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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가 고발하는 폭력과 차별 '니클의 소년들'

송고시간2020-12-12 07:59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한 학교에서 비밀 묘지가 발견된다.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신원 미상의 유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난다.

이곳은 니클 감화원이 있던 자리다. 미국 전역의 언론이 이 사건을 주목하면서 감화원 출신 피해자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주인공 엘우드도 진실을 세상에 알릴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겪었던 엄청난 차별과 폭력이 오랫동안 어둠 속에 갇힌 채 묻혀 있었지만, 이제는 땅속 깊이 은폐됐던 과거의 진실을 드러내야만 한다고 성인이 된 엘우드는 결심한다.

화이트헤드가 고발하는 폭력과 차별 '니클의 소년들' - 1

미국을 대표하는 흑인 작가로 떠오른 콜슨 화이트헤드의 장편소설 '니클의 소년들'의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다. 은행나무 출판사가 최근 김승욱의 번역으로 출간했다.

이 소설은 엘우드가 니클 감화원에서 벌어졌던 악행을 회상하면서 현재와 과거를 대비시키는 서술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1960년대 미국 남부에서 흑인들을 상대로 자행된 인종 차별과 폭력, 학대 등을 드러낸다. 버스 보이콧 캠페인과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 등 흑인 인권 운동의 주요 장면들이 나오는 것도 작품의 리얼리티를 제고한다.

화이트헤드는 플로리다주 마리아나 도지어 남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이 학교에서는 상습적 폭력과 성적 학대가 있었고, 이로 인해 심지어 학생들이 사망하기까지 했지만, 관할 당국과 학교는 이를 은폐했다. 수십 년이 지난 뒤에 사우스플로리다대 고고학과의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고 한다.

이 소설은 화이트헤드에게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올해 퓰리처상뿐 아니라 오웰상, 커커스상 등을 휩쓸었고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10년대 최고의 소설 10선' 중 하나로 선정했다.

100여 년 퓰리처상 역사에서 두 차례 수상한 작가는 화이트헤드가 역대 네 번째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이다.

화이트헤드는 앞으로도 인종 차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좌절 대신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가 내놓는 작품들은 이런 철학의 연장선에 일관되게 놓여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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