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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이토록 힙한 막걸리

송고시간2021-02-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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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술'로 인식됐던 막걸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샴페인처럼 탄산감을 극대화한 '스파클링 막걸리'가 인기를 얻는가 하면, 고급화 바람을 타고 한 병에 1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막걸리도 등장했다.

쌀과 누룩에 다양한 부재료를 첨가해 차별화를 꾀하는 젊은 양조자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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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부재료가 빚어낸 독특한 맛…개포동 C막걸리 양조장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C막걸리 양조장을 차린 최영은 대표 [사진/조보희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C막걸리 양조장을 차린 최영은 대표 [사진/조보희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아재술'로 인식됐던 막걸리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샴페인처럼 탄산감을 극대화한 '스파클링 막걸리'가 인기를 얻는가 하면, 고급화 바람을 타고 한 병에 1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막걸리도 등장했다.

쌀과 누룩에 다양한 부재료를 첨가해 차별화를 꾀하는 젊은 양조자들도 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에 지난해 양조장을 차린 최영은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 Colourful, Creative…C막걸리

옐로우, 그린, 레드, 퍼플, 브라운…

최영은 대표가 내온 막걸리들은 일단 화려한 색으로 눈길을 끌었다. 병을 나란히 늘어세워 놓으니 무지갯빛이 연상된다.

무지갯빛이 연상되는 C막걸리 [사진/조보희 기자]

무지갯빛이 연상되는 C막걸리 [사진/조보희 기자]

독특한 색상을 내는 주인공은 쌀과 누룩에 첨가된 다양한 부재료다.

주니퍼베리와 건포도, 블루베리와 라벤더, 당근과 레몬그라스, 비트루트와 꾸지뽕잎, 케일과 개똥쑥, 카카오닙스와 귤껍질…

'이런 걸 막걸리에 넣는다고?'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기발하고 창의적인 레시피들이다.

색깔만큼이나 맛과 향에도 개성이 넘친다.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대중적인 맛이라기보다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것 같은 맛이다.

다양한 부재료를 첨가한 C막걸리는 화려한 색상으로 눈길을 끈다. [C막걸리 제공]

다양한 부재료를 첨가한 C막걸리는 화려한 색상으로 눈길을 끈다. [C막걸리 제공]

'C막걸리 옐로우'의 이국적인 맛과 향은 당근과 레몬그라스가 빚어낸 것이다.

발효된 당근의 벨벳 같은 질감에 레몬그라스의 톡 쏘는 향기가 더해지면서 동남아 요리에 어울리는 막걸리가 완성됐다.

보랏빛이 매력적인 'C막걸리 퍼플'은 맛과 향도 빛깔만큼이나 우아하면서 상큼하다. 마카롱 같은 프랑스 디저트에 많이 사용되는 '블루베리와 라벤더' 조합을 막걸리에 적용했다고 한다.

'C막걸리 레드'는 붉은빛이 왠지 달콤할 것 같지만, 드라이한 맛이 반전을 선사한다. 강렬한 붉은색의 비트루트에 구수한 향의 꾸지뽕잎을 첨가했다. 갈비처럼 간장으로 양념한 한식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비트루트로 붉은색을 낸 'C막걸리 레드' [C막걸리 제공]

비트루트로 붉은색을 낸 'C막걸리 레드' [C막걸리 제공]

'C막걸리 브라운'은 달콤쌉쌀한 다크초콜릿을 재해석한 막걸리다. 카카오닙스의 쌉쌀한 맛에 제주산 귤껍질로 상큼함을 더했다.

'C막걸리 그린'은 마치 녹즙을 마시는 듯 건강해질 것 같은 맛이다. 녹즙에 주로 쓰이는 케일에 강렬한 향을 내는 약재인 개똥쑥을 더했다.

작년 가을 선보였던 'C막걸리 베이지 큐베'는 C막걸리의 캐릭터에서 살짝 벗어난, 가장 대중적인 맛을 지닌 막걸리다.

알밤을 부재료로 넣어 달콤하고 크리미하다. 하지만 인공 향료나 감미료로 맛을 낸 시중의 알밤 막걸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감미료 없이 밤 함량을 주세법상 부재료 허용치인 20%까지 끌어올려 진한 밤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자칫 텁텁해질 수 있는 밤 맛이 상큼하게 마무리되는 것은 유기농 캐모마일 덕분이다.

이 제품은 작년 가을 한정판으로 선보였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C막걸리 베이지 큐베'는 알밤을 넣어 찐 고두밥으로 밑술을 빚은 뒤 캐모마일을 첨가한다. 알밤의 비율이 20%에 달해 진한 밤 맛을 느낄 수 있다. [C막걸리 제공]

'C막걸리 베이지 큐베'는 알밤을 넣어 찐 고두밥으로 밑술을 빚은 뒤 캐모마일을 첨가한다. 알밤의 비율이 20%에 달해 진한 밤 맛을 느낄 수 있다. [C막걸리 제공]

C막걸리는 아직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신생 양조장이지만, 작년 7월 이래 지금까지 선보인 막걸리는 11종에 달한다.

'웬만한 막걸리는 다 마셔봤다'는 마니아들을 겨냥해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최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C막걸리의 시그니처 제품인 '시그니처 큐베'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막걸리와 비슷하지만, 이 술 역시 재료는 남다르다.

진(Gin)을 만들 때 쓰는 주니퍼베리(노간주 열매)와 건포도를 더해 기분 좋은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고두밥으로 밑술을 만드는 일반적인 막걸리와 달리 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한 '범벅'으로 밑술을 빚고 항아리에서 발효해 맛과 질감이 부드럽다는 것도 특징이다.

대표 제품인 '시그니처 큐베'는 항아리에서 숙성된다. [사진/조보희 기자]

대표 제품인 '시그니처 큐베'는 항아리에서 숙성된다. [사진/조보희 기자]

'시그니처 큐베'를 비롯해 C막걸리가 생산하는 모든 막걸리에는 설탕 같은 감미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알코올 도수는 12도로 일반적인 막걸리의 두 배에 달하고, 가격도 1만6천원으로 훨씬 비싸다.

최 대표는 "부재료와 쌀 맛이 잘 어우러지게 하려다 보니 물을 많이 넣지 않아 도수가 높은 편"이라며 "운동하고 나서 꿀꺽꿀꺽 들이키는 술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음식이나 상황에 페어링하는 술"이라고 설명했다.

◇ Cosmopolitan, Contemporary 막걸리

최 대표의 이력도 술맛만큼이나 독특하다.

국내 대학에서 네덜란드어를 전공한 최 대표는 벨기에에서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현지에서 취업해 10년 넘게 유럽과 동남아를 오가며 해외 금융업계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해왔다.

막걸리를 직접 빚기 시작한 것도 오랜 해외 생활에서 비롯된 그리움 때문이었다.

그는 "해외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것을 대부분 구할 수 있었는데 생막걸리는 구할 수 없었다"면서 "동남아에 살 때부터 한국에서 누룩을 몰래 들여와 취미로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때부터 열대과일이나 동남아 허브 등 특이한 재료를 넣어 막걸리를 빚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색과 질감을 내는 재료 한 가지와 향을 내는 재료 한 가지를 조합해 부재료로 첨가하는 지금의 레시피들은 대부분 당시의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나온 것들이다.

발효되고 있는 C막걸리 베이지 큐베 [사진/조보희 기자]

발효되고 있는 C막걸리 베이지 큐베 [사진/조보희 기자]

5년 전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최 대표는 국내에서 박물관·미술관 컨설팅을 하면서 틈틈이 양조를 배웠고, 지난해에는 집 근처에 양조장을 차렸다. 취미였던 양조가 본업이 된 셈이다.

땅값 비싼 강남구 개포동에 양조장을 차린 것은 도심에서, 도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담은 술을 생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시골에는 동네마다 양조장이 있는 것처럼 '동네 양조장 문화'를 도심 버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동네마다 양조장이 있고 동네 술이 있었잖아요. 서울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양조장을 찾기 힘들지만, 여기 개포동도 옛날에는 다 밭이었고 어딘가 양조장이 있지 않았을까요? 동네 사람들이 손쉽게 와서 맛보고 사갈 수 있는, 그런 '동네 양조장 문화'를 되살리고 싶습니다."

최영은 대표가 완성된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측정하고 있다. C막걸리의 도수는 12도로 일반 막걸리보다 높다. [사진/조보희 기자]

최영은 대표가 완성된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측정하고 있다. C막걸리의 도수는 12도로 일반 막걸리보다 높다. [사진/조보희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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