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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팬덤인가 성범죄인가…커지는 '알페스' 논란

송고시간2021-01-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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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남성 아이돌 등을 소재로 허구의 동성애 관계 등 창작물을 만드는 '알페스'가 또 다른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알페스 이용자 처벌' 청원은 남성 이용자가 많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알페스 문화를 '디지털 성범죄' 또는 '성착취'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알페스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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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서 시작된 팬덤 하위문화…고수위 성적 묘사 담겨 처벌 청원까지

"성적 대상화나 성착취와는 거리 멀어…'이루다 논란' 맞불전략" 지적도

'알페스 이용자 처벌' 청와대 국민청원
'알페스 이용자 처벌'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장우리 기자 =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남성 아이돌 등을 소재로 허구의 동성애 관계 등 창작물을 만드는 '알페스'가 또 다른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알페스 이용자 처벌' 청원은 남성 이용자가 많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사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알페스를 '제2의 n번방 사태'라 칭하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페스 문화를 '디지털 성범죄' 또는 '성착취'와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알페스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하지만 엄연한 허구적 창작물이라는 점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의견도 분분하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알페스, 성적 지배구조 기반한 범죄와는 달라"

'알페스'는 RPS(Real Person Slash)를 한국어로 읽은 것으로, 실존 인물들을 애정 관계로 엮어낸 2차 창작물을 뜻한다. 주로 동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한국의 알페스 문화는 1990년대 일본에서 들어와 자리 잡은 동인지 문화에 1·2세대 아이돌 팬덤이 유입되며 성장했다. 당시에는 '팬픽'(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쓰는 소설)으로 통칭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그림이나 영상 등 2차 콘텐츠까지 정의가 확장됐다.

알페스가 아이돌 팬들의 하위문화로 활발히 기능하면서 일부 콘텐츠에는 수위가 높은 성적 묘사가 포함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묘사의 대상이 된 아이돌 멤버가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은 전부터 있었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훼손할 정도로 도 넘은 내용이 담길 때는 팬들 사이에서 자정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성착취의 일종으로 틀 짓는 것은 성범죄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황진미 문화평론가는 17일 "일각의 주장처럼 알페스가 성착취나 성적 대상화로 비판받으려면 성적 지배구조가 성립해야 한다"며 "대상의 주체성을 말살하고 단지 나의 성욕을 채우는 도구로만 취급하는 게 바로 대상화"라고 말했다.

그는 "알페스는 오히려 아이돌에 대한 선망과 경외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권력을 이용해 상대를 지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며 "n번방과 같은 성착취 범죄와 등가로 취급할 수 없다"고 했다.

알페스 관련 논란이 아이돌 멤버의 인권을 우려해 등장한 의제라기보다는 가해자를 남성으로 하는 성착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여성을 공격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n번방 사태 때에도 주로 여성들이 창작·소비하는 팬픽 역시 성희롱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등장했으나 '본질 흐리기'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최근에는 20세 여성 모습을 한 챗봇 이루다 성희롱 논란이 일자 일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질적 피해자가 있는 알페스도 문제가 된다"는 맞불이 나왔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엄연한 허구 공간에서의 창작물이 현실에서의 성착취나 성구매로 이어진다고 볼 근거가 없음에도 알페스 논란이 일종의 맞불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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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자 처벌 청원' 20만 돌파…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할까

지난 14일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 동의를 얻은 '알페스 이용자 처벌' 국민청원은 알페스 창작물의 대상이 되는 아이돌 멤버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을 지적한다.

팬들 사이에 퍼진 알페스 문화가 일종의 '소비 권력'이나 다름없으며, 작품에 등장하는 강도 높은 성적 묘사가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 아이돌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도 알페스에 현행법 위반 요소가 있는지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허구적 창작물인 알페스에 법적 처벌이 가능할지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했지만 대부분 소설 등 허구적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성범죄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다만 당사자나 소속사에서 직접 문제삼을 경우 모욕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연예인의 이름만 차용한 가상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경우 성폭력특별법의 처벌 대상에 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사자가 심한 성적 모욕감을 느끼고 처벌 의사를 밝힌다면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 처벌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iroow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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