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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과자로 시작한 40년 나눔과 봉사…나주 오종순씨

송고시간2020-12-12 09:05

"작은 것이라도 나누니 일도 잘 풀렸어요"…숨은 의인상 수상

장학사업, 홀몸 어르신, 다문화 이주여성, 새터민 등 지원

(나주=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 "과자 몇 봉지 들고 복지시설을 찾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 데 40년이 훌쩍 지났네요."

전남 나주시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숨은 의인'에 선정된 오종순(67)씨가 지역사회와 이웃에 나눔과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40여 년 전인 1978년 무렵이다.

군 제대 후 첫 직장이 제과업체였던 오씨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사무실 한쪽에 챙겨놓은 과자나 빵을 들고 보육원 등 복지시설을 찾았다.

나주시인재장학기금 기탁하는 오종순씨(왼쪽)
나주시인재장학기금 기탁하는 오종순씨(왼쪽)

[나주시 제공]

가난과 배고픔을 누구보다 생생히 겪었지만,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기에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이것이 나눔의 시작이 됐다.

오씨는 "월급이 얼마 되지 않아 과자도 넉넉히 챙기지 못했지만, 까치발을 서가며 정말 반갑게 기다려주고 기뻐했던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 발길을 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작은 과자봉지에서 출발했던 오씨의 나눔은 기업인으로 자수성가한 이후 장학사업, 홀로 사는 노인, 다문화 이주여성, 새터민 지원 등 지역사회 곳곳으로 널리 퍼졌다.

나주의 시골 마을에서 7남매 장남으로 태어난 오씨는 소작농으로 어려운 생계를 꾸려가던 아버지가 쉰도 채우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하면서 두 어깨에 '가난'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중학교 2학년으로 기억하는데 돈이 없어 속리산 수학여행을 못 가고 학교에 나와 화장실 청소를 했다"는 오씨는 "이것이 중·고교에 수학 여행비를 내놓은 계기였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여기에 오씨는 하나를 더 얹어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이 없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오씨가 종친회 장학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나주교육진흥재단에 10년 넘게 인재 육성 기금 수천만 원을 기부한 것도 그런 사연이 바탕이 됐다.

새터민을 초청해 지회장으로 있던 새마을지회와 결연을 하고 이불 등 각종 물품을 지원하는 것도 수년째 빼놓지 않는 행사가 됐다.

지역 내 베트남 이주여성의 친정 고향을 찾아가 낡은 집을 헐고 새로 지어준 것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나눔이었다.

오씨는 이 선행으로 베트남 주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지역에서 홀로 사는 노인이나 사회복지시설은 오씨가 20여 년 이상 나눔을 펴온 곳이다.

나주시가 제정한 숨의 의인상을 받는 오종순씨
나주시가 제정한 숨의 의인상을 받는 오종순씨

[나주시 제공]

한국효도회 나주시지회장을 맡기도 했던 오씨는 매달 2차례 요양시설을 찾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씻기는 목욕 봉사도 빼놓지 않았다.

사업체의 전공을 살려 패이고 깨진 지역 중학교 진입로를 말끔하게 포장해주기도 했다.

'나눔은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오씨는 "적은 돈, 하찮은 물품이라도 나누다 보면 공사 입찰에도 운이 따르고 회사 일도 술술 잘 풀렸다"고 말했다.

사업을 물려받은 아들에게도 나눔과 봉사를 가훈으로 물려줬다며 그는 흐뭇해했다.

오씨는 "소년·소녀 가장, 조손가정 등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TV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눈물만 난다"며 "적은 액수라도 꼭 (기부) 전화를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수십 년간 지역과 시민사회를 위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해온 숨은 인물을 발굴하고자 올해 제정한 '숨은 의인상'에 오씨를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

nic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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