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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처] 바지와 치마가 사라진 화장실…성 고정관념 바꿀까

송고시간2020-12-15 08:00

(서울=연합뉴스)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이라고 적힌 각 표지판엔 사람 형상이 단순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얼핏 보면 똑같은 그림처럼 보이지만 남자는 상체가 초록색, 여자는 주황색인데요.

바지와 치마,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일반 표지판과 차이가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모두의학교' 화장실 표지판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치마가 사라진 그림에 대해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좋은 시도"라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글자 없이 그림만 놓고 보면 남녀를 구분할 수 없어 혼란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기호는 기호일 뿐. 저런 걸로 성평등을 운운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언어 대신 기호나 그림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픽토그램이 성 고정관념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아이콘은 성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고 관련된 편견이 커지는 문제들이 있었다"며 "젊은 세대들이 공정성에 대해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건 긍정적인 사회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10월 시민 1천206명을 조사한 결과 95%가 일상생활 중 성차별적이라고 느낀 시설, 표지판, 장소를 본 적 있다고 답했는데요.

남녀 모두가 바꾸고 싶은 성차별적 공간으로 '여성은 분홍, 남성은 파랑으로 표현된 공간'(21.1%)과 '여성은 보호자, 남성은 작업자 등 성 역할 고정관념 표지판'(8.6%)을 꼽기도 했죠.

영화 관람 등급을 정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선정성' 등급을 표시하는 픽토그램은 여성의 몸매를 부각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 10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영등위는 2009년 이후 사용하던 픽토그램을 교체했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는 '선정성' 그림이 남녀 성별 기호로 바뀌게 되죠.

여러 기관에서 양성평등을 실천하기 위해 표지판 디자인을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데요.

그 과정에서 글을 못 읽는 아동이나 노인, 색맹 등 또 다른 약자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장미현 젠더공간연구소장은 "'어떻게 하면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으면서도 차별 요소 없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 우리가 적절한 모양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라며 "지금은 좋은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소장은 "누군가에게 차별적이지 않은 형태이면서도 직관적인 디자인 형태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성은 기자 성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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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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