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韓선장, 285일 만에 인니교도소 가석방…"힘들었다"
송고시간2020-11-26 10:57
"감옥 한 방에 19명 같이 생활하면서 몸무게 12㎏ 빠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니켈 원광 수출 중단을 선언한 뒤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팬오션 한국인 선장이 285일 만에 가석방됐다.

(서울=연합뉴스)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니켈 원광 수출 중단을 선언한 뒤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팬오션 한국인 선장이 285일 만에 가석방됐다고 26일 밝혔다.
사진은 팬오션 박민식 선장의 25일(현지시간) 가석방 직후 모습.
[박민식 선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팬오션 벌크화물선 팬베고니아호(PAN BEGONIA) 박민식(55) 선장은 26일 연합뉴스 특파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 점심에 교도소에서 풀려났다"며 "가족과 동문,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선장은 "감옥 한 방에 19명이 같이 생활하면서 늘 무슬림 기도 소리 때문에 새벽에 깼는데, 오늘은 아침까지 호텔에서 죽은 듯이 잠을 잤다"며 "자유를 되찾았다는 점이 이제 실감이 난다"고 기뻐했다.
박 선장은 올해 2월 14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7월에 징역 1년이 확정된 뒤 현지 독립기념일에 1개월 감형받았다.
박 선장은 9개월을 복역해 10월 10일 자로 가석방이 가능해졌음에도 절차가 지연되자 지인들에게 "이러다 한국말을 잊어버릴까 걱정된다"며 도움을 청하는 서신을 보내 연합뉴스가 이를 보도했다.

[EPA=연합뉴스]
박 선장은 "한국에 계신 노모께는 수감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이상한 생각이 드셨는지 자꾸 우셨다고 한다"며 "어제 출소하자마자 어머니께 전화드려 아들이 잘 살아 있다고 안심시켜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교도소에서 생활하며 더위와 모기·파리 등 벌레, 현지인 수형자들과 집단생활의 소란스러움, 불결함이 가장 힘들었다고 꼽았다.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보니 몸무게가 65㎏에서 53㎏으로 12㎏이나 빠졌다.
1992년부터 배를 탄 베테랑 선장인 박 선장은 "가족이 나보다 더 큰 고통을 받았다"며 가족에게는 미안함을, 회사에는 서운함과 유감을 표명했다.

[마린트래픽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팬베고니아호는 작년 10월 말 용선계약에 따라 술라웨시섬 포말라항에서 니켈을 싣고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니켈 광산들이 출항 직전 갑자기 니켈 원광 수출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발이 묶였다.
중국의 니켈 구매자와 인도네시아 공급자 간 이해 충돌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해를 넘겼고, 팬베고니아호는 올해 2월 니켈 원광을 실은 채 싱가포르로 출항했다가 붙잡혔다.
팬오션 측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대폭 강화했기에, 이를 어기지 않고자 싱가포르에 가서 저유황 연료를 싣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오려 했다고 주장했다.
팬베고니아호는 인도네시아 당국이 배에 실린 니켈 원광을 처리한 뒤, 이달에서야 인도네시아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했다.
박 선장은 징역 11개월이 끝나는 내년 1월 14일까지 인도네시아 까리문섬에만 있어야 하고, 매일 오전 이민청에 가서 섬에 계속 체류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박 선장이 가석방되도록 지원한 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영사는 "한국인·동포분들에게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기댈 곳이 되어 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oano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1/26 10:57 송고