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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기가 추천하는 마음치료 선곡표…'노래가 필요한 날'

송고시간2020-11-29 17:25

음악과 정신의학 엮은 에세이집 출간…"삶은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죠"

싱어송라이터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싱어송라이터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이원희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음악과 정신의학은 얼핏 이질적인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음악은 마음의 모양을 찰나적으로 포착해 표현하지만, 정신의학은 분석하고 아픔의 근원을 찾기 때문이다.

싱어송라이터 김창기는 두 가지 모두를 평생 다뤄왔다. 포크그룹 동물원 출신으로 '널 사랑하겠어',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숱한 명곡을 썼지만 본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그가 최근 펴낸 '노래가 필요한 날 - 나를 다독이는 음악 심리학'은 음악과 정신의학을 마치 양손에 길잡이로 쥐여주는 듯한 책이다.

음악을 소재 삼아 문을 연 뒤 정신치료 개념으로 안내해 더 건강한 마음과 관계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수년간 신문에 연재한 에세이 등을 바탕으로 책을 엮었다.

최근 김창기가 운영하는 도곡동 '생각과 마음 의원'에서 그를 만났다. 음악과 정신의학이 다르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두 가지의 공통점은 감정을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음악은 찰나적이지만, 살아남는 음악은 이 세상의 씨실과 날실에 끼어서 오래 가죠."

과연 각 글의 소재로 쓰인 77곡의 노래는 하나하나 주옥같아 그 자체로도 훌륭한 플레이리스트가 된다. "음악을 하도 많이 들어서 어떤 감정 상태가 되면 거기서 노래가 '탁' 재생이 된다"는 그의 말처럼 폭넓은 시대와 감정, 경험의 스펙트럼을 망라한다.

김창기가 추천하는 마음치료 선곡표…'노래가 필요한 날' - 2

비틀스, 빌리 조엘, 폴 사이먼, 엘턴 존 등의 팝 명곡부터 조동진, 김민기, 김광석 등 우리 대중음악에 길이 남은 뮤지션들의 노래, 그리고 방탄소년단, 워너원, 헤이즈 등 젊은층이 사랑하는 K팝이 모두 담겼다. 동물원의 '혜화동',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등 그가 만든 곡들에 얽힌 일화도 엿볼 수 있다.

그는 노래의 감성을 진솔하게 풀어내다가도 이내 의사의 시각이 되어 고통을 치료하는 길로 담담하게 독자를 이끈다. '냉철함과 애틋함을 오가며 산다'는 표현이 썩 잘 어울린다. 그는 "애틋한 건 20대에 끝났다"며 웃으면서도 "삶은 감정과 이성의 균형이고 희망사항과 현실의 균형"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우의 '이별 택시' 속 지질한 이별 장면에서는 치명적 상실을 이겨내는 법을 끌어내고, 루이 암스트롱의 '왓 어 원더풀 월드'에서는 어떻게 자기중심성 대신 친사회적 능력을 갖출 수 있는지 들려주는 식이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에서는 메마른 삶에 '서사'를 부여하는 낭만의 기능을 조명하는 등 추상적인 감정과 심리를 개념화해 보여주기도 한다.

"감정과 이해는 세분화될수록 더 깊어지고 잘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가 있거든요.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아는 것이고, 남의 감정도 이해해야 함께 갈 것 아니겠어요."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좋은 삶은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애착)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사회적 성취와 윤리, 철학 등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으로 나아가게 된다.

김창기는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그런 지표, 척도들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좀더 바란다면 그것이 책에 나온 노래들의 감정과 엮여서 기억되는 것"이라고 했다.

싱어송라이터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싱어송라이터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이원희씨 제공]

수채화처럼 서정성 짙은 동물원의 노래들은 최근 드라마 OST로 쓰이며 젊은 세대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2018년 '딸에게' 이후 아직 신곡을 발표하지 않은 그에게 최근의 음악 작업을 묻자 "만들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음악을 통해 그려내고 싶은 사람들은 있다. 고통받는 사람들, 혹은 성숙해 가는 사람들…"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불러줄 수 있도록 만들까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삶에서 음악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그는 예의 담담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었고, 실연한 후에는 유일한 치료제였고, 히트를 쳐서 알아주고 인정해 주니 좋은 자기과시용 명함이기도 했죠. 그러다 잘 안되니까 마음이 상했다가도 버릴 수가 없는, 이제는 동창 같은 존재죠."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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