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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정지용의 고향 옥천에서 맛보는 '지용 밥상'

송고시간2021-02-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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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의 고향은 충청북도 옥천이다.

정지용의 발자취를 따라 옥천을 방문하는 이들이 들러야 할 곳이 최근 한 곳 더 생겼다.

옥천군이 정지용을 테마로 한 지용 밥상을 개발, 생가 인근에 있는 식당 꿈앤돈에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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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수필 속 음식 재현한 한상 차림

정지용의 작품 속 음식을 재현한 지용 밥상. 주메뉴인 개성찜에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진다. [사진/전수영 기자]

정지용의 작품 속 음식을 재현한 지용 밥상. 주메뉴인 개성찜에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진다. [사진/전수영 기자]

(옥천=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정지용 시인의 고향은 충청북도 옥천이다. 실개천이 흐르는 옥천 구읍에는 시인의 생가와 정지용 문학관이 있다.

생가 인근에 있는 지용문학공원은 그의 대표작 '향수'를 테마로 한 공간이다. 정지용의 시를 새긴 시비와 작품 속 풍경을 묘사한 정감 어린 조형물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정지용의 발자취를 따라 옥천을 방문하는 이들이 들러야 할 곳이 최근 한 곳 더 생겼다.

옥천군이 정지용을 테마로 한 지용 밥상을 개발, 생가 인근에 있는 식당 꿈앤돈에서 선보이고 있다. 정지용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현한 한상 차림이다.

옥천 구읍에 있는 정지용 생가 [사진/전수영 기자]

옥천 구읍에 있는 정지용 생가 [사진/전수영 기자]

◇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의 삼합…개성찜

정지용은 시인으로 유명하지만, 수필과 소설 등 산문도 많이 남겼다. 그가 발표한 산문은 총 122편으로 운문(168편)과 맞먹을 정도로 많다.

박용철, 김영랑 등 동료 시인들과 남해, 금강산, 중국 등지를 여행하며 기행 수필을 여러 편 쓰기도 했다. 여기에는 그가 여행 중 맛봤던 음식들도 등장한다.

"찜도 가지가지려니와 개성 찜이란 찜이 다르다. (중략) 은행이며 대추며 저육이며 정육이며 호도며 버섯도 세 가지 종류라며 그 외에 몇 가지며 어찌어찌 조합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산산하고도 정녕(丁寧)하고 날쌔고도 굳은 개성적 부덕(婦德)의 솜씨가 묻히어 나온 찜이 어찌 진미가 아닐 수 있겠느냐. 허나 기름불 옆에서 새빨간 짐승의 간을 저미어 양념을 베푼다는 것은 그것이 더욱 깊은 밤에 하이얀 손으로 요리된다는 것이 아직도 진저리나는 괴담으로 여김을 받지 아니함은 어쩐 사정이뇨." ('수수어 2-2' 中)

지용 밥상의 주메뉴는 개성찜이다. 기행 수필집 '산문'에 수록된 수필 '수수어 2-2'에 등장하는 개성지역 요리다.

겉보기에는 갈비찜과 비슷하지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삼합이 매콤달짝한 양념과 어우러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매콤달짝한 양념과 어우러진 개성찜 [사진/전수영 기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매콤달짝한 양념과 어우러진 개성찜 [사진/전수영 기자]

개성찜은 은행, 대추, 밤, 당근과 함께 파 숙회가 고명으로 곁들여져 나왔다.

3가지 육류가 어우러진 요리는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맛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달큰한 찜 양념에 고춧가루가 살짝 가미되어 육류의 느끼함을 잡아줬다.

이 요리는 익는 시간이 각기 다른 세 가지 육류를 알맞게 쪄 한 접시에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황성욱 꿈앤돈 대표는 "핏물을 제거하고 한번 데친 고기를 간장 양념에 하루 이틀 재운 뒤 매운 양념을 추가해 따로따로 압력솥에 찌고 나서 다시 팬에 넣어 함께 볶는다"며 "닭고기는 오래 찌면 부스러지고 소고기는 상대적으로 오래 익혀야 해서 조리 과정이 복잡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 수필 속 음식들 현대인 입맛에 맞게 변형

지용 밥상은 가격에 따라 꿈엔들 한상(1만5천원), 향수 한상(1만8천원), 지용 한상(2만2천원)으로 나뉜다.

개성찜은 세 가지 정식에 모두 포함되는 메뉴다. 지용 한상에는 개성찜에 묵사발과 잡채, 배추전과 무전, 육전, 차돌박이 샐러드 등이 추가된다.

개성찜에 곁들여지는 반찬들은 대부분 황 대표가 주요리에 어울리도록 개발한 것이다.

소고기를 얇게 저며 부친 육전, 치자와 비트즙으로 색을 낸 연근 초절임, 직접 만든 유자청을 소스로 올린 생도라지 채… 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과 손맛이 느껴졌다.

정지용의 수필 속에 등장하는 무짠지 전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배추전과 무전으로 변형해 선보인다. [사진/전수영 기자]

정지용의 수필 속에 등장하는 무짠지 전은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배추전과 무전으로 변형해 선보인다. [사진/전수영 기자]

특히 차돌박이 샐러드는 기름지고 고소한 차돌박이와 쌉싸름한 생채소, 상큼한 소스가 어우러져 자꾸 손이 갔다.

비법 소스는 의외로 간단했다. 간장, 식초, 설탕을 1대 1로 섞은 뒤 다진 마늘만 추가하면 된다고 한다.

황 대표는 "소스를 구입하고 싶다는 손님들도 있는데 누구나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리"라고 말했다.

식사로는 밥과 비빔국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비빔국수의 맛이 일품이었다.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간 고추장 양념은 고소하면서도 매콤 새콤해 쫄깃한 면발과 잘 어우러졌다.

파와 마늘을 기름에 볶아 만든 파 마늘 기름에 다진 돼지고기를 볶고 여기에 고추장과 각종 양념을 넣어 다시 볶아 양념장을 만든다고 한다.

원래 정지용의 수필에 등장하는 국수에는 무짠지가 올라가지만, 여러 차례 시식회를 거쳐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변형했다고 한다.

재료와 소스의 어우러짐이 일품인 차돌박이 샐러드 [사진/전수영 기자]

재료와 소스의 어우러짐이 일품인 차돌박이 샐러드 [사진/전수영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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