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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나라냐"…곳간서 돈 빼자 논의에 동네북 된 기재부

송고시간2021-01-2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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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이른바 '동네북'이 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개 곳간에서 돈을 더 빼 쓰자는 논의가 진행되는데, 말리는 순간 '기재부의 나라냐'는 등 혹독한 비판이 뒤따른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을 공개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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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이어 정총리까지 비판 대열 합류하자 기재부 '허탈'

4차례 추경·310조 대책 만들었지만 기피부처 신세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기획재정부 제공]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이른바 '동네북'이 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개 곳간에서 돈을 더 빼 쓰자는 논의가 진행되는데, 말리는 순간 '기재부의 나라냐'는 등 혹독한 비판이 뒤따른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을 공개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하고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정 총리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됐다.

해프닝의 시작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자영업 손실보상법'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해외 사례를 일차적으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발언한 데서 시작됐다.

이날 오전 정 총리가 MBC 라디오에서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제도도 만들고 입법을 해 국민들에게 합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한 우회적인 반대 의견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을 돌려 해석하면 우리보다 잘사는 선진국들 역시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업 제한을 법제화를 통해 손실보상한 사례는 없다는 것인데 결국 재정 상황을 고려한다면 법제화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업제한 소상공인에 독일 정부가 임대료·인건비를 최대 90%까지를, 프랑스 정부가 최대 월 1만유로(약 1천340만원)를 지급하지만 이들 국가의 자영업자 비중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경제규모는 더 크다.

이들 부자 국가 역시 일회성 지원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보상안을 법제화하는 경우 자칫하면 급격한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가능한 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재정은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지만 화수분은 아니다"라는 뼈있는 발언을 함께 남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수해 복구ㆍ피해 지원 '4차 추경' (PG)
수해 복구ㆍ피해 지원 '4차 추경' (PG)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유력 대권후보들과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곳간지기 기재부 간의 이 같은 대결구도는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더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곳간을 열어 돈을 쓰는 것이 유권자의 인기를 얻기 쉬운 방법인 반면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해 이를 말려야 하는 곳간지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칭찬을 받기 어렵다.

1년여에 걸친 코로나19 국면을 타개하고자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감내해왔던 기재부 직원들은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로부터 이런 비판을 들은 것에 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총 3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 4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낮과 밤, 주중과 주말의 구분이 없는 삶이 1년간 이어지면서 평소 별다른 지병이 없던 30대 사무관이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고 국·실장급 병가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일에 생활을 갈아 넣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서기관·부이사관 등 승진은 여전히 타 부처보다 몇년씩 느리고, 최근에는 조달청과 관세청 등 외청장 자리도 외부에 내주면서 고위급 인사 순환도 적체돼 있다.

기재부가 2020년도 신임 5급 공무원들의 부처 지망 순위에서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꼴찌를 기록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국가 경제의 콘트롤타워로서 행정고시 1등이 앞다퉈 지원하던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수습 사무관 정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힘의 중심이 청와대나 여당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무력해지는 공무원 사회의 상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재부 한 사무관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상당수 기재부 직원들이 개인의 삶을 아예 포기하고 일만 한 경우가 많다"면서 "일은 많은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없고 업무도 당청에 끌려다니다 욕만 먹는 경우가 많아 신규 진입은 없고 다른 부처로 옮기려는 수요만 많다"고 전했다.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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