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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잔 8조원짜리 해상차단벽…베네치아 또 물바다(종합)

송고시간2020-12-09 18:58

규정보다 5㎝ 낮은 조수 수위 예보에 작동 안시켜

지난 10월 인공차단벽 모세가 물 위로 솟아오른 모습. 2020.10.14. [EPA=연합뉴스]

지난 10월 인공차단벽 모세가 물 위로 솟아오른 모습. 2020.10.14. [EPA=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수상도시 베네치아가 8일(현지시간) 높은 조수로 또다시 물바다가 됐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네치아에 최대 138㎝의 조수가 밀어닥쳐 도시 곳곳이 침수됐다.

베네치아의 랜드마크인 산마르코광장도 성인의 무릎까지 바닷물이 들어차며 출입이 통제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60억 유로(현재 환율로 약 7조8천940억 원)를 들여 만든 홍수예방시스템(MOSE·모세)이 이번에는 적시에 가동되지 않았다.

시스템 통제센터는 규정상 조수 높이가 130㎝ 이상으로 예보될 때 베네치아 석호 입구에 설치된 모세를 가동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조수가 120∼125㎝에 그칠 것으로 예보되면서 경계를 풀고 있다가 오후 들어 아드리아해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계절풍 '보라'(Bora) 등의 영향으로 갑자기 조수가 높아지며 눈뜨고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

8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이 물에 잠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이 물에 잠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현지에서는 당국이 시시각각 돌변하는 기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규정과 매뉴얼에 얽매여 방비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불과 5㎝ 차이 때문에 이처럼 큰 피해를 초래한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이참에 모세 작동 버튼을 누르기 위한 조수 수위 기준을 120㎝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스템 통제센터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통제센터는 9일 오전 조수 수위가 다시 123㎝에 이를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자 새벽 3시 모세를 작동시켰다. 규정보다 낮은 예보치였지만 예방 차원에서 시스템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침수 사태가 반면교사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긴 터라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많다.

이번 침수 피해액은 대략 1천500만유로(약 197억원)에 달할 것으로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베네치아 석호에 설치된 인공차단벽 '모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네치아 석호에 설치된 인공차단벽 '모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모세는 78개 인공 차단벽으로 구성돼 있다. 평상시에는 바닷속에 잠겨있다가 비상시 수면 위로 솟아올라 조수를 막는 방식이다. 최대 3m 높이의 조수까지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17년간의 긴 공사 끝에 올 상반기 완공돼 지난 10월부터 실가동됐다.

베네치아는 매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 사이 조수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qua Alta)로 상습적인 물난리를 겪는다. 최대 120㎝까지의 조수에는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이를 넘어가면 피해가 불가피하다.

작년 11월에도 조수가 187㎝까지 불어나며 비잔틴 양식의 대표 건축물인 산마르코대성당을 포함해 도시의 80% 이상이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uOpvfMsh4rs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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