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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먹방] 요리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탈바꿈한 마늘

단양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은 마늘약선요리
마늘정식 상차림 [사진/조보희 기자]
마늘정식 상차림 [사진/조보희 기자]

(단양=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마늘은 한국의 4대 채소 중 하나다. 인삼, 은행과 함께 세계 3대 장수 식품이다. 그렇지만 주로 양념으로 쓰여서 음식의 '조연'에 불과했다.

단양 장다리식당에서 마늘은 요리의 '주인공'으로 다시 탄생했다. 건강에 좋은 마늘이 주재료가 된 요리들이 성찬을 이룬다.

마늘은 일해백리(一害百利)라고 일컬어진다. 강한 냄새를 제외하면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마늘은 건강에 좋은 '수퍼 푸드'다. 마늘 속 알리신 성분은 피를 맑게 해 세포를 활성화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기력 증진, 고혈압 완화, 소화 촉진, 항균 등의 작용을 한다.

음식에 넣으면 강한 향이 비린내를 없애고 맛을 좋게 할 뿐 아니라 식욕을 증진한다. 이 때문에 마늘의 효능이 인삼보다 좋다, 산삼에 버금간다는 말까지 있다.

단양에서 재배된 마늘은 단단하고 미네랄 함유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석회암 지대이자 준고랭지인 단양에서는 마늘을 일찍 파종하고 늦게 수확한다. 파종은 10월, 수확은 6월이다. 땅의 기운을 많이 받고 자랐기 때문에 단단하고 이로운 성분이 많다.

단단하니 저장하기 좋고 향이 강해 조금만 넣어도 감칠맛이 난다. 추운 곳에 재배하는 한지형 마늘인 단양 마늘은 아리고 쓴맛이 적고 깊은 단맛이 있다.

마늘 떡갈비 [사진/조보희 기자]
마늘 떡갈비 [사진/조보희 기자]

남한강의 단양 구간을 일컫는 이름인 단양강을 따라가다가 중심가에 가까워지면 마늘불고기, 마늘정식, 마늘갈비, 마늘순대 등의 음식점 간판이 많이 눈에 띈다. 마늘 요리가 단양의 대표 음식 중 하나임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마늘 요리가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단양군은 1997년 제1회 단양마늘음식경연대회를 여는 등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한 요리 개발을 장려했고, 그때부터 마늘 음식이 단양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수려한 단양강변에 자리 잡은 장다리식당의 이옥자 대표(58)는 제1회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장다리식당은 이후 지금까지 마늘 요리로 성업 중이다.

이 성공을 벤치마킹해 단양에는 마늘 요리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장다리식당은 단양 마늘약선요리의 원조이고, 이 대표는 마늘요리를 안착시킨 공로자인 셈이다.

무, 배추의 꽃줄기를 장다리라고 하는데 단양 사투리로는 마늘종을 뜻한다. 장다리식당에서는 흑마늘정식, 떡갈비마늘정식 등 6가지 마늘정식을 대접한다.

정식 메뉴들은 마늘육회, 마늘수육, 마늘두부김치, 마늘튀김, 마늘더덕무침 등의 요리와 마늘로 만든 밑반찬들로 구성된다.

마늘 4∼5쪽과 단호박, 검은콩을 넣어 짓는 마늘 솥밥 [사진/조보희 기자]
마늘 4∼5쪽과 단호박, 검은콩을 넣어 짓는 마늘 솥밥 [사진/조보희 기자]

밥으로는 마늘을 넣어 갓 지은 솥밥이 나온다. 가격은 1만3천원에서 3만5천원까지 다양하다.

일품요리로는 마늘비빔육회, 마늘떡갈비, 마늘수육, 웰빙감자떡 등이 있다. 간판격 정식인 '진수성찬' 메뉴는 서른 가지 이상의 요리와 반찬으로 구성됐다. 이 음식들에는 모두 마늘이 주재료나 양념으로 들어간다.

마늘 요리를 많이 먹으면 식사 후 마늘 냄새가 나지 않느냐는 우문을 이 대표에게 던져 보았다. 마늘을 굽고 삭히고 튀기고 삶거나, 소금물에 살짝 데쳐 사용하기 때문에 냄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이다.

맵고 아린 맛도 없기 때문에 어린이도, 외국인도 즐길 수 있다. 다만 생마늘은 식도나 위가 약한 경우 피하는 게 좋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가열하지 않으면 마늘 성분은 별로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마늘 요리 중 자랑거리 3가지를 꼽아 달라고 했더니 이 대표는 마늘비빔육회, 마늘떡갈비, 마늘수육을 들었다.

마늘비빔육회는 힘줄이 없고 단백질이 많은 소 엉덩잇살을 고추장과 마늘에 버무리고 배를 굵게 썰어 넣어 아삭한 맛을 살렸다. 떡갈비는 마늘을 듬뿍 넣어 감칠맛이 두드러졌다. 수육은 돼지 목살고기를 한약재, 마늘과 함께 삶아낸 것이다.

한 달 동안 숙성시켜 만드는 흑마늘 [사진/조보희 기자]
한 달 동안 숙성시켜 만드는 흑마늘 [사진/조보희 기자]

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흑마늘과일샐러드가 아닐까 싶었다. 흑마늘은 생마늘을 한 달 동안 직접 숙성시켜 만든다.

첫 보름 동안은 보온밥통에 넣어 숙성시키는데 매일 김을 빼준다. 이후 보름은 건조기나 자연 바람으로 말린다. 이런 과정을 거친 흑마늘은 알리신 등 유익 성분이 생마늘보다 최고 60배 많다고 한다.

마늘솥밥에도 정이 갔다. 마늘 4∼5쪽과 단호박, 검은콩을 넣어 짓는데 쌀은 4가지가 들어간다. 향미, 찹쌀, 백미에 수수나 좁쌀이 더해진다.

이 대표는 숟가락으로 밥, 마늘, 호박을 꾹꾹 누르면서 섞어 주었다. 잘 익은 마늘과 호박이 찰진 밥압과 버물어져 달콤하고 구수한 맛을 냈다.

장다리식당에서 쓰는 소금은 장독에서 5년 숙성된 것이다. 오랜 숙성의 공덕이 담긴 흑마늘, 소금 등을 얼마간의 돈을 지불하고 맛볼 수 있는 현대인은 나름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마늘더덕무침, 부추마늘샐러드, 매실마늘장아찌, 마늘양념게장, 마늘맛살치즈구이, 마늘종, 마늘무침, 마늘머스터드샐러드, 마늘배추무침, 마늘꼬치, 마늘버섯볶음, 마늘멸치복음, 간 마늘을 넣은 낙지젓, 마늘삼색나물 등 마늘을 주재료로 썼거나 양념으로 넣은 반찬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다.

흑마늘 과일샐러드 [사진/조보희 기자]
흑마늘 과일샐러드 [사진/조보희 기자]

이를 다 맛본 손님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대표는 "평생 먹을 마늘을 오늘 다 먹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손님들의 이 덕담 속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채로운 마늘 맛에 대한 경이가 함축돼 있다. 장다리식당에서 소비하는 마늘은 하루 50㎏, 연간 20t가량 된다.

이 대표는 마늘의 이로움과 항암효과를 몸소 체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8년 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았다. 항암제를 복용할수록 몸이 더 쇠약해짐을 느끼고 약을 끊은 뒤 매일 마늘을 먹었다.

"마늘 한 쪽을 먹을 때마다 암세포도 하나씩 죽겠지"라고 되뇌며 꾸준히 섭취했고, 그 결과는 완전한 건강 회복이었다.

긍정적 태도와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일한 것도 건강을 찾는 데 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말기 암 환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는 활력에 차 있었다.

이 대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요리경진대회에 나가서 상을 탔고, 음식기능보유자 타이틀을 여럿 갖고 있다.

장다리식당은 크다. 500석 규모에 직원이 20여 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관광버스들이 식당 마당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마늘 돼지고기 수육 [사진/조보희 기자]
마늘 돼지고기 수육 [사진/조보희 기자]

신종플루,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감염병 사태 때 장다리식당은 잘 견뎌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번창했다. 마늘의 항균 기능이 손님들을 더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때마다 손님은 급증했다.

그러나 장다리식당 역시 이번 사태 속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마늘의 항균력이 아무리 강해도 사회적 멈춤 상황에서는 손님들이 식당을 찾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다리식당은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이 식당은 기본 월급제와 인센티브제를 혼합한 급료체계를 갖고 있다. 하루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될 때마다 전 직원에게 보너스가 지급된다. 이 때문에 장다리식당에는 오래 근무한 직원이 많다.

이 대표는 1년 가까이 계속된 적자를 그동안 벌어놓은 돈으로 버티고 있다면서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도 이겼는데 코로나가 뭐길래 마늘이 못 이기는지…"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조만간 백신접종이 시작될 테니 감염병 사태도 머지않아 끝날 것이다. 이 대표도, 직원들도, 우리도 조금 더 힘을 내야겠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1년 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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