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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뽑기 확률, 게임을 도박 만든다…"산업 지속성 위협"

송고시간2021-0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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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가 일부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숨겨 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이런 구조가 게임을 '도박'처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런 이중·삼중의 확률형 뽑기 구조가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간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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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들 "뽑기 사실상 필수…게임보다 뽑기 자체를 즐기게 돼"

자율규제 유명무실, 당국은 뒷짐…해외는 규제 확대하는 추세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리니지2M은 돈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임입니다. 강원랜드보다 더 심합니다."

엔씨소프트가 일부 아이템의 뽑기 확률을 숨겨 규제를 어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이런 구조가 게임을 '도박'처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니지2M을 2019년 11월 출시 직후부터 즐겼다는 30대 직장인 A씨는 "엔씨는 과금을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유료 뽑기가 유저들 선택이라고 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사실상 필수나 다름없어진다"고 말했다.

리니지2M은 게임 콘텐츠를 원활하게 즐기려면 좋은 무기가 필요하고, 좋은 무기를 얻으려면 무기를 만들 '레시피'가 필요하다.

레시피는 몬스터를 잡았을 때 주울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짜 레시피를 주울 확률은 거의 없다.

보통은 한 단계 낮은 등급의 무기를 10번 강화해 레시피와 바꾸거나, 확률형 아이템에서 낮은 확률로 나오는 '레시피 조각'을 모아서 레시피를 완성한다.

무기를 강화하는 것도 확률에 따른 것이라 실패할 수 있다. 캐릭터와 무기를 얻는 과정 전반에 일일이 공개되지 않는 확률이 녹아있는 것이다.

'리니지2M'에서 신화 무기(위)를 뽑으려면 '신화 제작 레시피'(파란색 원)가 필요한데, 신화 제작 레시피는 '고대의 역사서'(아래)를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 만들 수 있다. 고대의 역사서는 희귀·영웅·전설 등 3가지 종류의 레시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여러 겹의 확률형 아이템 구조에서 엔씨는 일부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자율규제를 어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유튜브 '천소아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리니지2M'에서 신화 무기(위)를 뽑으려면 '신화 제작 레시피'(파란색 원)가 필요한데, 신화 제작 레시피는 '고대의 역사서'(아래)를 1장부터 10장까지 모아야 만들 수 있다. 고대의 역사서는 희귀·영웅·전설 등 3가지 종류의 레시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여러 겹의 확률형 아이템 구조에서 엔씨는 일부 확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자율규제를 어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유튜브 '천소아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문제는 이런 이중·삼중의 확률형 뽑기 구조가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간다는 데 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개별 확률을 자율적으로 공개하자고 합의하면서, 규제 강령에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다'고 명시했다.

엔씨는 이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 캡슐에서 나오는 아이템 확률만 공개하고, 아이템을 2차로 가공할 때의 확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률이 가려질수록 이용자들이 게임을 점점 도박처럼 즐기게 된다고 우려한다.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의 적정성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적 요소 때문에 게이머들은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하며 계속 구매하게 되고,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서 열어보는 것 자체를 즐기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내부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는 도박 같은 게임이 늘어나면 산업 전반의 건강이 나빠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

강원대 연구진은 '이중랜덤박스의 구조와 규제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게임사들의 과도한 수익성 추구로 인한 윤리적 문제가 선정성, 차별화 부족 등의 문제와 결합하면 게임 산업의 성장 지속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리니지2M [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리니지2M [엔씨소프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사가 확률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현행 자율규제가 유명무실하다고 말한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어느 회사의 어떤 게임이 자율규제를 어겼는지 홈페이지에 공표한다. 다른 불이익은 없다.

공표도 3개월 연속으로 자율규제를 어겨야 대상이 된다. 첫 달에는 '준수 권고', 두 번째 달에는 '경고'가 전달되며 이는 공개되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GSOK에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맡겨놓고 뒷짐을 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명문화하면서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은 2017년에 확률형 아이템 개별 확률 공개를 법으로 의무화했다.

일본은 확률형 아이템의 일부 유형은 사행성이 과도하다고 보고 2012년부터 자율 규제로 금지하고 있다.

유럽은 확률형 아이템 전체를 도박으로 간주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분위기다.

벨기에 게임위원회는 2018년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이라고 판단한 검토 보고서를 발간하고, 모바일 게임을 기술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왕립공중보건학회는 최근 발간한 '미성년자 확률형 아이템 소비 실태 보고서'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봐야 한다면서 18세 미만 게임에서는 삭제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유럽연합·호주 등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국내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개념을 법에 명시하고 확률 공개 의무를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최근 시작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의원 발의 형태로 추진 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확률 정보 등을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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