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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건 몰라도…' 중-일, 센카쿠열도 문제 양보없는 기싸움

송고시간2020-11-26 12:26

왕이 국무위원 방일 계기로 협력 연출불구 '뿌리 깊은' 갈등 극복 못 해

왕이 부장과 모테기 외무상
왕이 부장과 모테기 외무상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분야의 협력에 합의했지만, 양국의 오랜 갈등 요소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분쟁에서는 여전히 날을 세웠다.

왕 부장의 방일 첫날 왕 부장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코로나19 방역과 도쿄·베이징 올림픽 성공 개최, 비즈니스 교류 재개, 경제 회복 등 5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며 관계 개선에 의지를 드러냈다.

왕 부장은 또 방일 일정 마지막 날인 25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만나서도 '주먹 인사'를 나누면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양국이 화해의 제스처는 양측의 필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새 정권이 들어선 일본 입장에선 경제적 협력을 위해 중국과 협력이 필요하고, 중국도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역내 고립을 피하고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연출된 화해 무드는 뿌리 깊은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이란 암초를 만나면서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취재진 인터뷰 답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취재진 인터뷰 답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도쿄 교도=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5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2020.11.26 photo@yna.co.kr

◇ 왕이 "댜오위다오 주권 지킬 것" VS 스가 "해양 안보 문제 중국 대응 촉구"

왕 부장의 방일 기간 양국에서는 긍정적인 보도와 성과 발표가 이어졌지만, 마지막 일정인 왕 부장과 스가 총리의 면담 이후 센카쿠 열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냉기류가 흘렀다.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에 따르면 왕 부장은 스가 총리 면담 후 기자들에게 "(일본 측) 어선이 반복해서 민감한 해역에 들어오고 있다. 이런 선박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외교부 사이트를 통해 왕 부장의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은 댜오위다오의 최근 정세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최근 정체불명의 일본 어선들이 댜오위다오 인근 민감 해역에 빈번히 드나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이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주권을 확실히 수호할 것"이라며 "세 가지 희망 사항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이 제안한 세 가지 제안은 ▲중일 4개 정치문건(중일 평화우호조약 등 4개 합의 문건)의 원칙 준수 ▲민감 해역 도발 행위 자제 ▲문제 발생 시 소통 및 적절한 처리 등이다.

왕 부장은 "중일 양국은 함께 노력해 동중국해를 평화의 바다이자 우호의 바다, 협력의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중일 양국 국민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도 왕 부장의 발언에 대해 면담 관련 발표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발표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센카쿠열도 주변 해역 등 동중국해를 비롯한 해양·안전보장 문제 등에 관해 중국의 긍정적인 대응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정도로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시급한 일본 정부와 달리 우익 성향의 일본 매체는 왕 부장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26일 논설에서 왕 외교부장이 센카쿠열도 주변 해역에 일본 어선이 들어오지 말라고 말하려는 듯한 폭언을 내뱉어도 일본 측은 대체로 웃는 얼굴로 대응했다며 "왕 씨의 폭언, 궤변에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 일본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PG)
중국 - 일본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 뿌리 깊은 센카쿠 열도 갈등의 역사

중일 간 센카쿠 열도 영유권 갈등이 본격화한 건 2012년 9월 11일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 5개의 무인도 중 개인 소유 섬 3개를 사들여 국유화를 선언하면서부터다.

당시 일본 정부는 예비비 20억5천만 엔(약 215억 원)을 들여 해당 섬 소유자와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일본의 국유화 선언에 맞서 센카쿠에 영해 기선을 그어 자국 영토라고 선포하고 주권 수호를 명목으로 해양감시선을 파견했다.

이후 센카쿠 열도 인근 해역에서는 중국 해양감시선과 일본 순시선 간 대치가 끊이지 않았다. 중국 잠수함의 센카쿠 열도 해역 항해 문제도 불거졌다.

올해 들어서만 283일 동안 중국 선박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일 간 신경전은 안보 관련 입법 활동과 군사 훈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해경국의 권한을 규정한 해경법안을 공개했다.

법안에는 국가 주권이 외국 조직이나 개인에 침해당할 위험이 있다면 중국 해경의 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은 이 법안이 자국 어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일본 자위대는 외딴 섬에 적이 침공하는 경우를 가정한 공개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육상자위대 서부방면대는 중국 해경법안이 공개된 4일 오이타(大分)현 히주다이(日出生台)연습장에서 외딴 섬 방위 전문 부대인 '수륙기동단' 대원 약 4천500명과 차량 1천400대를 동원해 부대 배치 및 지진 구축 훈련을 했다.

이 훈련은 적이 일본의 외딴 섬에 상륙한 상황을 가정하고 전차나 미사일 부대를 배치해 대응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2013년 9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인근에 중국 해경국 선박(위)이 이동 중인 가운데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근처에서 경계 활동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2013년 9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인근에 중국 해경국 선박(위)이 이동 중인 가운데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근처에서 경계 활동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양국은 이 밖에도 센카쿠 열도 지역의 영유권을 홍보하는 여러 조치를 통해 신경전을 지속해서 벌이고 있다.

일본 환경성은 지난달 15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조류인 신천옹류의 번식 실태를 파악하고 2015년 작성한 식생 지도를 수정 보완하기 위한 센카쿠 열도 동식물 생태조사를 연내에 실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

식물 군락의 분포를 보여주는 식생 지도는 통상 10∼20년 주기로 보완하지만 이번에 조기 조사에 나서는 셈이다.

일본은 생태 조사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최근 중국 선박의 진입이 잦아진 센카쿠 열도 인근 수역에 대한 실효 지배를 부각하기 위해 서둘러 조사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지난달 3일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사진과 영상, 문헌 자료, 언론 보도, 학술 자료 등을 모아놓은 '중국 댜오위다오 디지털 박물관' 운영을 시작했다.

이 박물관은 중국어 외에도 영어와 일본어, 프랑스어 등 8개 언어를 지원한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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