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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산재보험]② 입증·심사·승인…무엇 하나 쉽지 않은 산재보상

송고시간2021-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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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은 일터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업무로 인한 질병을 얻은 노동자에게 신속·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고 이들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승인 절차가 까다롭고 심사 기준이 높아 재해자를 제대로 돕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재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산재 입증→심사→승인' 세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데 매 단계 모두 통과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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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입증 책임, 재해자에 있어…동료 입증 돕다가 벌금형 받기도

'업무상 질병' 입증하려면 8단계 심사…뇌심혈관 질병은 10명 중 6명 '불승인'

일부 질병은 산재 승인까지 평균 330일 걸려…"적시에 재해자 못 도와"

산업재해, 그 피해 노동자의 증언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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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E1LLPjRs-g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산재보험은 일터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업무로 인한 질병을 얻은 노동자에게 신속·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고 이들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하지만 승인 절차가 까다롭고 심사 기준이 높아 재해자를 제대로 돕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재보험은 절차가 복잡하고 심사·승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등 본래 취지와 달리 재해자 중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산재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산재 입증→심사→승인' 세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데 매 단계 모두 통과가 쉽지 않다.

우선 산재를 당한 재해자는 업무와 사고·질병 등 재해 간의 인과관계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업무상 사고로 산재 보상을 신청하는 경우, 재해와 업무 간 인과가 명확해 입증이 비교적 쉽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해 산재 보상을 신청하면 보상받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입증이 어렵고 심사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질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의 유형별 승인율은 직업성 암 71.1%, 근골격계 질환 69%, 정신질환 65.6%이었다. 뇌심혈관 질병이 38.9%로 가장 낮은 승인율을 기록했다. 산재 보상 신청자 10명 중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6명이 불승인 통보를 받은 셈이다.

조합원 대신 사업장을 찾았다가 기소된 서현수 씨
조합원 대신 사업장을 찾았다가 기소된 서현수 씨

서현수 금속노조 충남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지난해 8월 조합원의 산재 입증 영상 촬영을 대신하기 위해 항만 원료 부두에 출입했다가 건조물 침입죄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사진=단비뉴스 윤재영]

입증 책임이 있는 재해자가 사업장 내에서 수행하던 업무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와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서현수 금속노조 충남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지난해 8월 근골격계 질병을 앓는 한 조합원을 대신해 작업 현장을 촬영하러 항만 원료 부두에 들어갔다가 건조물 침입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두 입구에서 노조 직책과 출입 목적을 설명했지만, 항만이 보안 시설이라는 이유로 무단침입이 인정됐다. 50만원 벌금의 약식명령을 받은 서씨는 이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는 현행법에 노동조합 간부가 사업주를 상대로 산재 관련 자료를 요구할 권한이나 사업장 출입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할 때 사업주가 재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하는 것을 내용의 산재보상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재해자가 산재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의 조력 의무가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박다혜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산재의 입증 책임이 재해자에게 있는데, 현행법에는 사업주의 조력에 대한 모호한 규정만 있다"며 "사업주가 구체적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증거 촬영 시 사업장 출입을 허용하는 등의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재 승인 심사 과정
산재 승인 심사 과정

[제작 진가영 인턴기자]

산재를 입증하는 자료를 모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면 까다로운 심사과정이 기다린다. 일례로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기 위해선 최장 8단계에 이르는 산재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복잡한 심사 과정에도 불구하고 재해자 작업 현장의 실태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복지공단이 실시하는 재해 현장 조사의 경우 1∼2시간만 진행되는 탓에 노동자가 매일 다른 일을 하거나, 오전·오후 업무가 다른 경우 등 그 정확한 실태를 담기 힘들다. 산재를 유발하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큰 업무 대신 비교적 부담이 적은 업무만 조사에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사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한 탓에 산재 재해자를 제때 돕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근로복지공단의 2018년도 자료에 따르면 사고로 산재 보상을 신청하고 승인 여부를 통보받기까지 평균 17일이 걸렸지만, 직업성 암은 330일이 소요됐다. 정신질환은 181.8일, 근골격계는 116.4일, 뇌심혈관계는 105.6일이 걸렸다.

같은 해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가 심의한 1만6건의 업무상 질병 판정의 경우 53.4%에 달하는 5천347건이 심의 과정에서 20일 넘게 걸렸다. 60일 넘게 걸린 비율도 8%에 달했다.

산재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질병판정위원회 심의는 20일 이내에 마쳐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심의기한을 최대 10일 연장할 수 있다. 과반이 넘는 경우에서 이러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노동자 산재보험 (PG)
노동자 산재보험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산재 심의가 지연되는 탓에 많은 재해자가 수입 없이 치료를 받고 생활고를 경험한다. 이 때문에 재해자들은 산재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치료를 받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금·보험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기도 한다. 산재가 승인돼 일을 쉰 기간만큼 휴업급여를 보상받는다고 해도 평균임금의 70%만 받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8월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산재 재해자 중 74.8%가 생계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산재 승인 여부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재해자 또한 72.3%에 달했다.

노동계는 재해자들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받게 한다는 산재보험의 원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그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속한 승인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심사과정 단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산재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과도하게 반복되는 상병 판단 절차를 축소하고, 전문의가 판정한 질병을 지나치게 반복 검토하는 절차 또한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많게는 5번에 걸쳐 10명이 넘는 전문의의 검토를 받도록 한 복잡하고 까다로운 현행 산재 심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현미향 사무국장은 "재해자가 산재 보상을 신청했을 때 가능한 빨리 해결해 주고, 사회 복귀를 위한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줘야 사회 보험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뉴스통신진흥회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 최우수작인「불안정 노동자 두 번 울리는 산재보험」(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단비뉴스 특별취재팀 김정민, 윤상은, 윤재영, 이나경)을 재구성해 작성했습니다]

65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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