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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 그후 5년] ④ "온실가스, 하루 42만개 원자폭탄 터지는 효과"

송고시간2020-12-06 08:00

"기후위기는 생존의 위기…국제사회서 도태 안 되려면 경제 구조 바꿔야"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인터뷰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조천호 전 원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조천호 전 원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워 증가시킨 온실가스 때문에 1초에 히로시마 원자폭탄 5개가 터진 만큼의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42만 개, 1998년 이후 약 29억 개의 원자폭탄이 폭발한 것과 같은 에너지가 지구를 덥히는 것, 이것이 바로 온실효과입니다."

기후변화 전문가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묘사했다.

대기과학자인 조 전 원장은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근무하다 재작년 은퇴했다. 현재는 경희사이버대학에서 기후 위기를 가르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기후 위기를 "생존의 위기"라고 표현한다.

지구의 평균 온도는 빙기에서 간빙기로 변하는 1만 년 동안 4∼5도 올랐는데,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로 최근 100년간 지구의 온도를 1도 이상 올려놨다.

인간에 의한 기온변화 속도가 자연적인 변화 속도보다 20배 이상 빨라져 태풍·폭염·홍수 등 극한의 기후 재해가 급격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 폭염에 이어 올해는 대규모 홍수라는 엄청난 재해를 몸소 체험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지구의 온도는 2040년께 1.5도, 2060년께 2도, 2100년에는 3∼3.5도까지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류 문명의 기반까지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조 전 원장은 "깨끗한 공기, 마실 수 있는 물, 적절한 식량, 안락한 거주지는 우리의 생존 기반"이라며 "지구의 가열로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면 기후가 변덕스럽고 혹독한 상태가 될 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물 부족, 식량 생산 감소, 생물 다양성 파괴, 전염병 확산 등이 급격하게 일어나 생존 기반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온실가스는 수십 년에서 수천 년 동안 공기에 남아있어 가열 효과가 누적되고 그 영향이 지구 전체로 퍼진다"며 "기후 위기가 도래하면 자연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와 사회도 급속하고 심각한 변화와 불확실성 때문에 통제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5년 전 세계는 2100년까지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더 나아가 1.5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파리 협정'을 맺었다

우리나라 또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그러한 목표가 당연하다면서 "목표는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이 부족해 보여 선언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2050년 탄소 중립은 비록 급진적일 수는 있어도, 국제 기준인 만큼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으려면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등을 살펴보면 정말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조 전 원장은 "온실가스는 현재 과잉 배출되는 부분이 있어 초반 감축은 쉽고, 갈수록 감축하기 어려워진다"며 "그런데 우리 정부의 2030년 목표나 계획을 보면 초반 감축조차도 과감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 발전 퇴출 및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등 구체적인 목표의 로드맵이 짜여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때 충격받아 체질을 완전히 바꿨듯 그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특히 식량·에너지·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기후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선진국이 짜놓은 기후 위기 대응에 쫓아가는 시늉을 할 때가 아니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10대 강국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최전방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이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전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산업계에도 "변화되는 세상에서는 과거의 성공 방식이 오히려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자연재해, 미세먼지, 전염병, 금융위기 등과 같은 여러 위기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위기를 압도하는 문명의 위기"라며 "지금 체계 안에서 일부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고,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은 미래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선진국과 메이저 자본, 글로벌 기업이 이미 탄소 중립을 위해 경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우리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원장은 "아마존과 구글, 애플 등은 앞으로 재생에너지로 제조하지 않은 부품은 납품받지 않겠다고 한다"며 "지난 10년간 원전 발전 비용은 26% 올랐지만, 태양광은 89%, 풍력은 70% 떨어졌다. 기술혁신이 재생에너지에 집중되는 엄청난 산업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9년 전 세계 신규 발전 에너지 중 재생 에너지가 72%를 차지할 정도로 앞으로는 그 어떤 에너지 생산 방식도 재생에너지와 가격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유럽연합과 미국 바이든 정부가 검토하는 탄소세 등이 부과되면 우리는 유럽연합과 미국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조 전 원장은 "결국 우리가 기존 산업 구조와 과거의 발전 방식을 유지한다면 경쟁력이 없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국제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업과 경제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그는 기후 위기 대응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그러한 정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국민 또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개인의 감수성도 중요하지만, 기후 위기는 나만 바뀌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정치가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믿는 가치를 법으로 만들어주고 집행할 사람을 잘 뽑아야 합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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