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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고궁의 보물을 훔친 황제

송고시간2021-01-02 10:30

자금성
자금성

중국 베이징의 경산공원 벽돌 틈으로 바라본 자금성의 눈 내린 모습. [최종명 제공]

2012년 베이징에 거주할 때였다. 재판이 생중계됐다. 피고인은 29세의 스바이쿠이였다. 고궁(자금성) 폐장 시간에 전시관 자물쇠를 부수고 창문을 깼다. 전시품 9개를 훔쳤다가 화제의 인물이 됐다. 13년형이 선고됐다.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홍콩의 한 사설박물관 소장품으로, 보석이 장식된 평범한 분갑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50년대 전후 작품이었다. 고궁의 보물이었다면 어땠을까?

건국 후 5차례의 대형 도난사건이 있었다. 2명은 사형, 3명은 무기징역이었다. 1959년 20세의 우칭후이가 황제의 금책(金冊)과 보석이 박힌 비수 등을 훔쳤고, 3개월 후 체포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1962년엔 쑨궈판이 접시와 사발 한 쌍인 금엽금완()과 금인(金印) 2점을 훔치다 현장에서 체포됐다. 13년 전 여죄가 추가돼 사형이 선고됐으며 곧바로 총살됐다.

진비의 인장
진비의 인장

중국 진비의 인장. [고궁박물원 홈페이지 캡처]

1980년 2건의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진비(珍妃)의 인장에 눈독을 들였다. 진비는 광서제가 총애한 후궁이자 서태후가 우물에 생매장한 인물로 유명하다. 천인화가 송곳과 밧줄까지 준비해 훔쳤지만 고궁을 벗어나지 못하고 체포돼 무기징역을 받았다.

한지린이 담장을 넘어 유리창을 부순 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경보가 울렸고 추격전이 벌어졌다. 담장을 뛰어넘다 다리가 부러져 체포됐고 사형이 집행됐다. 1987년에 샹더샹은 건륭제의 비수를 훔치다 미수에 그쳤고, 현장에서 체포돼 역시 무기징역!

한희재야연도 일부
한희재야연도 일부

[고궁박물원 홈페이지 캡처]

2020년 고궁 건축 600주년을 맞아 특별 전시회가 예정됐었다. 5월에는 역대인문화작품전, 9월에는 역대풍속화작품전이다. 인문화로는 남당의 화가 고굉중이 그린 '한희재야연도', 풍속화로는 북송의 화가 장택단이 그린 '청명상하도'가 단연 최고다.

5년 전 전시 때 먼저 보려고 100m 달리기를 했던 중국인들이다. 코로나19로 가지 못해 아쉬웠는데 연기됐다.

황제는 재상 한희재의 반란을 염려해 화가를 보내 만찬을 그리라고 했다. 한희재는 야심이 없다는 듯 잔치를 여는 장면인데, 미적 감각뿐 아니라 사료로도 찬사를 받는다. 원본은 유실됐고, 송나라 시대 모사본으로 추정한다.

북송의 수도인 개봉의 활기찬 거리에 담긴 풍속을 세밀한 붓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된다. 수많은 모사본이 있다. 둘 다 국보급 보물이며 중국 10대 명화로 꼽힌다.

마지막 황제 푸이
마지막 황제 푸이

장춘의 위만황궁에 마지막 황제 푸이의 수감 생활 사진이 전시돼 있다. [최종명 제공]

장제스가 타이완으로 고궁의 보물을 가져갔지만 두 작품을 대동하지 못했다. 두 작품을 비롯해 고가의 보물을 빼돌린 이는 마지막 황제 푸이였다. 1912년 퇴위 후 고궁에서 생활하다 1924년 쫓겨났다.

황제는 미래를 고민했다. 자기가 살던 집의 물건을 훔친 주인의 운명, 게다가 황제였다. 일본제국주의자의 앞잡이가 돼 만주국 황제가 된 푸이는 종전 후 포로가 됐다. 창춘에 있는 위만황궁에 가면 수감 생활을 하는 푸이의 사진을 볼 수 있다. 3세에 황제로 등극해 죄인을 거쳐 평민으로 전락한 인생이다. 삶 자체가 '종신형' 아닌가? 그의 일생만큼 그림이 고궁으로 돌아오는 얘기도 드라마다.

청명상하도 일부
청명상하도 일부

[고궁박물원 홈페이지 캡처]

한희재야연도가 베이징 골동품 시장에 나왔다. 1945년 가을 당대 최고의 화가 장다첸이 거금을 주고 입수했다. 소장가로서 자신의 인장까지 찍었다. 1952년 해외 이민을 준비하며 국보 유출의 오명을 염려해 지인에게 저렴하게 넘겼다. 고궁이 소장하게 됐다.

1945년 8월 17일, 푸이는 션양공항에서 도피를 시도하다 소련군에 체포된다. 가죽 상자에 든 청명상하도를 경황 중에 잃어버렸다. 공항 일꾼이 주웠고 동북박물관의 창고에 방치했다. 그 후 1952년에 자료를 정리하던 연구원에 의해 발견돼 고궁에 보고됐다.

최종명
최종명

'13억 인과의 대화' '민, 란' 저자 | 중국 현장 취재 16년, 여행기(7권) 집필 중 | '인문학 중국 발품' 강의 및 중국 문화여행 동행 | www.youy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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