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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ETH "지축 향하는 박테리아로 암 치료 약물 운반"

송고시간2020-12-14 17:20

외부 자장 조작해 주자성 박테리아 '펌프 효과' 유도

미세로봇 운반체보다 배양 훨씬 쉬워, 정밀의학 폭넓은 적용 기대

림프절의 암세포
림프절의 암세포

림프절에서 항산화 코팅을 받는 흑색종 세포 이미지.
이렇게 '지방 코팅'을 거친 암세포는 산화 스트레스를 잘 견뎌 멀리 떨어진 부위에 전이할 확률이 높다.
[미 UTSW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 치료제는 부작용이 심하다.

과학자들이 치료제의 작용물질을 정확히 종양에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매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 치료제는 종양에서만 효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자성(走磁性) 박테리아로 혈액 흐름을 제어하는 정밀 약물 전달법을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Zurich)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주자성 박테리아는 몸 안에서 미세 펌프(micropump)와 비슷한 효과를 내, 액체에 포함된 작용물질을 여러 방향으로 옮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는 혈액에 섞인 작용물질도 종양 조직에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펑크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논문으로 실렸다.

1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박테리아를 모방한 미세로봇 운반체에 약물을 탑재한 뒤 체외에서 자장(magnetic field)을 움직여 원하는 위치로 보내는 방법은 이미 개발돼 있다.

이 대학 '반응 생체의학 시스템 랩(실험실)'의 지모네 쉬를레 교수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자성 박테리아를 직접 운반체로 썼다.

취리히 연방 공대
취리히 연방 공대

[ETH 홈페이지 캡처 / 재판매 및 DB 금지]

45년 전 해양에서 발견된 주자성 박테리아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철분을 흡수하는데, 이렇게 흡수된 철분은 산화철 결정을 형성해 한 줄로 정렬한다.

주자성 박테리아는 이 산화철 줄을 나침반의 바늘처럼 이용해 지축 쪽으로 정향성을 갖고 이동한다.

연구팀이 약한 선회 자장으로 한 무리의 박테리아를 회전시키자, 미세 펌프 효과가 생겨 주변의 액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연구팀은 중첩 자장을 적용해 펌프 효과의 범위를 미세한 영역으로 제한할 수 있었다.

암 치료제 등의 작용물질을 종양 부위에만 정확히 전달하는 데 이 방법을 쓸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쉬를레 교수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방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걸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선 또한 기계적인 미세 펌프를 쓰지 않아도 체외 조작만으로 미세 혈관 내의 액체 혼합 등이 가능하다는 게 밝혀졌다.

쉬를레 교수는 "박테리아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는 생물 반응 장치에서 간단히 배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유형의 혐기성 박테리아가 암 환자의 종양에서 많이 증식한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박테리아가 체내 다른 부위보다 종양의 저산소 환경을 좋아한다는 걸 의미한다.

현대 과학은 여러 박테리아 종의 장점을 합성생물학으로 연계하는 수준까지 와 있다.

주자성 박테리아로 종양 내부의 깊숙한 곳까지 치료 작용물질을 전달하는 방법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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