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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뱀이 제주도에?…외래종 유기에 몸살 앓는 생태계[이래도 되나요]

송고시간2020-11-27 07:00

(서울=연합뉴스) 갈색 바탕에 선명한 검은 무늬.

지난 16일 제주시 애월읍 한 저수지에 출현한 뱀 한 마리가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이 뱀의 정체는 바로 아프리카 열대우림이 주 서식지인 '볼파이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공비단뱀'이라 불리며 가장 대중적인 애완 파충류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상자에 담겨 있던 것으로 미뤄봐 누군가 애완용으로 키우다 버린 것으로 의심됩니다.

볼파이톤은 지난 2016년 제주시 한 아파트 단지에도 출몰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요.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이 뱀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양도·양수 시 관련 증명서를 소지해야만 사육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개인 간 거래되는 사례가 많아 정확한 사육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든데요.

섬 지역의 특성상 생태계 교란종에 의한 피해에 취약한 만큼 자칫 제주도 고유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영민 제주대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은 "볼파이톤은 온도, 습도 등 사육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혹시 제주도 기후에 맞춰 살아남는다면 또 하나의 생태교란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전남 지역에서도 사람이 내다 버린 것으로 보이는 외래 생물이 잇달아 발견됐습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무등산 국립공원 경계 지역인 풍암천에 나타난 악어거북은 원래 미국 남서부 습지에 사는 동물.

개체의 크기가 크고 성질이 포악해 하천 생태계에서 포식자 지위를 누리는데요.

이 역시 국제 멸종위기종 Ⅲ 등급으로 엄격한 수출입 규제를 받는 만큼, 누군가 몰래 한국에 들여와 기르다 유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주 지석천 등 영산강 지류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미국가재 역시 강한 육식성 때문에 환경부가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했죠.

주로 관상용으로 수입했다가 사육을 포기하면서 하천에 방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미국가재를 포획한 결과 작년과 비슷하게 2천여 마리가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는데요.

미국가재의 경우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고 번식률이 높아 특히 걱정이 큽니다.

만일 이들의 숫자가 급증한다면, 앞서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붉은귀거북, 뉴트리아처럼 토착종을 마구 잡아먹으며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외래종이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는 다양하지만 이처럼 인간이 인위적으로 반입하는 경우는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되는데요.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외래생물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외래종을 비롯해 자신이 가진 희귀 동물의 영상을 올리는 사람도 많은데요.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나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호기심 섞인 반응이 상당수입니다.

일단 적법 절차를 밟아 외래종을 기르기 시작했다면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끝까지 책임감 있게 돌보는 게 동물애호가의 의무일 텐데요.

만약 더이상 데리고 있기 어려운 형편이라면 함부로 야생에 유기하지 말고 환경청 등 관련 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이들 동물을 무책임하게 버리더라도 주인에게 잘못을 묻기 어렵다는 것.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생물다양성법)에 따라 생태계교란 생물이나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을 허가 없이 방출, 방생, 유기하는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러나 볼파이톤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버리고 간 당사자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

또 볼파이톤을 버린 행위 자체는 동물보호법 위반이지만 현행법상 '맹견'을 제외하면 동물 유기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부터는 모든 동물 유기 시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규정이 강화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동물을 입양하는 단계부터 소유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개정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보완책도 필요한데요.

권유림 변호사는 "현재 등록제인 동물판매업을 허가제로 바꾸고, 인터넷 판매도 단속을 강화하는 등 모든 반려동물을 관리·감독 범위에 편입시키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지선 기자 박서준 인턴기자 주다빈

아프리카 뱀이 제주도에?…외래종 유기에 몸살 앓는 생태계[이래도 되나요] - 2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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