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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근의 병영톡톡] '방패' 내던지고 '창' 움켜쥔 일본

송고시간2020-12-12 08:00

북한 타격가능 '스탠드오프' 미사일 개발…"상대국 영역내에서 저지"

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유도탄
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유도탄

[일본 육상자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일본이 유사시 적 요격 범위 밖에서 발사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standoff)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언론은 최근 사거리 1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335억엔(약 3천487억원)을 반영할 방침이라고 지난 10일 전했다.

스탠드오프 미사일은 적의 요격미사일 사정권 밖에서 발사되어 목표물을 타격한다. 장거리 공격용 순항미사일로 보면 된다.

장거리에 있는 적 목표물을 타격하려면 스탠드오프와 스탠드인(standin) 두 가지 방식이 동원된다.

스탠드오프 타격은 지상 또는 항공기, 함정,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원거리 목표물을 궤멸시키는 방식이다. 스탠드인은 스텔스 전투기가 적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표적 인근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식이다.

일본은 사거리 200여㎞의 육상자위대의 최신형 '12식 지대함유도탄'(SSM)을 5년에 걸쳐 개량해 1천㎞가량의 스탠드오프 미사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북 미사일 위협 빌미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사정권은 북 넘어

12식 SSM은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이 2012년 개발한 것으로, 기존 88식 지대함 유도탄의 개량형이다. 관성항법장치(INS)와 GPS, 지형지물 탐색 장치 등을 갖춰 표적 식별력과 타격 정확도가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개발하면 북한 전역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일부 지역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남중해에서 중국과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 상태인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얻고자 일본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고 판매에 협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미사일 능력 때문이다.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의 아오모리현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는 1천200여㎞이다. 아오모리현에는 일본 육상자위대 동부방면대 예하 9사단이 있다. 스탠드오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은 지상과 해상, 수중 등 다양하므로 한반도 인근 공해상에서 쏠 경우 사거리가 북한 전역을 넘어선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위성항법장치(GPS) 등을 달아 목표물을 정확히 찾아가 타격할 수 있고 저공비행으로 지상에서 요격도 쉽지 않다.

특히 최근 개발품은 각종 첨단 유도장치가 들어 있어 오차 1~2m 이내의 정밀도를 자랑한다. 예를 들어 구축함과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2천500㎞에 달하지만, 오차는 3m 내외라고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장거리 공격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유사시 적을 타격할 수 있는 '창'을 갖겠다는 의도라고 관측한다.

일본이 창을 가질 경우 그간 유지해온 '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라는 미일 공동 미사일방어 원칙이 유야무야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 등에 따라 방어에 치중해왔지만, 이제는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전수방위는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방위력을 사용하고 실력 행사 방식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도록 하는 전략이다. 무력 행사와 전쟁을 포기한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9조를 고려한 수동적 방위 원칙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일본은 방어에 치중하고, 공격은 미국이 맡는다'는 미일동맹의 틀을 넘어서는 행위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을 훼손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이유로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및 초음속 미사일 위협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의 북극성과 화성 계열의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이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라는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신형 ICBM
북한 신형 ICBM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조선중앙TV 화면] 202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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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국 영역서 탄도미사일 저지…전수방위 규범서 공세적 조치 가능"

지난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퇴임 전 담화에서 "요격 능력을 향상하는 것만으로 정말로 국민의 목숨과 평화로운 삶을 지켜내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그런 문제의식 아래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저지에 관한 안전보장 정책의 새로운 방침을 검토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8월 자민당이 당시 아베 총리에게 제출한 '국민을 지키기 위한 억제력 향상에 관한 정책제언(안)'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정책개발실 조은일 선임연구원이 '국방논단'에 기고한 관련 글에 따르면 당시 정책제안(안)에는 억제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조치로 "상대의 영역 내에서 탄도미사일을 저지하는 능력"이 포함됐다.

조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상대의 영역 내에서 탄도미사일을 저지한다는 것은 요격한다(intercept)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발사 자체를 막는다(block)는 의미로도 읽힌다"면서 "저지력을 실현하는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전수방위 규범과 주변국에 대한 위협 등 다양한 논쟁으로 확장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日, F35 구입 대폭 확대.. 헌법의 '전수 방위' 깨기 노골화 (CG)
日, F35 구입 대폭 확대.. 헌법의 '전수 방위' 깨기 노골화 (CG)

[연합뉴스TV 제공]

일본은 2017년 12월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을 위해 이지스 어쇼어 2기를 도입한다는 각의 결정 이후 지난 6월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철회를 결정했다.

2년 6개월간의 논의를 백지화하고 그 대안의 일환으로 장거리 공격 미사일 개발 및 도입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앞으로 개발 및 도입하는 장거리 공격 미사일로 상대국 영공과 영해, 영토 내에서 탄도미사일을 저지하거나 목표물을 타격하는 방안을 확정하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조 선임연구원은 "상대의 영역 내에서 탄도미사일을 저지하는 것을 자위를 위한 최소한도의 실력 행사라고 정의한다면, 전수방위 규범 아래서도 다양한 공세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미중 전략경쟁이 첨예화하고 있는 동북아 안보 질서를 보다 경쟁적으로 변화시킬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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