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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미국 '中기업 문책법'…3년짜리 시한폭탄 되나

송고시간2020-12-06 06:06

3년 유예로 당장 충격 없겠지만 미-중 '치킨게임' 불보 듯

중국 기업 감독 개방 꺼려…미중 갈등 속 홍콩증시는 '특수'

뉴욕 증권거래소
뉴욕 증권거래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 후 신냉전으로 치닫던 미중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백악관 입성 후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같은 극단적 미중 대립은 줄 수는 있지만 기존 최강국 지위를 고수하려는 미국과 최강국 부상 야심을 숨기지 않는 중국 사이의 근본적 갈등의 틀에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세간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향후 미중 갈등 흐름 속에서 눈여겨봐야 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 하원이 지난 2일(현지시간) 자국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한 '외국회사문책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겁니다.

지난 5월 상원에서도 만장일치로 가결된 법안이 하원까지 통과함에 따라 이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았습니다. '중국 때리기'에 골몰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리 만무하니 활시위는 당겨졌고 쏘는 일만 남은 셈입니다.

그간 미중 양국 사이에 관세 난타전을 포함한 무역 전쟁,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술기업 제재 등 다양한 경제·통상 분야의 갈등이 존재했는데 이번 법안이 시행되면 거대한 양국 자본 시장을 둘러싼 새 갈등 구조가 형성되게 됩니다.

이 법은 외국 회사가 미국의 회계 감독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 못 하면 증시에서 퇴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합니다.

법 적용 대상은 '외국 회사'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왜일까요. 이미 많은 나라가 미국 PCAOB의 회계감사 접근권을 보장하는데 중국이 유독 '국가 주권'을 앞세워 자국 기업들이 미국 기관에 회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가로막아 왔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작년 아예 증권법까지 개정, 정부 승인 없이 자국 회사가 외국 당국에 회계 자료를 제출할 수 없도록 대못을 박았습니다.

중국의 입장은 자국 기업의 회계 자료를 받아 가고 싶으면 정부 대 정부 관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가져가라는 겁니다.

미국은 자국 시장에 와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중국 기업이어도 마땅히 자국 회계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이니 서로의 입장 간극이 큽니다.

미국은 회계 자료를 안 내놓으면 증시에서 쫓아내겠다고 하고, 거꾸로 중국은 미국에 자료를 넘기지 말라고 하니 중간에 낀 중국 회사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안 그래도 미국과 나라의 명운을 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모양새 빠지게 당장 순순히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미국의 법이 그대로 유지되고 중국이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유예 기간인 3년이 지나면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 넷이즈처럼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해진 중국의 대형 기업들이 졸지에 연쇄 상장 폐지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외국회사문책법이 미중 관계 속에서 3년짜리 시한폭탄과 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들어 외국 감독 기관에 자국 회계법인을 조사할 권한을 주는 것을 꺼린다"며 "그들(중국)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중국 회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알리바바 같은 초대형 기업이 상장 폐지되는 사태는 중국에만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 정부가 절충안을 도출해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리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중 양국이 '치킨 게임'을 하다가 유예 기간이 끝나는 막판에 다다라서야 타협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 몇 개가 상장 폐지되는 일쯤이야 우리 한국인의 일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의 나라 얘기일까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중국 기업들, 특히 첨단 기술 분야 기업은 대부분 거의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한 회사의 시가총액만 해도 7천200억 달러(약 780조원)에 달합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약 430조원)의 거의 배에 달합니다.

2014년 알리바바 뉴욕 상장행사 당시 마윈(가운데 두 손 든 이)
2014년 알리바바 뉴욕 상장행사 당시 마윈(가운데 두 손 든 이)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만에 하나 미중 양국이 타협안을 찾지 못해 중국 거대 기업들의 미국 증시 연쇄 퇴출 사태가 현실화한다면 세계 자본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글로벌 증시와 연관성이 큰 우리나라 증시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또 이 문제를 풀지 못하게 되면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추가 악화하고 이런 정치 환경 변화는 어떤 방향이 되었든 세계 경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세계인들은 이미 미중 갈등이라는 새로운 상수가 세계 경제·산업 질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목도한 바 있습니다.

이런 우려와 달리 단기적으로 큰 이득을 보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홍콩입니다.

과거 중국 기업들은 자국 본토의 상하이·선전 증시나 홍콩 증시보다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높게 쳐 주는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걸 훨씬 선호했습니다.

뉴욕 증시 상장식은 기업들의 성공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했기에 유망하다고 인정받는 기업일수록 뉴욕행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 증시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평가가치를 좀 박하게 받더라도 상장폐지 등 정치적·외교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홍콩 증시가 낫다고 판단하는 거지요.

미중 갈등과 홍콩의 민주화 시위 여파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했는데도 거꾸로 홍콩 증시가 인기를 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기도 합니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이른바 '전시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셈입니다.

최근 두드러진 현상은 미국에 상장한 대형 기업들의 홍콩 2차 상장 물결입니다.

작년 알리바바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징둥, 넷이즈 등 많은 기업이 홍콩에서 대규모로 추가 상장을 했습니다. 이제는 미국 증시와 홍콩 증시에서 동시에 주식이 거래되는 겁니다.

처음 상장하는 기업들도 미국 대신 바로 홍콩으로 향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기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 회사 중에는 아예 회사 주식을 모두 사들인 뒤 상장을 폐지해 홍콩으로 '피난'을 가려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올해 홍콩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120개 이상의 기업이 446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2010년(680억 달러) 이후 약 10년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바이든 시대가 열려도 이처럼 미중 관계에는 여전히 큰 돌발 요인들이 산적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2018년 후 3년의 격변기만큼이나 앞으로의 펼쳐질 수년간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홍콩 빅토리아 피크의 관광객들
홍콩 빅토리아 피크의 관광객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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