이 튼튼하고 아름답다.

성곽을 따라가면 한양도성 중 조망이 가장 좋다고 하는 청운대에 이른다. 경복궁, 광화문, 세종로는 물론,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볼 수 있다.

곡장(曲墻). 성벽의 일부를 둥글게 돌출시켜 쌓은 성을 말한다. 한양도성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전수영 기자]

곡장(曲墻). 성벽의 일부를 둥글게 돌출시켜 쌓은 성을 말한다. 한양도성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전수영 기자]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기 좋은 곳이 청운대라면 한양도성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곡장이다.

곡장은 성벽의 일부를 둥글게 돌출시켜 쌓은 성을 말한다. 성 밖을 더 잘 살피고 성벽을 튼튼하게 하기 위한 구조다.

백악산과 인왕산에 하나씩 있는데 백악산 곡장이 도성의 참모습을 즐기기 좋다. 곡장에는 평일인데도 많은 탐방객이 오가고 있었다.

곡장에서 혜화문까지 가는 순성길 중간에는 촛대바위, 숙정문, 말바위 등의 명소가 있다. 말바위는 백악 끝자락이어서 말(末)바위라고도 하고, 산에 오르기 전에 말을 매 두는 곳이어서 말(馬)바위라고도 한다.

혜화문 근처에 이르면 성벽이 심하게 훼손돼 군데군데 흔적만 남은 곳이 적지 않다. 사소문 중 하나였던 혜화문은 일제 강점기에 전찻길을 만들기 위해 허물었다가 1994년 새로 지었다.

원위치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언덕에 짓는 바람에, 복원은 됐으되 시민의 눈에 잘 띄지 않은 채 잊혀가고 있다. 혜화문에 진실성과 역사성을 되찾아주는 일은 후손의 몫이 아닐까 싶다.

자연이 청정하고 역사의 자취가 아름다울수록 삶의 터전에 대한 애정은 커진다. 백악산과 한양도성길을 걷다 보면 국토를 가꾸고 문화를 보존하는 것이 공동체 의식을 키우는 출발점이겠거니 싶어진다. 그만큼 자연과 역사에 취하게 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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