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주52시간 한달앞] 계도기간 연장 요구에 난감한 정부…'고심'

송고시간2020-11-29 06:15

이미 준비 기간 2년 9개월 부여…연장하면 법 집행 의지 의심될 수도

탄력근로제 개선으로 부담 완화 가능…관련 법안은 국회 계류 중

중소기업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방
중소기업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방

(서울=연합뉴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 단체장들이 12일 국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1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며 또한 탄력근로제를 개선해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할 것도 건의했다. 2020.11.12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이를 연장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연말 노사관계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계도기간 1년 줬는데…경영계 "더 달라"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포함한 50∼299인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올해 말 종료된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50∼299인 사업장은 올해 1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이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부족하다는 경영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계도기간에는 노동부의 장시간 노동 단속 대상에서 제외돼 기업은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노동자에게 시킬 수 있다.

노동자가 주 52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 진정을 제기할 경우에도 노동부는 최장 6개월의 충분한 시정 기간을 부여해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사실상 처벌을 면제해준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계도기간이 끝나는 연말이 다가오자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아직도 덜 됐다며 계도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를 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내년에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경우 밀린 주문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계도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정부는 아직 경영계의 계도기간 연장 요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지만, 계도기간 연장 자체는 어렵다는 원칙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주 52시간제를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7월, 50∼299인 사업장은 올해 1월, 5∼49인 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주 52시간제를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소규모 사업장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부여한 것이다.

법 개정 시점(2018년 3월)을 고려하면 50∼299인 사업장에는 1년 9개월의 준비 기간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계도기간 1년을 더하면 2년 9개월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계도기간 연장까지 해주면 정부의 법 집행 의지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후진국형 장시간 노동 체제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워라밸'(일·생활 균형) 사회로 가기 위해 도입한 주 52시간제가 산업 현장에서 무력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경영계 요구를 함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작년 2월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개선 노사정 합의 발표
작년 2월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개선 노사정 합의 발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 탄력근로제 개선으로 부담 완화 가능…법안은 국회 계류 중

기업이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유연근로제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서도 주 52시간제 안착을 유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유연근로제로는 탄력근로제가 꼽힌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중 일이 많은 주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의 노동시간을 줄여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단위 기간은 최장 3개월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이 끝나가던 2018년 말 경영계는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덜 됐다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이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논의를 요청했고,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는 작년 2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6개월로 연장한다는 노사정 합의를 내놨다.

그러나 노사정 합의를 반영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도 늘려야 한다는 경영계의 요구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유연근로제의 일종인 선택근로제는 노동자가 하루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해 일정 정산 기간 노동시간의 평균치를 법정 한도 내로 맞추는 것으로, 현행법상 정산 기간은 최장 1개월이다.

정부는 이미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 52시간제의 예외를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범위도 확대한 상태다.

올해 1월 시행규칙을 개정함으로써 자연재해와 재난 등에만 허용하던 특별연장근로를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급증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연간 사용 한도가 90일이지만, 노동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올해 상반기 특별연장근로를 쓴 기업에 대해서는 그 사용 일수와 상관없이 하반기에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연간 최장 180일의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해진 셈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주 52시간제의 안착을 명분으로 하나둘 도입한 정책이 주 52시간제의 유명무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주 52시간 계도기간을 또 연장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제한 장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행정이 입법을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