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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그후 5년] ⑥ "유럽에선 코로나19보다 기후위기가 더 큰 재앙"

송고시간2020-12-20 08:00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염광희 박사 인터뷰

"전기요금 현실화·산업생태계 체질 개선 필요…국민 자발적 참여 중요"

염광희 박사
염광희 박사

독일에 있는 에너지전환 및 기후보호 관련 비영리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에서 근무하는 염광희 박사[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유럽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기후 위기를 더 심각하게 여기며 환경 보호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경제·사회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차례입니다."

독일에 있는 에너지전환 및 기후보호 관련 비영리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에서 근무하는 염광희 박사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조언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유럽에 오래 머문 그는 환경 문제를 풀어가는 정부의 정책이나 국민들의 인식 측면에서 유럽과 한국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염 박사는 "유럽은 매년 악화하는 가뭄과 예상치 못한 폭우 등 기후변화의 피해를 체험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경제가 위태로운 현 상황에서도 대부분 유럽 시민은 코로나19보다 기후 위기를 더 우려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유럽 정상들이 2030년 온실가스 목표를 상향한 점, 유럽에서 녹색당이 선전하는 점 등에 비춰 유럽 각국이 기후변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최근 2030년까지의 단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40%에서 55% 이상으로 상향했다.

2050년까지 실질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경제·사회 시스템을 저탄소 기조로 조기에 전환하는 것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사회 공동체 전체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염 박사는 "유럽연합은 온실가스의 60% 이상을 배출하는 에너지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보급이 핵심으로, 유럽연합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 패키지인 '그린딜'을 추진하고 있고, 영국과 독일은 석탄발전 조기 폐쇄 시한을 법으로 명시하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제시한 곳은 유럽연합과 영국, 독일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다른 대다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세부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염 박사는 최근 우리나라가 확정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대해서도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유엔은 이제야 한국이 본격적인 기후 보호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하지만 NDC는 여전히 논쟁거리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우리나라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줄인다면 지구 온도는 3도 이상 상승해 파리협정의 목표인 2도 내 상승을 달성할 수 없다고 국제 시민단체 등이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광희 박사
염광희 박사

독일에 있는 에너지전환 및 기후보호 관련 비영리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에서 근무하는 염광희 박사[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염 박사는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기후보호 정책이 단순히 환경 관련 정책이 아닌 경제 정책이라는 인식하에 산업 생태계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는 수출 주도형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 고밀도 대도시 중심의 인구 분포, 석탄 및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전력 생산, 송배전망의 고립(주변 국가와 연결의 어려움)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염 박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한 탄소중립 이행 방안으로 ▲ 에너지 소비 고효율화를 통한 수요 절감 ▲ 재생에너지 보급을 통한 에너지원의 탈탄소화▲ 산업 공정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 전기, 수소, IT 등을 통한 부문 간 연계 등을 제시했다.

염 박사는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 환경적 외부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전력 요금을 그대로 두면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환경 비용을 전력 요금에 반영하면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이 상승하겠지만 그만큼 소비자에게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할 동기를 제공할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도 저탄소 재생에너지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발전단가가 하락해 전기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 박사는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 체질 변화를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표현했다.

그는 "점차 재생에너지 이용 비중을 높이고, 탈탄소화가 완성되도록 공정과 설비를 개선해야 한다"며 "다른 나라로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것은 근시안적 해법으로, 탄소국경세 등을 고려했을 때 탄소 규제는 앞으로 전 세계 공통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러한 정책들은 상당한 비용 부담을 수반할 수밖에 없으니 정부는 국민과 산업계에 정책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하고, 초기에 큰 충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보조 지원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아직도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데 대해 "국제 사회가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이라고 비난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면서 "석탄발전에 대한 공적 연기금의 재정보증을 국내산 재생에너지 설비 수출에 지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역설했다.

논란이 되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유럽에서도 탄소중립을 이유로 원자력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원전은 '안전'의 측면에서 계속 비용이 상승해 경제성을 잃고 있다"며 "원전이 건설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사고 우려, 폐기물 처리 등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그는 "내가 만나본 많은 유럽 시민들은 환경보호가 결국 개인의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더해 경제 또한 튼튼하게 만든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며 우리 국민에도 그러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지금보다 2∼3배 이상 비싼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린 탓에 전기요금이 올랐을 때 독일 시민들은 고효율 에너지 제품을 구매해 전력 소비를 줄이는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수요 창출로 에너지 고효율 산업 또한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죠. 이제는 우리가 그러한 모습을 보일 차례입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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