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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공매도 금지 재연장…개미에 기회 넓히고 '신뢰' 회복하길

송고시간2021-02-04 11:11

(서울=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주식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한 달 반 연장했다. 금융위는 3일 임시회의를 열고 대형주인 코스피200, 코스닥150 구성 종목의 공매도를 5월 3일부터 재개하기로 의결했다. 나머지 2천37개 종목의 공매도는 언제 재개할지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후폭풍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고, 그해 9월 금지 기간을 올해 3월 15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번 재연장으로 총 금지 기간은 주요 종목 기준으로 1년 2개월로 늘어났다. 금융위는 주요 종목의 공매도 재개 날짜를 못 박으면서 그동안 이에 거세게 반발해온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권을 확대하는 등의 일부 보완조치도 내놓았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판 뒤에 해당 종목의 주가가 내려갔을 때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고 차익을 챙기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에 투자하는 일반적인 주식거래와는 대척점에 있는 투자 개념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고평가된 종목의 주가를 진정시키고 하락장세에서 손실을 회피할 수 있는 순기능도 갖고 있다.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고 대부분의 선진국이 공매도를 운용하는 것도 이런 순기능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공매도 시스템이 자금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에게 허용되는 투자 한도도 제한돼 있고, 증거금도 차등적용 된다.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전까지는 공매도를 금지하라고 줄곧 정치권과 정부 당국을 압박해온 이유다. 결제 불이행 위험이 높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비판 대상이었다.

금융위가 이번에 대형 종목 공매도를 먼저 재개키로 한 것은 한시적으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풀리면서 시장에 줄 충격을 고려해서다.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은 시가총액이나 거래량이 많은 대형주여서 소형주와 비교해 공매도 민감도가 떨어진다. 워낙 거래량이 많아 웬만한 물량의 공매도로는 주가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별도의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나머지 종목들은 소형주여서 시장에 공매도 물량이 조금만 많이 나오면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금융위는 글로벌 스탠더드인 공매도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과 주가 하락을 우려해 공매도 재개를 극력 반대하는 개인투자자 압박 사이에서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면서도 재개 과정에서의 연착륙 유도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더라도 당초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하려는 의자가 강했던 금융위가 '동학 개미'들의 반발과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한걸음 물러섰다는 의구심은 지우기 어렵다. 정책 당국과 각을 세우고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주식 양도세 부과기준과 대주주 요건 완화를 끌어낸 '동학 개미'가 이번에도 공매도 금지 재연장을 얻어냄으로써 세력화 위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를 재연장하면서도 대형주 공매도 재개 날짜를 5월 3일로 못 박은 것은 의미가 있다. 더는 재연장이 없다고 봐야 해서다. 그때까지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금융위는 이번에 개인에게 빌려주는 대주(貸株) 물량을 3조 원가량 확보하고 대주 증권사의 수도 6곳에서 10곳으로 늘리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권을 확대했다. 공매도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해 거래의 투명성도 높인다고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4월부터는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보완조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손해 본다는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으면 공매도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공매도 재개에 앞서 불법 거래를 확실히 적발해 엄단하고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작전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스템도 완벽히 구축해야 한다. 당국은 공매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 노력도 '한국형'이 아닌 국제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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