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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쪽 전부 백지' 伊극우정치인 풍자책 아마존 베스트셀러 등극(종합)

송고시간2020-12-04 03:49

'마테오 살비니는 왜 존경받을만한가' 제목 달았지만 속은 '텅텅'

저자 "수년간 조사했으나 쓸 게 없어"…독자들 "읽을 가치있다" 호응

'살비니는 왜 신뢰, 존경, 찬양을 받을만 한가'라는 제목의 책 표지. [아마존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저장 금지]

'살비니는 왜 신뢰, 존경, 찬양을 받을만 한가'라는 제목의 책 표지. [아마존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저장 금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마테오 살비니(47) 상원의원에 대한 책이 백지상태로 출간됐음에도 수일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정가의 최대 '뉴스메이커'로 꼽히는 살비니는 국민 사이에 잠재된 반이민·난민 정서를 부채질해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온 인사다.

이탈리아 시중 서점과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북스토어에는 '살비니는 왜 신뢰, 존경, 찬양을 받을만한가'라는 제목의 이탈리아어판 책이 6.99유로(약 9천260원)에 판매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에서는 최근 며칠째 정치과학 부문 판매 순위 1위를 유지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작년 2월 처음 시판됐는데 뒤늦게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110쪽 분량의 이 책이 내용이 전혀 없는 백지로 출간됐다는 것이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살비니 관련 책. [아마존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저장 금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살비니 관련 책. [아마존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저장 금지]

아마존 웹사이트의 책 소개란에는 '이 책은 모든 페이지가 백지다. 수년간 조사했지만, 해당 주제를 설명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그냥 노트로 사용해달라'라는 '촌철살인'의 글이 적혀있다.

저자는 '알렉스 그린'이라는 필명의 정치분석가다. '지금과 같은 매우 어려운 시기에 우리 삶에 해학을 주려 노력하는 작가'로 소개됐다.

이색적인 시도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3일(현지시간) 현재 505명의 독자가 평가한 리뷰 점수는 5점 만점에 4.7점이다. 리뷰를 남긴 독자의 90% 이상이 최고 점수인 별 5개를 줬다.

한 독자는 "길고 난해하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풍자 섞인 글을 남겼고, 다른 독자는 "첫 페이지부터 역사·정치·사회적 분석의 깊이와 정확도가 느껴진다. 간명하지만 심오하다"라고 평했다.

책 속의 상태. 내용 한 줄 없이 백지상태로 있다. [아마존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저장 금지]

책 속의 상태. 내용 한 줄 없이 백지상태로 있다. [아마존 웹사이트 갈무리. 재배포 및 DB 저장 금지]

"책 소개란조차 읽지 않고 훌륭한 책이라며 사들이는 살비니 지지자들과 책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 양쪽 모두로부터 돈을 버는 매우 영리한 저자다. 7유로가 아깝지 않은 노트"라는 글도 있다.

책을 혹평하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최하인 별 1개를 선사한 '비르지냐 비아넬로'라는 이름의 독자는 "부끄러운 사기 행위다. 책 내용은 물론 페이지 번호도 없다"면서 책값을 환불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지의 정치 영역에서 살비니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올 2월부터 지속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국면에서 정부의 고강도 방역 조처와 마스크 착용해 반대해 거센 비난에 직면하는 등 존재감을 다소 잃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대선 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서 측면 지원 활동을 펼쳐 해외 언론으로부터 '트럼프 치어리더'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 불황 속에 불만을 터트릴 표적을 찾는 극우 또는 보수 유권자들로부터 얻는 지지를 기반으로 한 그의 정치적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다소 하락하긴 했으나 살비니가 속한 극우 정당 동맹은 25% 안팎의 전국 지지율로 2년 가까이 최고 인기 정당으로 군림하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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