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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끝날까" 호소에도…스토커 믿고 설친 이유 있었다[이슈 컷]

송고시간2020-12-02 07:00

(서울=연합뉴스) "제가 죽어야 이 고통이 끝날까 하는 생각에 절망한 적도 많았습니다."

뮤지컬 배우 겸 가수 배다해 씨가 자신을 스토킹해 온 남성을 고소했다며 최근 SNS에 이런 심경을 밝혔습니다.

배 씨가 고소한 20대 남성 A씨는 과거 배 씨에게 응원 댓글을 달다가 2년 전부터 모욕과 협박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는데요.

2년간 무려 24개의 아이디(ID)를 이용해 인터넷에 배 씨를 향한 악성 댓글 수백 개를 게시했죠.

배 씨가 출연하는 공연장까지 쫓아가 접촉을 시도하던 A씨는 결국 모욕, 협박, 명예훼손, 불안감 조성, 공갈미수 등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배 씨에게 "벌금형으로 끝날 것이다", "합의금 1천만 원이면 되겠냐"는 조롱 섞인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그가 이처럼 당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행법상 스토킹 혐의는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이에 따른 법정형은 10만 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불과합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스토킹 범죄 검거 건수는 583건에 달하지만, 검거 건수당 평균 벌금액은 9만4천여 원.

자신에 대한 처벌이 "벌금형에 그칠 것"이라던 A씨의 조롱이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나온 건 아니었던 셈이죠.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스토킹 범죄 발생은 줄어들 줄 모릅니다.

경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한 2013년 312건에서 2014년 297건, 2015년 363건, 2016년 557건, 2017년 438건, 2018년 544건으로 증가세입니다.

지난 4월엔 한 40대 남성이 1년 동안 '바둑여제' 조혜연 9단이 운영하는 바둑학원을 찾아가 난동을 부리고 협박 및 명예훼손 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배우 박하선 씨 또한 10월 한 방송에서 스토킹을 당한 사실을 고백해 놀라움을 안겼죠.

이런 스토킹 범죄가 유명인들에게만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10월 전북 전주에선 일방적 호감을 표시하며 따라다니던 여성의 집 근처에서 폭발물을 터뜨린 남성이 붙잡혔고, 5월 경남 창원에선 식당 업주에게 10년 가까이 호감을 표시했다가 거절당한 남성이 여사장을 살해했습니다.

이처럼 피해자가 일상의 안전을 위협받아 공포를 느끼고, 강력 범죄로 번질 수 있는데도 스토킹 범죄 처벌은 미비해 문제제기가 계속됐습니다.

지난 5월 검찰은 조혜연 9단을 스토킹한 남성을 구속기소 하면서 '스토킹 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는데요.

이 남성의 일부 협박 범행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됐지만 "폭행·협박이 없는 단순 스토킹도 피해자 일상을 파괴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엄벌해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난달 27일 법무부는 스토킹 가해자를 최대 징역 5년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지속·반복적으로 접근하는 행위, 주거·직장 등 일상생활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스토킹 범죄를 정의했는데요.

해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 또는 이용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또 경찰은 신고받은 즉시 현장에서 행위 제지 등 응급조치를 해야 하고, 판사는 검사 청구에 따라 스토킹 행위자에게 서면 경고·접근 금지·유치장과 구치소 유치 등 잠정 조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킹 처벌 관련 법안은 지난 20여 년간 국회에서 표류했습니다. 15대 국회인 1999년부터 20대 국회까지 잇달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도 지난 6월부터 6건이 발의된 상태.

법무부도 2018년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스토킹 범죄 규정 등에 대한 부처 간 이견으로 법안은 발의되지 못했습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스토킹) 초기 단계부터 피해자 보호장치가 작동될 수 있도록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될 필요가 있다"며 "오랫동안 통과되지 못한 법률이기도 하고, 소위 선진국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행위자를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는 반복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피해자에게 중한 결과로 나타나지 않도록 초기에 경찰 등 공권력이 개입해 피해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은정 기자 김지원 작가 박소정

"죽어야 끝날까" 호소에도…스토커 믿고 설친 이유 있었다[이슈 컷] - 2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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